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토, 폭식, 섭식장애... 보디 프로필 촬영 뒷이야기
먹토, 폭식, 섭식장애... 보디 프로필 촬영 뒷이야기
  • 한림미디어랩 The H
  • 승인 2022.11.25 0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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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강도 다이어트·운동 뒤 촬영... 섭식장애 폭식증 등 부작용 많아

식단 관리와 운동 등으로 건강한 몸을 만들고 이를 사진으로 기록하는 보디 프로필이 관심을 끌고 있지만 다이어트 강박증, 프로필 촬영 후 폭식 등 부작용이 발생하면서 주의가 요구된다.

보디 프로필이란 수개월 동안 고강도의 운동과 철저한 식이요법을 통해 근육을 늘리고 지방을 없애 최상의 몸을 만든 후 전문적인 스튜디오에서 노출이 많은 의상을 입은 채 건강한 몸이 드러나도록 촬영하는 것을 말한다.

검색 데이터 분석 플랫폼 블랙키위에 따르면, 보디 프로필에 대한 키워드 검색량은 지난해 11월 30만 건, 올해 1월 46만 건으로 점차 증가하다가 9월에는 281만 건을 넘어섰다.

인스타그램에 '보디 프로필'을 해시태그로 설정한 게시글의 수도 10월 기준으로 392만 건에 달한다. 2030세대가 많이 찾는 '감성 카페'를 해시태그로 설정한 게시글의 수가 164만 건임을 감안한다면, 보디 프로필에 대한 관심이 상당함을 짐작할 수 있다.

문제는 단기간에 촬영을 목적으로 고강도 다이어트를 하고 체지방률을 급격히 줄이려다보니 부작용이 예고되고 있다는 점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9년 기준 20·30대 남성 표준 체지방률은 21.2%, 20·30대 여성 표준 체지방률은 29.2%이다. 그러나 블로그, 유튜브 등에 올라오는 글과 영상에 등장하는 목표 수치들을 보면 남녀 각각 5~10%, 10~15%다. 단기간에 절반 수준으로 줄이려는 '과욕'이 읽혀지는 대목이다.

실제로 보디 프로필 준비과정에서 촬영 전 부종을 줄이기 위한 과도한 염분·수분 조절과 식단 관리는 응급 탈수 현상, 영양소 불균형과 섭식 장애, 탈모·생리불순까지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피트니스센터의 촬영 강권이나 20만 원에서 40만 원 이상까지도 하는 촬영비의 부담감도 보디 프로필의 부정적인 측면으로 볼 수 있다.

사진=허모(24·여) 씨가 보디 프로필 준비 기간 중 먹은 식단. 왼쪽부터 아침, 점심, 저녁 식단 사진이다. 각 끼니 별로, 야채, 닭가슴살 소시지, 견과류 등이 포함된 식단으로, 일반식이 아닌 식단 관리를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사진=허모(24·여) 씨가 보디 프로필 준비 기간 중 먹은 식단. 왼쪽부터 아침, 점심, 저녁 식단 사진이다. 각 끼니 별로, 야채, 닭가슴살 소시지, 견과류 등이 포함된 식단으로, 일반식이 아닌 식단 관리를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보디 프로필 준비 경험이 있는 허아무개(24·여)씨는 다이어트 목적으로 운동을 시작하면서 자연스럽게 식단에 관심을 갖게 됐고, 식단에 관심을 갖다 보니 보디 프로필 준비하는 이들을 알게 돼 '열심히 노력한 결과를 눈으로 보고 싶어서' 시작한 케이스다.

허씨는 보디 프로필 준비 기간 중 아침, 저녁으로 1시간 이상 운동을 진행했다. 아침에는 닭가슴살 소시지, 고구마, 슬라이스 치즈 등 단백질과 탄수화물, 지방을 섭취했고, 점심과 저녁은 야채, 닭가슴살, 방울토마토 등이 포함된 샐러드를 먹었다.

그는 다이어트 식단을 하며 잠깐이었지만 식욕을 참기 어려워 입에 음식을 넣었다가 뱉는 '먹뱉'을 경험한 적도 있다. 회식이나 약속 장소를 갈 때 식단과 맞지 않는 메뉴를 주문할 수가 없어 난처한 상황에도 여러번 처해야 했다. 주변에서는 프로필을 준비하면서 참았던 식욕을 촬영 후 엄청난 폭식으로 해결하는 사례들이 보여 자신도 그런 유혹에 빠질까 걱정하기도 했다.

실제로 온라인상에는 음식에 대한 집착, 10kg 이상 체중 증가, 다리 부종 등 촬영 후 겪은 사례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유튜버 솜찌는 "보디 프로필 준비 기간의 억눌림과 보상심리로 인해 다이어트 강박증이 생기고, 폭식으로 촬영 이전보다 몸무게가 늘었다"고 전했다. 유튜버 채르니는 "지금의 건강한 몸을 사진으로 기념해야지라는 마음이 아니라 '보디 프로필 촬영 전까지 강도높게 다이어트를 해보자'는 생각으로 자신의 몸을 혹사하는 사람이 많다"고 지적했다.

보디 프로필은 개인에 성취감과 자신감을 준다는 장점이 있지만 단기간에 살을 빼야 하다 보니 생기는 후유증이 심각하다. '나는 왜 남들만큼 살을 못 빼지', '나는 왜 식단도 잘 못 지키고 운동도 잘못하지' 등과 같은 자책을 하게 될 수도 있다.

한림대학교 보건진료소 배미연 간호사는 "극단적인 식단 조절과 보상심리로 인한 폭식의 반복은 위험하다"며 "다이어트와 건강 관리는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함이 아닌 자신의 웰빙 증진을 위한 것으로 장기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는 보디 프로필 촬영을 위해 무분별하게 다이어트를 반복하는 것은 이롭지 않다"는 것이다.

이지원 대학생기자

* "지금의 기사는 <헬스저널리즘 입문> 수업의 결과물로 11월 4일 <오마이뉴스>에 게재된 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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