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리어프리(barrier free)’ 산 넘어 산
‘배리어프리(barrier free)’ 산 넘어 산
  • 한림미디어랩 The H
  • 승인 2022.11.30 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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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정류장 내에서 회전을 할 수 없도록 설계된 퇴계동의 정류장(왼쪽)과 손이 닿지 않는 버스정보조회 버튼(오른쪽).
사진=정류장 내에서 회전을 할 수 없도록 설계된 퇴계동의 정류장(왼쪽)과 손이 닿지 않는 버스정보조회 버튼(오른쪽).

장애인뿐만 아니라 모든 사회 구성원의 편의를 위해 배리어프리의 지속적 확대에 더불어 실용성도 챙겨야 한다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배리어프리는 ‘장벽을 없애다’라는 의미로 원래 건축디자인에서 장애인의 생활 편의를 높이는 설계에 적용되는 개념. 그러나 이 단어의 의미는 대폭적인 확장성을 보여 현재는 더불어 사는 사회에서 장애인을 비롯한 고령자·어린이 등 사회적 약자 전반이 건물에 대한 접근뿐 아니라, 각종 물리·제도적 장벽을 허물자는 취지의 운동으로 통하고 있다.

넓게는 주택이나 도로 등의 물리적 장벽을 포함, 텔레비전이나 신문 등의 매체로 얻는 문화 정보, 법률적 제도, 실생활 등에서도 ‘모든 사람이 이용할 수 있도록 장벽을 무너뜨려야 한다’는 움직임이 확대되는 추세다.

이런 사회적 움직임 자체는 바람직한 것이라 할 수 있겠지만, 그 시발점이었던 물리적 이동성 접근성 강화의 측면에서도 아직 우리 사회는 갈길이 멀다.

일례로, 춘천시는 지난 4월 기준 사회적 약자의 이동 편의를 고려해 시내버스 109대 중 95%에 해당하는 103대를 저상버스로 도입하는 등 배리어프리에 앞장서고 있다.

사진=장애인 등 교토약자의 이동권 보장을 위해 휠체어 탑승 편의나 공간 확보가 가능한 형태로 제작된 저상형 2층 광역 전기버스의 모습. 출처=국토교통부
사진=장애인 등 교토약자의 이동권 보장을 위해 휠체어 탑승 편의나 공간 확보가 가능한 형태로 제작된 저상형 2층 광역 전기버스의 모습. 출처=국토교통부

하지만 정작 저상버스를 이용하는 이들은 버스가 있어도 이용할 수 없다며 실용성 문제를 토로했다. 강원도장애인종합복지관이 지난 2012년부터 2021년까지, 10년에 거쳐 진행한 ‘장애인 인권 옴부즈만’ 조사에 따르면 관내 저상버스 도입률은 높았지만 운전자 탑승 교육부재와 휠체어 이동장치 고장 등의 문제가 존재했다.

복지관 관계자는 “장애인분들에게는 계단형보다 저상버스가 더 용이하지만 탑승 후 보조 미흡, 도착지 음성 서비스가 고장 등으로 지체장애인을 포함한 시각장애인 분들이 겪는 어려움도 존재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단순히 저상버스 도입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장애인 이동 장벽은 곳곳에 널려있다. 요즘 입구 경사면이나 엘리베이터가 설치된 건물이 많아져 과거보다 이동이 편리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층간 이동 경사면이 없어 화재 발생시 엘리베이터 이용이 막히게 되면 장애인의 경우 불이 난 건물 안에 꼼짝없이 갇히게 되는 것이 그 한 예이다.

장애인 화장실의 부재도 문제다. 생리현상은 모두가 겪는 기본 현상인데 엘리베이터 등이 잘 돼 있어도 이런 문제가 해결이 안 된 곳은 이동권을 제한하는 또 다른 장벽이 가로막는 셈이 되는 것이다.

배리어프리의 실용성 문제는 장애인에 국한되지 않고 사회 전반에서도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고령의 어머니를 휠체어로 모시는 전모(45)씨는 “엄마를 모시고 병원에 가보면 휠체어 이용을 고려하지 않은 좁은 경사면이나 엘리베이터가 많아 멀쩡한 시설들을 이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한다”고 전했다.

사진=장애인 등 교토약자의 이동권 보장을 위해 휠체어 탑승 편의나 공간 확보가 가능한 형태로 제작된 저상형 2층 광역 전기버스의 모습. 출처=국토교통부
사진=장애인 등 교토약자의 이동권 보장을 위해 휠체어 탑승 편의나 공간 확보가 가능한 형태로 제작된 저상형 2층 광역 전기버스의 모습. 출처=국토교통부

최근 다리를 다쳐 깁스를 한 대학생 손모(22)씨도 ‘배리어프리’ 사회의 요원함을 느끼는 케이스다. 수업 하나 들으러 가는 것도 아주 큰 일이기 때문이다. 손씨는 “다리 때문에 계단이 없는 곳으로 다녀야 하는데 건물 앞 출입구 경사면 앞에 전동킥보드나 자동차, 짐 등이 쌓여있는 경우가 많아 어쩔 수 없이 계단을 오르내려야 한다”며 또 다른 형태의 장애에 대해 언급했다. 손씨는 “대형 강의는 계단식 강의실에서 듣는 경우가 많은데 좁고 북적이는 공간에서 계단을 내려가다 보면 부딪혀 구르기라도 할까 걱정”이라며 “다치고 보니 배리어프리 공간의 중요성이 절실히 느껴진다”고 말했다.

최근 지하철역을 중심으로 진행중인 장애인 이동권 시위가 관심을 끌고 있다. 그러나, 장벽을 넘어 또 다른 장벽이 누군가에게는 존재하는 현대사회에서 배리어프리는 우리 사회가 꾸준히 안고 걸어가야 할 과제라는 인식이 더욱 필요한 시점이다.

고윤주 대학생기자

* "지금의 기사는 <헬스저널리즘 입문> 수업의 결과물로 11월 15일 <사이드뷰>에 게재된 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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