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사람의 만남은 참 어렵다. 특히 결혼은 두 사람의 사랑만으로는 감당하기 힘들고 벅찰 때가 많다. 어쩌면 결혼이란 어떤 답이 정해져있는 것이 아니라 서로 최선의 방법을 찾아 약속하고 함께 나아가는 일종의 계약 아닐까? 이러한 결혼이라는 현실에 있어 문제점들을 사실적으로 담아낸 작품, <이번 생은 처음이라>에 대해 소개해보고자 한다.
웃음과 감동 두 마리토끼를 모두 잡은 드라마
평소 필자는 코미디 요소가 가미된 가벼운 분위기의 드라마를 좋아했다. 그러다 이 드라마의 짧은 영상을 우연히 보게 되었고 “혹시 시간되면 결혼하실래요?”라는 마치 밥 약속을 잡는듯한 프로포즈의 대사를 듣고 전편을 보게 됐다.
이 프로포즈 대사로 알 수 있듯이 이 드라마의 작가는 파격적이면서도 엉뚱한 대사들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웃음과 감동을 선사한다. 바로 이러한 점에서 나는 가볍고 웃기지만 소재는 무겁지 않은 이 드라마를 인생작으로 선정하게 됐다.
<이번 생은 처음이라>는 tvN에서 제작된 드라마로, 자신의 집을 갖는게 소원인 여주인공과 집은 있지만 현관만 내 집인 하우스푸어 남주인공이 한 집에 살면서 펼쳐지는 수지타산 로맨스이다. 현재 넷플릭스에서 다시 볼 수 있다.
드라마는 좋은 학교를 나와 꿈을 가지고 서울로 상경했지만 현실의 벽에 부딪혀 방황하며 달팽이처럼 자신의 집을 갖는 것이 소원인 주인공 지호(정소민)가 집은 있지만 대출금이 산더미인 고양이밖에 모르는 기계적인 남자 세희(이민기)와 평범한 하우스쉐어를 하면서부터 시작한다. 그러다 이 둘은 서로의 수지타산이 맞아 사랑이 아닌 집세절약을 위해 결혼을 맺게 된다.
보다 현실적으로 바라 본 ‘결혼’이라는 제도
이 작품의 가장 큰 장점은 메인 커플과 서브 커플들을 통해 보통의 드라마에서 행복한 연애의 결실로 표현되는 ‘결혼’이라는 제도에 대한 요즘 젊은 세대들의 인식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그래서 결혼의 현실을 보다 냉담하게 살펴 볼 수 있다. 또한 이야기가 전개되는 동안 극적인 연출을 위한 악인의 등장이 없고, 캐릭터의 선악을 구분할 필요 없이 극의 흐름을 부담 없이 따라갈 수 있다.
2017년 제작된 드라마로 벌써 5년이 지났지만 한국에서 ‘결혼’에 대한 젊은 세대의 인식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드라마 속 메인커플 세희와 지호는 ‘집값’ 때문에 결혼한다. 적령기에 접어들면서 주위어른들은 계속해서 결혼을 부추기지만 서로에 대한 사랑만으로 결혼을 하기에는 현실적인 어려움들이 더 많다.
날이 갈수록 치솟는 집값에 청년들의 꿈은 자신이 원하는 직업을 갖는 것이 아닌 내 집을 마련하는 것이 되어버렸다. 내 꿈 좇기도 바쁘고 하루하루 혼자 살아가는 것도 벅찬데 누군가를 책임지고 평생을 함께 살아가야하는 결혼은 젊은 세대들에게 마냥 해피엔딩은 아니다. 이 드라마는 이러한 현실을 앞서 말한 코믹적인 요소를 통해 너무 무겁지 않게 잘 표현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인생의 긴 터널을 지나는 이들에게 건네는 위로
우리 모두 인생에서 긴 터널을 지날 때가 있다. 자신이 원하는 일을 이루기 위해 노력해본 사람이라면 인생에 있어 긴 터널을 걷는다는 것이 무얼 의미하는지 알 것이다. 극 중 여주인공 지호 또한 작가라는 꿈을 가지고 있지만 보조 작가로만 활동하는 상태이고 집이 없어 감독의 작업실에서 생활하다가 해코지를 당하게 된다.
이때 지호가 작업실을 뛰쳐나와 터널을 걸으면서 “꿈을 먹고 살겠다고 결정했을 때 이제부터 내 인생은 깜깜한 터널을 걷는 것 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래도 이렇게까지 깜깜할 줄은 몰랐다. 그래도 이렇게까지 외로울 줄은 몰랐다”라고 말하며 무작정 밖으로 뛰쳐나와 길고 긴 터널을 걷는다. 이 장면은 지호와 같은 어둡고 긴 터널을 지나는 이들에게 작은 위로와 공감을 건넨다.
N포세대의 속사정
지금의 ‘N포세대’는 시대의 풍파를 이겨낼 힘이 없어 생긴 것이 아니라 현재의 삶이 우리가 포기하게 된 N개의 것들을 신경 쓸 겨를조차 없이 벅차고 바쁘게 흘러가기 때문이라는 것을 이 작품은 말하고 있다. 다소 어둡고 삭막한 주제일수도 있지만 등장인물 각각의 독특한 캐릭터와 대사들을 통해 이야기를 굉장히 유쾌하고 재미있게 풀어나간다.
부담 없이 극의 흐름에 빠져들고 싶지만 내용의 질까지 놓치고 싶지 않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면 자신있게 권할 수 있을 만큼 시대를 반영한 잘 만들어진 작품. 현재 인생의 긴 터널을 지나고 있다면 이 드라마 <이번 생은 처음이라>를 시청해보면 어떨까?
장유림 대학생기자
* "지금의 기사는 <뉴스작성기초> 수업의 결과물로 12월 13일 <사이드뷰>에 게재된 바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