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원주시 성매매 집결지였던 '희매촌'이 문화 예술거리로 다시 태어나고 있다.
원주시 학성동에 위치한 이곳은 희매촌으로 불리며 한국전쟁 당시부터 오랜기간 성매매의 온상이었고 지금도 암암리에 성매매가 이뤄지는 곳이다. 춘천 길잡이의 집 김현주 상담실장에 따르면 희매촌에는 50여명의 여성이 여전히 성매매업에 종사하고 있다.
해도 지지 않은 초저녁 시간부터 골목길에 홍등을 밝히는 이곳은 아니러니하게도 원주시 준법지원센터와 불과 100미터도 되지 않는 거리에 있고, 원주 여성커뮤니티 센터는 허리까지 오는 담벼락 하나를 두고 있다.
근처에는 중앙초등학교·학성중학교 등 교육시설과 방범센터 등이 존재하지만 시의 철거에 반발하는 업주들이 영업을 이어나가 희매촌의 홍등은 지금도 매일같이 켜지고 있다.
하지만 최근 무법지대같던 삭막한 희매촌 골목에 활기가 돌기 시작했다. 지역 예술인들이 모여 삼삼오오 벽화를 그리고 과거 성매매 업소였던 건물을 개조해 작은 미술 교실을 열기 시작한 것이다.
골목 안에는 미술작품 전시공간이 마련됐고, 비가 내리지 않는 주말에는 아트마켓과 공연이 열린다. 24시간 미성년자의 출입을 불허했던 이 골목은 최근 민족미술인협회 원주지부와 도시재생센터의 주도로 인근 초등학교 아이들과 지역주민들을 대상으로 바이올린 수업·도예수업·초콜릿 만들기 체험 등의 행사가 진행되기도 했다.
거리 예술활동은 지난 2020년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에서 진행한 공공미술 프로젝트로부터 시작됐다. 문체부에서 주관한 지역 예술인 활동지원 및 문화공간 조성 프로젝트에 원주 학성동이 대상지로 선정되면서, 여러 분야의 예술가가 모여 희매촌 인근 골목에 벽화를 그리고 조형 작품들을 전시하기 시작한 것이다. 골목 내부에 작은 전시장을 마련, 릴레이 전시를 하고 지적장애인들을 위한 교육시설과 카페 등을 개설하기도 했다.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지역 예술가들은 희매촌의 어두운 현실을 목격하고 이 골목을 예술과 치유, 상생의 공간으로 재탄생 시키기 위해 도시재생 센터와 협업해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3월에는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성평등을 향해 전진하라'라는 슬로건이 적힌 피켓을 들고 희매촌 일대를 걷는 '세계 여성의 날 기념 걷기 행사'가 진행되기도 했다.
원주시는 지난해 만료 예정이었던 학성동 도시재생 사업을 2024년까지 연장했다. 이로 인해 희매촌이 문화 공간으로 다시 태어나는 사업은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타 지역에서 진행한 성매매 업소 폐쇄사업에 따른 풍선효과와 예산 부족으로 인해 완전 철거가 쉽지 만은 않을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성매매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성매매 행위는 1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만원 이하의 벌금·구류 처분이 내려진다. 영업으로 성매매알선 등 행위를 할 경우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7천만원 이하의 벌금 및 미수범처벌을 받을 수 있다.
김혜정 대학생기자
* "지금의 기사는 <로컬뉴스공급 캡스톤디자인> 수업의 결과물로 5월 18일 <오마이뉴스>에 게재된 바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