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인생작] 영화 ‘비포 선라이즈’ 리뷰
[나의 인생작] 영화 ‘비포 선라이즈’ 리뷰
  • 한림미디어랩 The H
  • 승인 2023.03.18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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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처럼 지나가 버린 하루
사진=비포 선라이즈 스틸컷. 출처=네이버 영화
사진=비포 선라이즈 스틸컷. 출처=네이버 영화

‘비포 선라이즈’는 1996년 개봉한 영화지만 한국에서도 2016년 개봉 20주년을 맞이해 재개봉을 했을 만큼 대중적인 인기를 끌었던 작품이다. 필자 또한 워낙 유명한 영화여서 뻔할 것 같아 보기를 미뤘었다. 하지만 뻔한 로맨스가 아니라는 리뷰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인생영화이기에 재개봉까지 했는지 궁금해 시청하게 됐다.

이 영화는 부다페스트에서 파리로 가는 기차에서 우연히 만난 미국인 남성 재시와 프랑스 여성 셀린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처음 봤음에도 철학적으로 인생, 사랑, 남녀관계에 관해 이야기를 하며 서로에게 호감을 느낀 두 사람.

사진=비포 선라이즈 포스터. 출처=네이버 영화
사진=비포 선라이즈 포스터. 출처=네이버 영화

여자의 따뜻하고도 흥미롭다는 눈빛과 남자의 떨려 하면서 티 내지 않으려는 제스쳐에서 나타난다. 의견의 불일치 시에는 거침없이 싸우고 솔직하게 본인의 입장을 피력함에서 순수함을 느낀 것이다. 기차에서 내릴 때 재시는 자신의 목적지인 비엔나에서 같이 하루의 시간을 보낼 것을 제안한다.

다음 날 아침에는 각자 다른 곳으로 떠나야 한다. 해가 뜨기 전까지 하루, 즉 영화의 제목인 ‘비포 선라이즈’와 일맥상통한다. 단순한 호기심에서 시작해 강렬한 끌림으로 변하는 모습을 잘 나타냈다. 하루 동안의 아쉬운 만남을 뒤로하고 6개월 뒤인 12월 16일에 같은 장소에서 보기로 약속하며 연락처 교환도 없이 헤어진다.

관객들은 애써 웃으며 마지막 인사를 나누는 장면을 보며 자연스럽게 감정이입이 될 수밖에 없다. 누구나 ‘지금 헤어지면 사실상 다시 못 보겠지?’라는 생각을 비롯해 ‘지구 반대편에 환경도 다른 데서 살아가는데 또다시 접점이 있을까?’ 같은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결국 가슴이 미어지고 한없이 절절한, 기약 없는 헤어짐을 잘 담아냈기 때문에 공감력 높은 관객들은 펑펑 울면서 볼 수밖에 없다.

사진=비포 선라이즈 스틸컷. 출처=네이버 영화
사진=비포 선라이즈 스틸컷. 출처=네이버 영화

몰입도 높은 깔끔한 롱테이크 연출

이 작품의 가장 큰 장점은 감독의 연출이라고 할 수 있다. 리처드 링클레이터 감독은 특별한 기교 없이 깔끔한 롱테이크 연출로 관객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특히 배우들이 적극적으로 시나리오에 참여했고 감독의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돼 현실성이 높으며, 끊임없는 대화 속에서 마치 모르는 남녀의 이야기를 엿듣는 것처럼 몰입도가 높아진다. 이러한 부분을 두고 높은 평가를 받아 베를린영화제에서 1995년 최우수 감독상을 받기도 했다.

또한 대사량도 많은데 어떻게 다 외웠나 싶다. 나누는 이야기는 현실적이지만 상황은 그렇지가 않다. 대화가 주를 이루는데도 이렇게 로맨틱할 수 있다니. 빈의 거리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비추는 배경도 영상미에 한 몫을 한다. 실제로 이 영화가 상영된 후 우리나라 20대 청춘들의 유럽여행 전 필수 시청 영화가 되었다고 하니 많은 이들이 공감함을 알 수 있다.

사진=비포 선라이즈 스틸컷. 출처=네이버 영화
사진=비포 선라이즈 스틸컷. 출처=네이버 영화

이 영화의 주목할 만한 부분은 비교에 있다. 남녀가 계속 만나면서 이별과 재회를 반복하는 다른 로맨스 영화와는 달리, 하루라는 시간의 제한성이 둘의 사이를 더욱 특별하게 만든다. 순간의 만남이 영원한 그리움이 되는 과정이다. 만남과 동시에 이별이 정해져 있어서 애틋하다.

“사람들은 왜 관계가 영원해야 한다고 생각할까?” 가장 인상 깊었던 구절이다. 떠나보내기 아쉬워서? 하지만 재시는 차라리 이런 관계가 좋다고 말한다. 자신을 알수록 싫증 나고 싫어하게 될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반대로 셀린은 상대방의 모든 것을 알았을 때 비로소 사랑에 빠진다.

“가르마는 어떻게 타는지, 이런 날은 어떤 셔츠를 입는지, 이런 상황에선 정확히 어떤 얘기를 할지 알게 되면 난 그때야 비로소 그 사람을 사랑하게 될 거야” 필자는 개인적으로 연애에 있어서 안정성을 추구하기 때문에 셀린의 말에 공감한다. 하지만 과거의 연애로부터 상처받은 경험이 있다면 재시처럼 생각할 수도 있어서 양측의 입장이 이해된다. 이렇게 대사마다 본인의 인생관을 되돌아보며 자아를 찾을 수 있다.

사진=비포 선라이즈 스틸컷. 출처=네이버 영화
사진=비포 선라이즈 스틸컷. 출처=네이버 영화

설렘이 필요할 때 한 번쯤 살펴보는 영화

큰 사건 없이 대화가 주를 이뤄 지루하다는 평도 있지만, 오히려 그렇기에 현실적이면서 로맨틱하다. 명장면과 명대사를 고르기 어려울 만큼 많다. 특히 설렘이 필요한 선선한 여름밤에 봐야 하는 영화이다. 낯선 장소가 주는 긴장감과 썸 초기의 간질간질함을 느끼고 싶다면 한 번쯤 보면 좋은 작품이다.

세계 3대 영화제에서 수상했을 정도의 작품성을 인정 받은 ‘이야기’. 개봉 20주년을 맞아 재개봉했을 정도로 많은 관객의 사랑을 받았고 여전히 기억되고 있는 ‘작품’. 자신의 인생관을 되돌아보고 잔잔히 몰입할 영화가 필요하다면 ‘비포 선라이즈’를 추천한다.

김윤진 대학생기자

* "지금의 기사는 <뉴스작성기초> 수업의 결과물로 12월 5일 <사이드뷰>에 게재된 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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