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 흉기 버젓이... TV는 안 되는데 OTT는 된다?
음주, 흉기 버젓이... TV는 안 되는데 OTT는 된다?
  • 한림미디어랩 The H
  • 승인 2022.12.19 08:4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흉기·흡연 장면 등 노출 수위 제각각, OTT 자율등급제 실시로 간극 커질 듯

영화·드라마 등의 미디어 콘텐츠를 인터넷을 통해 제공하는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인 OTT(Over The Top) 플랫폼의 자체 제작 영상물과 TV 방송 콘텐츠의 심의 기준이 달라 멀티미디어 이용자를 유해 콘텐츠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콘텐츠 심의 기능이 혼선을 빚고 있다.

관계 법령에 따르면 OTT 콘텐츠는 정보통신망법에 따라 영상 등급위원회(아래 영등위)의 등급 심의를 받는다. TV로 방영되는 드라마 등 콘텐츠는 방송법의 규제를 받으며 방송통신심의위원회(아래 방심위)에서 심사받고 있다.

이처럼 적용법과 심의기관이 다르다 보니 허용되는 영상 소재와 노출 장면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도 다르다. TV 방송 기준으로는 19세 판정을 받아야 할 장면이 OTT에서는 15세 관람가 판정을 받는 등 OTT의 영상물들은 대체로 방송 콘텐츠보다 약한 기준의 적용을 받아 제작, 유통되는 추세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흡연 장면이다. 15세 이상 관람가인 넷플릭스 드라마 <D.P.>에는 전체 6편 작품 중 5개 편에서 담배에 불을 붙여 흡연하는 장면이 아무런 화면처리 없이 그대로 등장한다.

같은 시청 등급인 JTBC 드라마 <알고 있지만>에서는 담배를 손으로 가려 흡연 모습이 노출되지 않게 하는 장면이 나온다. JTBC 드라마 <부부의 세계>는 19세 이상 관람가임에도 담배를 입에 물었다가 불은 붙이지 않는 등 최대한 흡연 장면을 직접 노출하지 않으려는 노력의 흔적들을 엿볼 수 있다.

사진= JTBC 드라마 '알고 있지만'의 1화 장면. 담배에 불을 붙이는 행동을 취한 후 흡연 장면은 손으로 가리는 식으로 연출했다. 출처=티빙
사진= JTBC 드라마 '알고 있지만'의 1화 장면. 담배에 불을 붙이는 행동을 취한 후 흡연 장면은 손으로 가리는 식으로 연출했다. 출처=티빙
사진= 넷플릭스 시리즈 드라마 의 2화 장면. 여러명이 흡연하는 장면을 그대로 노출하고 있다. 출처=넷플릭스
사진= 넷플릭스 시리즈 드라마 의 2화 장면. 여러명이 흡연하는 장면을 그대로 노출하고 있다. 출처=넷플릭스

TV 드라마에서 흡연 장면을 이렇게 다루는 것은 방송법에 따라 방심위의 방송 심의에 관한 규정을 따르기 때문이다. 방송심의규정 제28조(건전성)에서는 '음주, 흡연, 사행행위, 사치 및 낭비 등의 내용을 다룰 때는 이를 미화하거나 조장하지 않도록 그 표현에 신중을 기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반면 정보통신망법에는 흡연 노출과 관련한 조항이 따로 제정돼 있지 않다.

드라마 내에서 사용되는 흉기의 노출 방식에도 차이가 있다. 19세 이상 관람가 판정을 받은 tvN 드라마 <블라인드>의 1화에는 사람에게 해를 입히기 위한 용도로 사용되는 흉기에 전체 모자이크 처리가 됐다. 동일 등급의 JTBC 드라마 <인사이더> 역시 둔기 일부에 모자이크 효과를 적용했다.

그렇다면 OTT 속 흉기들은 어떨까.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에서는 출연자들이 칼과 같은 흉기를 든 모습이 여과 없이 등장한다. 최근 넷플릭스에서 개봉한 <수리남>도 상해를 입히는 용도로 사용되는 도끼와 칼 등을 휘두르는 모습이 모자이크 처리 없이 송출됐다. 

이는 방송 콘텐츠는 '범죄의 흉기 묘사에 신중히 처리해야 한다'라는 규정이 방송법 제38조(범죄 및 약물 묘사)에 마련돼 이의 적용을 받지만, OTT 콘텐츠는 관계 법령인 정보통신망법에서 흉기 묘사에 대해 아무런 규정을 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TV 방송 콘텐츠는 방송법에 근거해 방송에서 노출할 수 있는 표현이 제약되고, 방심위는 이 법적 근거를 바탕으로 주제, 폭력성, 선정성, 언어 사용, 모방위험의 5가지 기준으로 콘텐츠 심의를 한다.

그러나 OTT 콘텐츠의 기준이 되는 정보통신망법에서는 불법 정보 유통이나 유해 사이트 등에 대한 규제를 주로 다루기 때문에 콘텐츠 자체의 심의 기준은 상대적으로 미미하다.

영비법 개정에 커지는 간극

한편 지난 7일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아래 영비법)의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 OTT 영상물에 대한 자율 등급제가 시행될 것으로 보인다. 이제는 영등위의 심의 없이 자체적인 등급 분류를 통해 콘텐츠를 유통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에 OTT 업계 관계자들은 환영의 목소리를 높였지만, 한편으로는 TV 영상물의 심의 기준과의 간극이 더욱 커질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메조미디어 2022 OTT 업종 분석 리포트에 따르면 국내 OTT 시장 규모는 지난 3년 내 이용률이 대폭 상승, 지난해에는 1조 원대에 달했다. 갈수록 소비자들이 느는 추세인 매체에서 소비자들에 유해한 콘텐츠의 심의가 더 약하게 이뤄지는 것은 아이러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도준호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는 "OTT 콘텐츠는 현행법상 방송 서비스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방송보다 완화된 기준이 적용되고 있다"며 "OTT의 영향력이 증가하면 관련 법체계의 변화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OTT를 포괄하는 규제정책의 개편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도 교수는 자율등급제의 시행으로 TV 방송과 OTT의 심의 간극이 커지는 것 아닌가에 대한 질문에는 "현재로서는 차별적인 대우가 불가피하다"라고 말했다.

멀티미디어 시대에 소비자는 한 휴대폰으로 모자이크 처리된 흉기와, 칼날이 선명하게 드러나는 흉기를 든 출연자들의 모습을 연달아 볼 수 있게 돼, 심의 기능의 존재 이유에 대해 의문을 품는 시간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소현 대학생기자

* "지금의 기사는 <탐사보도 캡스톤디자인> 수업의 결과물로 11월 9일 <오마이뉴스>에 게재된 바 있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