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됐고 자존감 먼저... 10년 만에 돌아온 여자아이돌 전성시대
사랑 됐고 자존감 먼저... 10년 만에 돌아온 여자아이돌 전성시대
  • 한림미디어랩 The H
  • 승인 2022.12.05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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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사엔 러브라인 대신 강한 여성상·가상세계 등 담아... 여성의 정체성 달라져
사진=2022년 11월 28일 기준 멜론 Top 100차트, 앨범 발매일이 훨씬 지났음에도 여전히 여자 아이돌들이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출처=멜론
사진=2022년 11월 28일 기준 멜론 Top 100차트, 앨범 발매일이 훨씬 지났음에도 여전히 여자 아이돌들이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출처=멜론

멜론, 지니 등 각종 음원차트에 르세라핌, 아이브, (여자)아이들 등 여자 아이돌이 상위권을 석권했다. 음악평론가들은 "여자 아이돌 전성기가 다시 돌아왔다"고 말한다. 지난 2010년대 소녀시대, 씨스타 등이 인기를 누리던 시대 이후 10여 년 만이다.

최근 새 음반을 발매한 (여자)아이들은 지난 3월 톰보이에 이어 누드(Nxde)로 발매 1주일 만에 국내 모든 음원 사이트에서 1위를 차지했다.

르세라핌은 컴백 8일 만에 총 5개 부문 빌보드 차트에 진입했다. 데뷔곡 피어리스(FEARLESS) 이후 자체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이들은 데뷔 6개월 차임에도 빠른 성장세를 보이며 가요계를 접수하고 있다는 평을 받고 있다.

10여 년 만에 다시 돌아온 여자 아이돌 전성기.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1세대 전성기 여자 아이돌들과 비교하면 뭐가 달라졌을까. 우선 그들의 노래 가사에서 확연히 느낄 수 있다.

러브 라인이 사라졌다

소녀시대·원더걸스를 비롯해 걸스데이·에이핑크·씨스타·투애니원의 가사에 공통으로 등장하는 것은 바로 '사랑'이다. 씨스타의 러빙유(Loving u) 후렴구는 사랑에 빠진 여자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조절이 안돼 내 맘 고장 나버린 heart 정신 못 차릴 만큼 Boy I'm falling in love with U~ 나 어떡해 what should I do 널 놓치면 난 안돼 사랑한다고."

이 가사처럼 2010년대 노래에는 대부분 이성과 사랑에 빠진 상황을 주로 담고 있다.

반면에 최근 데뷔한 여자 아이돌의 가사를 보면 이성애는 뒷전이다.

"Why you think that 'bout nude 'Cause your view's so rude Think outside the box. (왜 누드를 그런 의미로만 생각해, 너의 시선은 무례해, 틀에서 벗어나 생각해)."

(여자)아이들은 누드 단어를 '꾸며지지 않은 개인의 본모습'으로 재해석했다. 누드 단어 자체에 대한 외설스러운 시선을 대범하게 비꼬며 성과 외설을 동일시하는 편견에 도전했다.

본 핑크(BORN PINK)는 '태생부터 남다른 존재감을 지녔다'는 블랙핑크의 자신감이 묻어 있다. 타이틀곡 셧 다운(Shut down)은 자신감과 도발적인 모습을 드러내는 노래로 한 번 더 블랙핑크만의 카리스마를 보여주었다.

"Praying for my downfall, many have tried, baby (내가 추락하기를 바라? 많이들 그랬어)."

"Catch me when you hear my Lamborghini go vroom, vroom, vroom, vroom. (내 람보르기니가 부릉 달리는 소리가 들려? 그럼, 날 잡아봐)."

이렇듯 이들의 가사는 전형적인 러브라인에 의존하지 않고 다양한 주제에 몰입하는 모습이다.

여성의 정체성이 달라졌다

2010년대에 가사에 그려지는 여성은 수줍은 소녀의 모습이었다. 소녀시대의 '지(Gee)'는 한 남자를 짝사랑하고 있는 여자의 모습을 담았다. "말도 못했는 걸 너무 부끄러워하는 난 용기가 없는 걸까 어떡해야 좋은 걸까"와 "수줍은 나는 몰라 몰라 하며 매일 그대만 그리죠 친한 친구들은 말하죠 정말 너는 정말 못 말려 바보"라며 고백을 힘들어하는 소심한 여자의 모습을 그렸다.

2020년대는 사뭇 다르다. '안티프래질(Antifragile)'은 시련을 대하는 르세라핌의 당당한 태도를 이야기하고 있다. 이들은 "시련을 마주할수록 오히려 더 성장하고 단단해지겠다는 각오를 가지고 실력과 노력으로 어려움을 극복하겠다"고 말했다.

멤버 개인의 과거 서사를 담은 "잊지 마 내가 두고 온 toe shoe/ 무시 마 내가 걸어온 커리어" 가사와 함께 "더 높이 가줄 게 내가 바랐던 세계 젤 위에 떨어져도 돼 I'm antifragile"라는 후렴 가사로 자신들의 강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남성중심 사회에서 수줍은 여성으로서 존재감을 유지하는 것이 아니라 어려움을 뚫고 가는 강인함과 결합한 여성의 자아의식이 가사에 진하게 배어있는 것이다.

다양한 가상 세계의 세계관 등장

2010년대 여자 아이돌은 그룹의 이미지에 부합하는 가사들이 만들어졌다. 청순을 콘셉트로 한 에이핑크는 이에 맞는 노래를 발매했다. 데뷔곡인 '몰라요'는 10대 소녀가 남자친구에게 당찬 고백을 하는 내용의 곡이다. "한발 다가가면 두발 멀어지지만 조금 더 가까이 옆에 꼭 붙어 서서 안 놔 줄래" 등의 가사로 에이핑크 그룹의 이미지인 부드럽고 청순한 분위기를 담았다.

이후 데뷔한 여자 아이돌은 다양한 세계관으로 무대에 나오고 있다. 에스파는 데뷔부터 확실한 세계관으로 이목을 끌었다. 이들은 '자신의 또 다른 자아인 아바타를 만나 새로운 세계를 경험하게 된다'는 세계관을 기반으로 하여 다양한 노래를 내고 있다.

데뷔곡인 '블랙맘바(Black Mamba)'는 에스파와 아바타 'ae'의 연결을 방해하고 세상을 위협하는 존재가 블랙맘바라는 것을 알게 되며 펼쳐지는 모험을 담았다.

"끊임없이 말을 걸어주는 나의 에스파 이런 교감, 너의 존잰 날 다른 차원으로 이끌었지"나 "에스파는 나야 둘이 될 수 없어" 등 세계관을 나타내는 가사들이 가득하지만, 독특한 세계관은 팬들을 과몰입하게 만드는 하나의 마케팅 포인트로 사용되고 있다.

10여 년 만에 돌아온 여자 아이돌 전성시대에서 걸그룹들은 강산이 변하는 수준을 넘어 전혀 다른 세상을 노래하고 있다.

박주현 대학생기자

* "지금의 기사는 <탐사보도 캡스톤디자인> 수업의 결과물로 11월 29일 <오마이뉴스>에 게재된 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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