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쫄, 씹뱉 공유합니다" 뼈말라에 빠진 10대 청소년들
"무쫄, 씹뱉 공유합니다" 뼈말라에 빠진 10대 청소년들
  • 한림미디어랩 The H
  • 승인 2022.12.07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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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도적 섭식장애 추구하며 몸에 해로운 극단적 방법 공유... 전문가들 '미디어 문제' 지적

10대들 사이에서 먹고 토하기 등 건강에 해롭고 극단적인 방법으로 마른 몸을 만드는 일명 '프로아나' 집단이 늘고 있어 사회의 관심이 요구된다. 

프로아나는 찬성하다라는 뜻의 프로(pro)와 거식증이라는 뜻의 아노렉시아( anorexia)가 합쳐진 합성어 프로아노렉시아(pro-anorexia)의 줄인 말이다. 거식증을 추구하고 섭식장애의 치료를 거부하는 사람들을 뜻한다. 이들은 극도로 마른 몸, 일명 '뼈말라'를 미적 대상으로 삼고 동경하며, 살을 빼기 위해 일상에서 극단적인 방법을 사용하고 이를 서로 공유한다. 

심각한 문제는 자신을 프로아나로 규정한 이들이 성인이 아닌 성장기의 10대 여성 청소년들 사이에서 발견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국민관심질병통계에 따르면 2021년 신경성 식욕부진증(섭식장애)으로 내원한 환자는 총 2201명이며, 그중 여성 환자가 1648명으로 약 75%에 해당한다. 여성 환자 중 10대 청소년은 약 24%(400명)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더 주목해야 할 대목은 프로아나가 10대 사이에서 하나의 문화로 번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전에는 프로아나가 '섭식장애를 겪고 있지만 치료를 거부하는 집단'이었다면, 지금은 마른 몸을 갖기 위한 일종의 다이어트 방법으로 여겨지는 분위기다.

이배훈 밝은마음 심리치료센터 소장은 "10대 여성 사이에서 프로아나가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며 "이들은 거식증을 병적인 증상으로 생각하기보다 하나의 긍정적인 삶의 양식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사회적관계망서비스(SNS)에 프로아나가 되는 방법 등을 공유하거나 작성해 소액의 돈을 받고 판매하기도 한다. 먹토 잘하는 법, 무쫄 후기, 먹임 피하기 등이 그 대표적 예다.

먹고 토하기, 일명 '먹토'는 단식 중 식욕을 참지 못한 사람들이 일단 음식을 먹은 뒤 다시 토해내 살이 찌는 것을 방지하는 방법이다. 어떻게 하면 먹토를 잘할 수 있는지, 부모님께 들키지 않고 먹토하기, 먹토하기 좋은 음식 등 자기 경험과 팁을 나누고 공감한다.

'무쫄'은 무식하게 쫄쫄 굶기의 줄임말로, 물이나 곤약젤리 등을 제외한 모든 음식을 일정 기간 먹지 않는 것이다. '먹임 피하기'는 설날·추석과 같은 연휴, 혹은 지인과 만나는 자리에서 상대의 음식 권유 상황을 모면하는 방법을 다양하게 제시한다.  

사진= 프로아나들 사이에서 공유되는 변비약들. 일반 약국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것들이다.
사진= 프로아나들 사이에서 공유되는 변비약들. 일반 약국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것들이다.

이들은 살을 빼기 위해 보조제로 몇 가지 약을 먹기도 한다. '나비약'이라고 불리는 식욕억제제 디에타민, 잔트렉스 등과 변비약이다. 나비약의 경우 마약류로 지정된 식욕억제제로 16세 이상만 처방 후 복용 가능해 15세 이하 청소년들이 온라인상에서 대리구매로 약을 구하는 모습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해 11월 마약류 식욕억제제(디에타민 등)를 온라인 게시글을 통해 판매·양도·알선한 147건을 적발했다. 이중 반복해 위반한 판매자의 정보를 수사기관에 제공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배훈 소장은 "먹토는 소화기관에 손상을 가져올 수 있고, 나비약은 펜터민 성분의 마약류 독성 물질로 장기간 복용 시 환각 증상이나 심각한 정서적인 문제를 동반할 수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잔트렉스의 경우 손발이 떨리거나 저림·가슴 압박·불면·우울·소화불량 등 신체적 정서적 부작용이 따를 수 있다.  

심리상담 기관 누다심센터의 섭식장애 전문 김윤아 상담가는 "프로아나가 문화화되고 있는 현상은 미디어의 영향이 가장 크다"며 "여성 청소년들에 인기 있는 여자 연예인들의 경우 굉장히 마른 몸을 갖고 있다. 그런 모습이 마치 성공한 삶, 시대의 아이콘으로 포장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상담가는 "그렇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마른 몸을 가져야 한다는 생각을 은연중에 갖게 되고 그것이 살을 빼야 한다는 강박으로 이어져 프로아나를 접하게 한다"고 지적했다. 

미디어에 반영된 이미지의 사회화를 통해 프로아나의 문화가 가속되고, 그로 인해 잘 먹고 잘 커야할 10대들이 왜곡된 성장의 길을 가는 것 아닌지, 어른들의 관심이 필요한 때다.

이소현 대학생기자

* "지금의 기사는 <헬스저널리즘> 수업의 결과물로 11월 5일 <오마이뉴스>에 게재된 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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