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칼협’,‘알빠노’, 인터넷 유행어들 ‘눈살’
‘누칼협’,‘알빠노’, 인터넷 유행어들 ‘눈살’
  • 한림미디어랩 The H
  • 승인 2022.12.14 0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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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문제 지적 때마다 “네 선택 탓” “내 알바 아니다”, 공감능력 결핍 ‘여실’

‘누칼협’,‘알빠노’ 등 한국 사회의 공감 능력 결여를 암시하는 유행어들이 인터넷상에서 떠돌아 사회적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최근 커뮤니티에서 유행하는 ‘밈(meme; 인터넷에서 파생되어 사용되는 유행어 혹은 콘텐츠를 총칭하는 말)’은 ‘누칼협?(누가 칼 들고 협박이라도 했냐?)’ ‘알빠노(내 알 바냐?)’가 대표적이다.

‘누칼협’은 업무나 사회 등에서 겪는 고통과 불만을 토로하는 사람에게 “그건 네가 선택한 거니까 네가 알아서 감당해라”라는 의미가 담긴 무척 냉소적인 말이다. 예를 들자면 특정 직업을 가진 사람이 해당 직업을 갖고 마주한 부당한 것들에 대해 불만을 이야기하는 경우에 이에 대해 사람들은 “누가 너한테 그 직업 하라고 칼 들고 협박이라도 했냐?”라며 불합리한 사회 구조가 아닌 순전히 그러한 선택을 한 개인을 탓한다.

“알빠노(그게 내 알 바냐?)” 또한 비슷한 맥락이다. 누군가가 사고나 불행 등을 겪었다는 소식에 “그것이 내 알 바냐?”라며 비극적 일들에 대해 전혀 공감하지 않고 냉소적으로 응답한다. 이러한 인터넷 밈은 더 이상 웃음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최근 핼러윈 축제 기간에 수많은 인파가 몰리면서 발생한 이태원 압사 사고에서도 해당 밈들은 어김없이 등장했다. 더불어 수많은 사망자와 피해자가 발생한 사고에 대해서 “왜 거기에 가서 그런 사고를 당하느냐” “서양 문화인 할로윈을 왜 챙겨서 그런 일을 당하느냐” 등 피해자들에 대한 공감이 결여돼 있는 악성 댓글들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이런 사회의 모습에 대해 부산 해운대구에 사는 직장인 A(26)씨는 "확실히 사람들이 개인주의적 성향이 강해진 걸 느낀다"라며 "'나만 아니면 된다'는 경향의 사고가 많아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혐오 사회'가 어디서부터 시작됐는지 모르겠는데 어느 순간 엄청 커진 것 같다"며 "경제적으로 사회가 어려워지다보니 사람들이 여유가 부족해진 것도 이유가 아닐까"라고 개인 의견을 전했다.

경기도 용인에 사는 직장인 B(35)씨는 "과거 우리가 이웃에게 공감을 했던 것은 같은 공간에 살고 얼굴을 마주치고 나와 비슷하게 같은 문화를 향유하는 같은 사람이라는 인식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며 "이와 달리 인터넷 안에서 상대방은 그런 인식이 없이 그저 '소비'의 대상으로 분노나 혐오 표출을 쉽게 할 수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과연 '누칼협'이나 '알빠노'가 과거에는 없었을까 하는 의문도 든다"며 "단지 이전부터 있던 것들이 인터넷이라는 매체를 통해 너무나 쉽게 전달되고 소비되고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누칼협'과 '알빠노'는 사회 구조의 문제를 언급하기 어렵게 만든다. 문제를 제기하면 냉정하게 '개인의 선택'의 문제로 치부해 버린다. 사회가 구성되기 전에 사람이 있다. 사람이 건강해야 사회가 건강하다. 지금의 대한민국은 너무 뜨겁거나 차갑다. 공감이 결여된 모습과 함께 무조건적 공감과 선택적·과잉 공감도 경계해야 한다. 혐오가 판치고 공감이 결여된 한국 사회는 어느 때보다 더욱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

김성준 대학생기자

* "지금의 기사는 <탐사보도 캡스톤디자인> 수업의 결과물로 12월 7일 <사이드뷰>에 게재된 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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