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와 수도권 간 대학 정원 격차가 커지고 있다. 정부가 시행한 두 차례 대학 구조조정의 칼끝이 지방대로 향한 결과다. 미충원으로 폐교하는 지방 대학이 늘어 지역사회에 심각한 문제를 끼칠 것으로 우려된다. 지역 대학의 위기는 곧 지역경제의 위기다. 인구소멸로 이어져 지역 경제와 문화산업 등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대학교육연구소는 지난달 24일 공개 자료를 통해 대학 정원수가 올해 48만703명에서 2021년 47만388명으로 1만315명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지속적인 저출산과 학령인구 감소로 대학 정원을 유지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이러한 직격탄은 고스란히 지역 대학으로 향했다.
서울지역 감축정원은 781명으로 전체 감축 인원의 7.6%에 불과한 데 비해 지방은 9배에 달하는 6749명이다. 전체 감축정원의 65.4%를 차지한다. 자세히 살펴보면 서울지역 4년제 대학 238명(2.3%), 경기인천 847명(8.2%) 등 수도권 4년제 대학은 전체 감축 인원의 10.5%에 해당한다. 하지만 지방은 49.4%인 5091명이 줄어들게 된다. 전문대의 경우 수도권 2481명(24.1%), 지방은 1657명(16.1%)이나 대폭 감소한다.
지난달 대학기본역량진단 결과에서 자율개선대학 선정 비율을 5개 권역별로 살펴보면 4년제 대학은 수도권이 87.9%로 가장 높다. 지방은 충청권 74.2%, 부산울산경남권 68.2%, 강원대구경북권 64%, 호남제주권 62.5%로 모두 4년제 대학 평균 비율(75%)보다 낮았다. 특히 강원도는 17개 시·도 중 가장 큰 규모다. 함께 묶여 평가된 대구는 한 곳도 없고 경북도 2개 대학에 불과했다.
도내 18개 대학 중 자율개선대학에 선정된 곳은 5개교가 전부다. 이 중 진단대상에서 빠진 춘천교대와 한국골프대를 제외한 나머지 11개 대학(춘천 송곡대, 원주 연세대·상지대·한라대·상지영서대, 강릉 가톨릭관동대·강릉영동대, 태백 강원관광대, 횡성 송호대, 영월 세경대, 고성 경동대)은 2021학년도까지 권고 수준만큼 입학정원을 줄여야 한다.
정원 감축뿐만이 아니다. 진단결과에 따라 역량강화대학으로 선정된 곳은 일반재정사업 제한을 피할 수 없다. 또한 재정지원대학은 일반재정사업, 특수목적지원사업, 신·편입생 국가장학금과 학자금 대출이 일부 또는 전면 제한된다. 가뜩이나 급감하는 학생 수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도내 대학들은 더욱 큰 어려움에 맞닥뜨리게 됐다.
강원도에서는 2021년까지 약 38개 대학이 폐교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지난달 교육부가 배포한 ‘국회 교육위 보좌진 업무 설명 자료집’을 살펴보면 2018학년도 대학정원 48만3000명을 기준으로 했을 때 2021학년도에는 5만6000여명의 미충원이 예상된다고 돼 있다. 대학 폐교가 불가피하단 뜻이다.
이미 도내에선 올 초 동해시에 있는 한중대가 26년 역사를 끝으로 문을 닫았다. 비단 학교를 떠나게 된 학생들만의 문제는 아니다. 동해시는 교직원의 대량 실직과 학교 주변의 재산가치 하락 때문에 골머리를 썩고 있다. 특히 한중대의 경우 시설과 부지가 넓고 접근성이 떨어져 청산 작업이 매우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북적였던 대학 주변의 원룸 촌은 유령 도시를 방불케 할 정도로 텅텅 비었다.
다른 도내 대학 역시 한중대 사태가 남의 일처럼 느껴지진 않는다. 특히 원주는 4곳이나 교육부에서 발표한 정원 감축 대상에 포함됐다. 앞으로 3년간 10%에서 35%까지 정원을 줄여야 한다. 정부의 재정지원과 학자금 대출이 제한된 상황에서 2019 학년도 수시모집 지원자가 급감할 것으로 예상된다.
급기야 도가 대책 마련에 나섰다. 강원도 교육법무과 관계자는 “도와 지방자치단체가 연계해 대학을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 중”이라며 “자율개선대학으로 선정되지 않은 11개 대학이 올해 안으로 자율사업 계획서를 제출하면 시·도 예산으로 학교마다 1억씩 지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번 사업을 통해 도내 대학교육의 질적 향상과 경쟁력 강화, 맞춤형 인재양성 등을 위해 지속적으로 지원하고 지역과 대학이 동반성장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 나가겠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당장 눈앞에 닥친 불끄기라는 지적은 피할 수 없게 됐다. 전문대 관계자는 “평가 권역 자체가 충청권과 강원권이 통합으로 경쟁하는 형태로 됐다. 지역마다 특성이 있는데 이 부분을 모두 무시하는 것”이라며 “강원도가 홀대받고 있다. 학생 수가 적은 것이 사실인데 두메산골과 도시를 비교하는 격”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대학기본역량진단 평가 방법과 기준의 문제점이 해결되지 않았다는 뜻이다. 지방 대학의 균형발전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대학의 수도권집중 현상은 점점 심해지고 이와 비례해 지방 대학 기피현상도 늘어나고 있다. 학생 피해를 최소화하고 지역교육 균형발전을 위한 근본적인 대책이 시급한 시점이다.
송태화 시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