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애 야간근무 빼달라”…‘학부모’보다 무서운 ‘군부모’
“우리 애 야간근무 빼달라”…‘학부모’보다 무서운 ‘군부모’
  • 한림미디어랩 The H
  • 승인 2023.01.19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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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간부들, “부대내 핸드폰 사용후 민원 늘어”…시민 설문 “잘못된 현상” 79.3%

강원도 철원에서 복무 중인 이모 중위는 최근 자신의 부대원 부모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우리 아들이 3일 연속으로 야간근무를 서 잠을 못자 피곤하다고 하니 야간근무를 빼달라”는 것이었다. 취재 결과 관리 병력의 부모로부터 이런 전화나 메시지를 받은 경우가 한 둘이 아니었다.

“우리 애는 아침에 달리기를 하고 나면 항상 어지럽다고 한다. 아침 달리기를 제외시켜 달라”, “생활관 동기인 oo과 사이가 안 좋다고 한다. 생활관을 분리시켜 달라” 등 예전에는 상상하기 힘들었던 “황당한” 요구였다.

이중위는 “지속적으로 병력 숫자가 감소하고 있고 부대 내 인원이 적다 보니 근무를 며칠 연속으로 편성할 수 밖에 없다”며 “모든 인원에게 공정한 근무를 편성하려고 애쓰고 있는데 이런 연락을 받으니 어처구니없고 요즘 초등학교 선생님이 이런 기분일까라는 생각마저 들었다”고 했다.

이중위는 “이런 요구가 들어오면 부대 내에서는 들어주라는 분위기다. 괜히 긁어 부스럼 만들지 말자는 것”이라며 “해당 인원의 부모나 친구들이 민원을 넣으면 오히려 문제가 커진다. 간부들 사이에선 학부모보다 군부모가 무섭다는 말도 생겼다”고 토로했다.

또, 일선 병력을 관리하는 간부들 사이에서는 핸드폰 사용으로 병사들의 부대 내 일상이 가족·친구·지인 등에 공유되다 보니 민원 사항이 많아졌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작전의 일환인 근무나 체력 강화를 위한 훈련을 제외시켜 달라는 민원 등에 대해서는 “이런 민원이 하나둘 모이다 보면 우리 군의 전투력 약화가 심하게 우려된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군 간부에게 황당한 요구 사항을 보내는 일부 군부모. 시민들은 이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일반 시민 135명을 대상으로 ‘일부 군부모들의 이런 요구 사항을 어떻게 생각하는가’를 물어본 결과, “무리한 요구”라는 응답이 80.7%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부모로서 할 수 있는 요구”라는 반응은 10.4%에 그쳤다.

또, ‘이런 현상이 잘못됐다고 생각하는가’는 질문에도 “그렇다”는 반응이 79.3%,로 대세를 이뤘다. “그렇지 않다”는 응답은 6.7%에 불과했다. 흥미로운 것은 “잘 모르겠다”는 응답도 14%를 기록한 것이다. 국가 방위라는 국민 기본 임무의 중요성과 자녀 보호가 우선인 부모의 입장 사이에서 갈피를 잡지 못한 반응으로 볼 수 있다.

현재 자녀를 군대에 보낸 춘천시 퇴계동에 거주하는 임모(51)씨는 “군대에 보낸 자식이 걱정되고 훈련이나 근무가 힘들다는 말을 한다면 가슴이 찢어지는 게 부모 마음”이라며 “그럼에도 나라를 지키기 위해 갔으니 그에 맞는 훈련과 근무를 하는 건 당연한 것이다. 자기 자식이 근무에서 빠지면 누군가 그걸 대신할 것인데 자기 자식은 고생하면 안 되고 남의 자식은 고생해도 된다는 것인가”라고 말했다.

서울시 강동구에 거주하는 예비군 7년차 정모(30)씨는 “이런 군대가 전쟁이 나면 싸울 수 있는 군대일지 의문”이라며 “불과 몇 년 전만해도 상상도 못할 일이 군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 같다. 상당히 잘못된 현상이라 생각하고 이런 요구는 군에서도 들어주면 안 된다고”고 말했다.

권대근 대학생기자

* "지금의 기사는 <탐사보도 캡스톤디자인> 수업의 결과물로 12월 13일 <사이드뷰>에 게재된 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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