새 정당, 인물보다 시스템 중심으로
새 정당, 인물보다 시스템 중심으로
  • 편집장
  • 승인 2015.03.20 1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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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사회와 노동계, 학계 등이 팔을 걷고 새로운 정당 건설에 나선다고 한다. 발기 모임의 이름은 ‘국민의 눈물을 닦아줄 수 있는 새로운 정치세력의 건설을 촉구하는 국민모임(국민모임)’이다. 참으로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한국 정치사에서 숱한 정당들이 출현하고 또 사라져간 역사의 몇 페이지만 넘기게 되면, 또 하나의 정당 출현 예고에 식상해질 수도 있다. 그러나 새 정당 탄생 소식을 그렇게 무심하게 한 귀로 흘리기엔 2015년 을미년 한국 사회의 모습은 너무나 암담하다. ‘세월호’의 눈물이, ‘정리 해고’의 눈물이, ‘비정규직’의 눈물이, 또 사회 곳곳에서 눈물의 사연들이 쏟아져 나오는 시절을 살다보니 ‘국민의 눈물을 닦아주는 새로운 정치세력’이란 다소 길고 감상적인 이름조차도 예사롭지 않다.

앞장 선 반가움을 따라 ‘국민 모임’에 거는 기대와 당부 또한 국민들 마음속에 고개 들고 있다. 가장 우선적인 바람은 ‘시민 중심의 정당’ 개념이 상징 수준을 떠나 조직 건설 과정에서 구현돼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소위 ‘안철수 현상’이 ‘새 정치’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에 업혀 활짝 피어오르다 어떻게 4~5년 만에 스러져 갔는지를 지켜보았다. ‘진심 캠프’도 다수가 참여하는 ‘진심’이어야지, 소수의 엘리트주의적 ‘진심’을 고집해서는 금방 차갑게 식어버리는 여론을 감내할 수밖에 없음을 확인한 것이다. 따라서, 무엇보다 새 정당이 갖추어야 할 것은 참신하고 국민을 열광케 할 또 하나의, 혹은 몇몇의 인물을 골라내는 것이 아님을 인식해야 하겠다. 그보다, 정당 의사 결정 구조 자체가 시민 참여 정신을 구현하는 것이 되는 ‘정당의 시스템 구축’이 최우선 과제라는 말이다.

그 시스템 구축을 위해서는 국민 모임에 참가하는 모든 이들이 똑같이 한 사람의 시민으로서 새 정당의 의사결정 구조 건설 작업에 동등하게 참여할 수 있어야 하겠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국정 수행능력과 여론 대변에서 변변한 실력을 보이지 못한 기존 진보 정당과 합치는 형태를 취한다면, 국민모임에 거는 국민의 기대가 변질되는 슬픈 역사의 반복이 될 것이다. 예를 들어, 정의당 천호선 대표가 “진보의 힘을 모으는 것이 정의당에 주어진 사명”이고 “혁신경쟁을 통해 야권의 판을 바꾸는 일에 정의당이 중심에 서겠다”는 생각을 가졌다 하더라도 새 정당에는 개인으로 참여하되, 옛 정의당이 지향하던 가치는 그 동등한 개인 참여 구조 속에서 열띤 논의와 설득과, 배려와, 경청과 합의 속에 이뤄내야 할 것이다. 한국 정치사에 을미년이 한 전환점으로 기록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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