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밥이 차가웠다" 소비자 솔직 리뷰 차단한 배민, 왜?
"김밥이 차가웠다" 소비자 솔직 리뷰 차단한 배민, 왜?
  • 한림미디어랩 The H
  • 승인 2023.04.10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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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의민족, '리뷰갑질' 논란에 업체 요청하면 게시중단... "고객 피드백 무시한 리뷰 조작" 비판

"고객님께서 작성한 리뷰를 게시 중단합니다."

배달 중개플랫폼인 배달의민족(아래 배민)이 업주 측에서 요청만 하면 고객의 리뷰를 무조건 30일 차단하는 '리뷰 게시 중단' 시스템을 운용해 이용자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지난해 6월, A씨는 배민을 통해 서울 구로구 소재의 중식당에서 차돌 짬뽕을 배달시켜 먹은 후 "면은 뚝뚝 끊어지고 고추기름이 둥둥 떠다녀 느끼하다"는 식사평을 별점 4점과 함께 작성했다.

며칠 뒤 그는 배민으로부터 업소 삭제 요청으로 자신의 리뷰가 보이지 않게 됐음을 통보받았다. 이 과정에서 다른 다수의 리뷰도 차단되었음을 알게 됐다.

A씨는 "없는 말을 지어낸 것도 아닌데 황당하고 어이없다"며 "하나하나 리뷰를 가려 차단할 시간에 음식의 질을 개선하려는 노력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사진=A씨는 알림톡을 받고 해당 리뷰를 확인했다. 그리고 자신과 같이 차단된 리뷰를 확인했다.
사진=A씨는 알림톡을 받고 해당 리뷰를 확인했다. 그리고 자신과 같이 차단된 리뷰를 확인했다.

B씨 또한 지난해 11월, 부산 수영구에 위치한 분식집에서 시킨 '김밥이 맛은 있지만 전체적으로 차가워 당황했다'는 말과 함께 별점 3점을 첨부했다. 그렇지만 곧 배민을 통해 업소 삭제 요청으로 리뷰가 블라인드(게시물 감춤) 처리되었단 소식을 전달받았다.

그는 고객센터에 작성된 내용 중 무엇이, 어떻게 문제인지 문의했지만 별다른 소득은 얻지 못했다. "악의적으로 남긴 것도 아니라 생각했는데 불쾌하고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B씨가 배민 고객센터와 채팅상담으로 나눈 대화 내용을 보면, 어떤 부분이 잘못됐는지 묻는 질문에 배민 측은 법률 조항만을 설명하고 질문 자체에 직접적인 답변은 제시하지 않고 있다.

대부분의 네티즌 또한 불성실한 업장의 태도를 지적했다. "고객의 피드백을 받아들여 보완시키기는커녕 오히려 리뷰를 조작하려 했다는 점이 소비자를 기만하는 행위이며 소비자의 권리를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리뷰의 투명성이 사라져 제 기능을 상실했고 의미가 퇴색됐다는 점도 언급했다.

일각에서는 배민이 실시하는 별점제도가 업소 측에선 매출과 직결된 부분이라 예민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나왔다. 또 손님과 음식점 간의 충돌을 일으키는 문제는 확실히 바로잡고 평가 방식에 변화를 주어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다.

사진=온라인 카페에 올라온 리뷰에 대한 글과 답변들
사진=온라인 카페에 올라온 리뷰에 대한 글과 답변들

위 사진은 온라인 카페 '아프니까 사장이다'에 올라온 '정말 리뷰가 매출에 큰 영향을 줄까요'라는 질문에 달린 고객과 업주 네티즌의 답글들이다. 본인이 정한 별점 이상의 가게만 거래한다는 네티즌과 1점 리뷰가 달리는 순간 타격을 받는다는 업주의 글들이 올라와 있다.

배민 "소비자 불만에도 해결 방안 없어"

이에 대해 배민 관계자는 "리뷰 게시 중단 시스템이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44조의2를 근거로 하고 있다"며 "별다른 해결 방안을 제시할 수 없다"고 밝혔다.

관계자는 "소비자 입장에서 사측의 처리가 불편하다는 걸 알고 있고 리뷰 불신에도 공감한다"며 "이를 해결할 방안을 마련, 해당 시스템을 개선하도록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법률구조공단 춘천지부 한 관계자는 분쟁 사례가 잇달아 발생하고 있는데 갈등 완화를 위한 대책을 마련하지 않고, 시스템 개선의 필요성을 인지하면서도 소극적으로 대처한 모습을 꼬집었다.

법률구조공단은 "해당 법률에 의거한 배민의 조치가 위법하진 않다. 그러나 고객이 배민을 이용하는 도중 업소로부터 기만당했다, 알 권리와 표현할 권리를 침해당했다 등의 불만을 표시한다면 중개 플랫폼으로서 당사자 간 갈등 중재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 배민 측은 적절한 해결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윤아 대학생기자

* "지금의 기사는 <로컬뉴스공급 캡스톤디자인> 수업의 결과물로 4월 4일 <오마이뉴스>에 게재된 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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