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려도 집행유예"... 마약전문 로펌의 민망한 '호황'
"걸려도 집행유예"... 마약전문 로펌의 민망한 '호황'
  • 한림미디어랩 The H
  • 승인 2023.01.10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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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사 출신 전관 변호사 내세워 감형 방법 홍보, 강경한 사법적 대응 필요
사진='마약전문변호사'를 포털사이트에 검색하면 나오는 로펌 홍보물들 캡쳐
사진='마약전문변호사'를 포털사이트에 검색하면 나오는 로펌 홍보물들 캡쳐

마약사범이 급증하면서 이른바 '마약전문변호사'까지 호황을 누리고 있다. 마약을 투약·판매해도 거액을 들여 전관 변호사를 선임, 감형·집행유예를 받는 경우가 늘어 보다 강경한 사법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최근 일반 회사원·가정주부 등 평범한 사람들까지 투약층이 확대되는 등 마약범죄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특히 10대와 20대가 차지하는 비율은 2020년 21.7%에서 2021년 36.8%로 대폭 증가했다. 10대 마약사범은 450명으로 10년 전(41명)과 비교하면 10배 이상 늘었다.

이런 증가세는 마약 밀수∙유통이 갈수록 확대되고 있는 현실과 일맥상통한다. 법무부에 따르면 지난해 적발된 마약 밀수량은 1272kg으로 지난 2017년 69kg에서 무려 18배 이상 증가했다.

마약시장 호황 속에 마약 사범 처벌을 위한 법망을 교묘하게 빠져나오는 일명 '법꾸라지'를 돕는 법률 서비스 또한 활개를 치고 있다.

인터넷에서는 승소 사례를 홍보하는 로펌들의 홍보물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한 로펌의 인터넷 사이트에서는 대마초를 투약하고 중독돼 강도가 센 마약을 투약, 돈을 벌어보고자 판매까지 한 마약사범이 집행유예를 받았다고 내세웠다.

이 로펌의 홍보가 사실이라면 마약 투약, 더 나아가 판매까지 한 마약사범도 집행유예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소지만 해도 처벌' 대상이 되는 법의 원칙과 현실의 괴리를 보여주는 것이다.
     
마약은 단순 소지한 경우에도 5년 이하 유기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며 중독성이 강해 재범률이 높아 처벌과 치료를 병행하도록 하는 치료감호를 우선으로 한다. 

이처럼 처벌 규정이 엄격해 보이지만 포털사이트에 '마약전문변호사'를 검색하면 마약 범죄를 저질러도 형량을 줄이거나 집행유예 해준 경력을 앞세운 로펌들의 홍보가 쏟아진다. 본인 의도로 약물 투약·판매 등 범죄를 저지른 이에게 '형량 줄이는 법'을 알려주는 홍보 행위는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일부 로펌은 판사 출신의 전관 변호사를 내세워 경찰 수사 과정의 허점을 노려 형을 줄이는 시도도 불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넷플릭스에서 남미에서 마약 조직을 운영하던 한국인의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 <수리남>이 인기를 끈데다, 마약 거래 적발 증가 소식이 보도되면서 '마약청정국'으로 알려졌던 우리 사회에서 마약이 사회 이슈로 부상하고 있다.

마약범죄는 재범률이 높고 다른 2차 강력범죄로도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빠른 수사와 검거도 중요하지만, 이후 처벌과 재활 과정에도 보다 강력한 사회적 의지가 집결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유송이 대학생기자

* "지금의 기사는 <헬스저널리즘 입문> 수업의 결과물로 11월 21일 <오마이뉴스>에 게재된 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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