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힘들 줄이야... 일회용품 끊기 챌린지의 가장 큰 고비
이게 힘들 줄이야... 일회용품 끊기 챌린지의 가장 큰 고비
  • 한림미디어랩 The H
  • 승인 2022.12.09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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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기자의 체헐리즘] 물티슈 대신 행주, 배달도 용기 들고 가 주문… 세밀한 제도보완 필요
사진=기자가 3일 동안 배출한 1회용품들이다.
사진=기자가 3일 동안 배출한 1회용품들이다.

36톤. 국내 연간 1회용품 사용량의 무게다. 코로나19 이후 마스크 사용량이 많아지면서 1회용품 소비는 더욱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플라스틱 사용 총량은 1회용품이 아닌 것까지 포함할 경우 2019년 733톤에서 2020년 848톤으로 15.8%가 증가했다.

이처럼 날로 심각해지는 1회용품 소비 증가 추세에 정부도 '환경 보호 및 탄소 중립'을 기치로 1회용품 규제 강화에 나서고 있다. 환경부는 최근 중소형 매장에서도 비닐봉투·종이컵·플라스틱 빨대 등의 취급을 규제하는 대책을 내놓았다. 지난 2019년 대형매장의 비닐봉투 사용 금지 이후 첫 확대 조치인 것이다. 당초 오는 24일부터 실시할 예정이었으나 방침을 바꿔 1년간 계도기간을 두기로 했다.

이 제도가 실시되기에 앞서 1회용품 없는 삶이 어떠할지, 어떤 세밀한 조정이 필요할지 탐색하는 차원에서 기자가 먼저 '1회용품 일주일 안 쓰기 챌린지'에 참여해 봤다. 

챌린지에 들어가기 앞서 3일 동안 배출한 1회용품을 모아봤다. 평소 아무 생각 없이 먹는 물, 음료수조차 1회용품 소비와 직결돼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이외에도 나무젓가락·물티슈 등 자잘한 1회용품들도 다수 배출됐다. 모아놓고 보니 10L 비닐봉투가 꽉 찼다. 앞으로 일주일 동안 좋아하던 음료수도 끊어보리라 다짐하며 도전을 시작했다.

시작하자마자 발목을 잡은 것은 1회용 물티슈였다. 챌린지 시작과 동시에 한 번에 2장씩 뽑아 쓰던 물티슈가 소중하게 느껴졌다. 지난 2019년 한국생활과학회 학술대회에 발표된 1회용품 사용 규제 정책이 환경보호에 대한 대학생의 의식 수준에 미치는 영향 연구에 따르면, 대학생들이 일주일 동안 가장 많이 사용하는 일회용품은 일회용 티슈, 테이크아웃 컵(종이컵), 나무젓가락 순으로 나타났다. 사용 이유로는 '처리가 편리하다'(53.7%)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물티슈 대신 행주, 종이컵 대신 텀블러

사진=물티슈 대신 행주를 쓰는 모습이다.
사진=물티슈 대신 행주를 쓰는 모습이다.

실제로 기자가 일상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1회용품도 물티슈였다. 하루에 5장 이상 쓰는 것은 기본이다. 연구 결과처럼 '처리가 간편하다'는 게 이유였다. 대용품으로 행주를 찾았다. 때마다 행주를 빨아 쓰는 게 다소 귀찮았지만, 이를 통해 일주일 동안 최소 35장의 물티슈를 아낄 수 있으니 못할 것도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에 귀찮았던 것은 사실이지만 3일 정도 계속해서 행주를 쓰니 익숙해진 덕에 크게 어렵지 않다고 느꼈다.

1회용품을 사용할 수 없으니 당장 밖에서 커피를 마시는 것조차 문제였다. 사진과 같이 스터디 카페에는 대개 이렇게 1회용품과 커피, 다과 등이 마련돼 있다. 평소였다면 자연스레 종이컵에 손을 뻗어 커피를 담았겠지만, 이번 한 주 동안은 그럴 수 없었다.

집에서 미리 챙겨온 텀블러를 꺼냈다. 그러나 커피 기계가 1회용품 크기에 맞춰져 있어 텀블러에 커피를 담는 게 쉽지 않았다. 구조상 입구에 텀블러가 잘 맞춰지지 않아 커피가 흘러버렸다. 어쩔 수 없이 커피 기계 이용을 포기하고 옆에 있던 분말 커피를 이용했다. 휴게실 한 켠에는 텀블러 사용 권장 팻말이 있었지만, '텀블러로 커피 기계를 이용할 수 없는데 어떻게 사용하라는 것일까' 의구심이 들었다.  

사진=크기가 맞지 않아 1회용품 외에는 커피 기계 이용이 어렵다.
사진=크기가 맞지 않아 1회용품 외에는 커피 기계 이용이 어렵다.

일주일 1회용품 쓰지 않기 챌린지를 시작하면서 막막했던 부분은 '배달 음식'이었다. 자취하는 대학생 입장에서 배달 음식을 먹지 않는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대부분의 배달 음식은 플라스틱 용기에 포장된다.

이참에 배달 음식도 같이 끊어보자는 심정으로 며칠 동안 학식과 집에 있는 각종 반찬들로만 끼니를 해결했다. 그렇지만 매 끼니를 그렇게 해결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결국 고민 끝에 직접 가게에 가서 음식을 받아오기로 했다.

집 근처 A 돈까스 식당에 플라스틱 용기에 음식을 받을 수 있는지 전화로 사전에 양해를 구하고, 플라스틱 용기와 가방을 챙겨 집을 나섰다. 그간 전화 한 통이면 따뜻한 음식이 담긴 비닐봉지가 집 앞에 놓여 있던 것을 떠올리면 이 과정이 꽤 번거롭게 느껴졌다.

가게에 도착해 미리 준비한 플라스틱 용기를 건네고 여기에 음식을 담아달라고 부탁했다. 기자가 평소에 이렇게 부탁하는 손님들이 있는지 묻자, 식당 사장님은 "가끔 가다 한 번씩 있다"고 전했다. 그 말을 들으니, 집에서 나올 때 귀찮다고 생각한 것이 부끄럽게 느껴졌다.
  
1회성 도전이 아니라 일상 속에서 플라스틱 줄이기를 지속적으로 실천하는 사람들도 있구나 하는 생각에 말이다. 기본적으로 제공되는 비닐봉지와 나무젓가락은 괜찮다고 사양한 뒤, 챙겨온 가방 안에 음식을 담고 가게에서 나왔다.

사진=기본 돈까스 구성에서 샐러드, 김치 등이 빠진 모습이다.
사진=기본 돈까스 구성에서 샐러드, 김치 등이 빠진 모습이다.

이번에도 아쉬운 점은 존재했다. 포장 시 플라스틱 용기에 담기는 음식 구성은 돈까스, 밥, 샐러드와 김치 등이다. 그런데 가게에서 제공하는 플라스틱 용기가 아니다 보니 나머지 샐러드와 김치 등을 받을 방법이 없어 돈까스와 밥만 포장해왔다.

같은 값을 지불했지만 다른 음식을 받아야 한다는 사실에 손해를 보는 느낌마저 들었다. 1회용품 사용을 안 하니 당연하게 받을 서비스를 못 받는 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음식물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에서는 음료 용기·식기 등을 세척해 다시 쓰는 일들이 추가돼야 함을 알려주는 대목이다.
      
평소 기자는 일주일에 최소 두 번은 카페에 들른다. 원래 같았으면 당연하게 1회용 컵에 커피를 담아왔겠지만, 이번에는 텀블러를 들고 카페에 방문했다. 결제할 때 텀블러를 이용해 혜택으로 300원 할인을 받을 수 있었다.

기자가 방문한 카페 외에도 대부분의 프랜차이즈 카페는 100원부터 많게는 1000원까지 텀블러 할인을 제공한다. 이른바 '플라스틱 제로' 정책의 일환이다. 이 정책을 식당으로 확대, 다회용 용기에 포장하면 할인해주는 등 자연스럽게 소비자들의 '플라스틱 제로' 참여를 격려하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진=카페에서 개인 텀블러에 커피를 포장했다.
사진=카페에서 개인 텀블러에 커피를 포장했다.

챌린지를 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것은 물을 마시는 것이었다. 챌린지 시작 전 기자는 3일 동안 2개의 물 페트병을 배출했다. 사실 자취방 빌딩에 정수기가 있음에도 매번 물을 떠오는 것이 귀찮아 매번 물을 시켜 먹었다.

그렇지만 일주일 동안 플라스틱 배출을 줄이기 위해 물을 직접 떠 왔다. 집에서뿐만 아니라 학교에서도 매일 텀블러를 챙겨 물을 떠 마셨다. 그동안 학교에서 종이컵에 물을 마셨던 것이 얼마나 편리한 일이었는지 새삼 느끼는 순간들이었다. 이런 수고를 통해 일주일간 챌린지를 통해 물로 인해서만 최소 종이컵 7개, 페트병 4개 혹은 그 이상을 아낄 수 있었다.
  
고백건대 1회용품 챌린지는 완전히 성공했다고 말할 수 없다. 매일같이 1회용 마스크를 썼기 때문이다. 챌린지 시작 당일, 다회용 마스크를 사고자 집 근처 약국에 들렀다. 둘러보니 1회용 마스크만 있을 뿐 다회용 마스크는 없어 약사에게 문의했다.

약사는 "요즘 모두 1회용 마스크를 쓴다"며 "다회용 마스크는 방한용밖에 없고 이 마스크는 바이러스를 제대로 막아주지 못한다"고 말했다. 약사의 의견을 듣고 다회용 마스크 사용은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국내에도 빨아서 재사용해도 향균 기능이 그대로 유지되는 마스크도 존재한다. 그러나 아무 약국에서 손쉽게 구하기 힘들다. 친환경 다회용 마스크 이용 확대 등 친환경적으로 코로나19를 예방하려는 사회적 노력도 필요해 보인다.  

사진=B약국에서 판매 중인 방한 목적 다회용 마스크다.
사진=B약국에서 판매 중인 방한 목적 다회용 마스크다.

실질적인 성과 얻기 위해 세밀한 단계적 접근 필요

규정상 카페 및 식당은 종이컵, 플라스틱 빨대 등 1회용품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편의점에서는 비닐봉투의 비치 자체도 금지된다. 구체적으로 ▲종이컵·플라스틱빨대·젓는막대의 식품접객업·집단급식소 매장 내 사용 금지 ▲비닐봉투의 종합소매업 등에서의 사용금지) ▲1회용 플라스틱 응원용품의 체육시설내 사용금지) ▲우산비닐의 사용금지 등이 규제될 예정이다.

환경부는 "최근 커피전문점 등에서 1회용품 사용이 일상화된 상황에서 오는 24일부터 시행되는 1회용품 줄이기가 현장 부담을 줄이면서도 실질적인 감량 성과를 얻기 위해서는 세밀한 단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며 "새로이 확대·강화되는 이번 조치는 11월 24일부터 시행하되 1년 간의 계도를 통해 제도를 안착시킬 계획"이라고 밝혔다.

일주일 동안 먼저 일회용품이 없는 삶을 살아본 결과, 바뀔 제도와 현실의 충돌에서 불편함을 느끼는 순간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었다. 1회용품을 일상에서 대체할 방안을 찾아가는 과정에는 새로운 습관 형성을 위한 시민들의 초기 불편도 감수해야겠지만, 세밀한 제도보완과 다회용 용기 사용 활성화를 위한 정책과 산업 차원의 다각적인 모색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갖게 했다.

전민 대학생기자

* "지금의 기사는 <탐사보도 캡스톤디자인> 수업의 결과물로 11월 26일 <오마이뉴스>에 게재된 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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