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만원 넘는데 완판... '서민 술' 소주 시장이 달라졌다
10만원 넘는데 완판... '서민 술' 소주 시장이 달라졌다
  • 한림미디어랩 The H
  • 승인 2022.10.31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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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류식 프리미엄상품 잇달아 출시, "코로나19 이후 천천히 즐기는 문화확산 탓"

오랫동안 '서민의 친구'로 자리잡아 온 희석식 소주 대신 증류식 '프리미엄 소주'가 대세로 떠오르면서 주류 판매시장에 지각변동이 예고되고 있다.

현재 주류업계의 핫이슈는 단연 프리미엄 소주. 연예인 박재범이 운영하며 화제가 된 '원스피리츠'는 GS25와 손을 잡고 지난 7월 '원소주 스피릿'을 출시했다. 기존의 주류 시장을 잡고 있던 '참이슬', '처음처럼'과 달리 증류식 소주를 내세운 이 제품은 두 달 만에 누적 판매량 100만 병을 넘어섰다. GS25는 "단일 주종으로 단기간 내에 이 정도 판매량을 올린 것은 처음"이라고 자평했다.

이에 GS25의 경쟁사인 CU, 세븐일레븐 등은 각자 자체적인 프리미엄 소주를 출시했다. CU의 경우 1945년부터 경남 창녕의 전통주 제조사인 '우포의 아침'과 손을 잡고 지난 8월 '빛소주'를 발매했다. 세븐일레븐은 가수 임창정과 함께 충북 청주의 한 전통주 제조사를 거친 프리미엄 증류식 소주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프리미엄 소주 출시에 열을 올리는 것은 편의점 업체들만이 아니다. 주류 시장의 '터줏대감'의 하나인 '참이슬'의 하이트진로는 지난 8월 '진로1924 헤리티지'를 내놓았다. '원소주 스피릿'이나 '빛소주'와 다르게 10만 원이 넘는 고가지만 초기 물량 1만5천 병이 한 달 만에 매진됐다. 반면 '처음처럼'의 롯데칠성음료는 증류식 소주에 무설탕을 더한 '새로'를 지난 9월 선보였다.

이처럼 프리미엄 소주 시장에 '춘추전국시대'가 열린 데는 제도적 개방과 코로나19의 여파가 동시에 작용했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롯데칠성음료 주류영업본부의 한 관계자는 "지난 2020년 주류면허관리법 제정으로 전보다 주류 제조 및 판매가 자유로워져 다양한 제품이 출시되고 있다. 현재 프리미엄 소주가 인기를 끄는 것은 결국 선택지가 다양해진 결과"라고 설명했다.

또한 코로나19 장기화로 비대면 사회가 오래 이어지면서 여럿이 함께 급하게 잔을 부딪히며 마시는 주류 문화가 잦아든 것 역시 한 요인이라면서 "천천히 즐기는 음주 문화가 정착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증류식 소주는) 과일소주 같은 반짝 인기와는 달리 꽤 오랫동안 이어지리라는 분석에 따라 또 다른 증류식 소주 제품을 출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박정희 정부는 1965년 식량 부족을 이유로 양곡관리법을 개정해 증류식 소주 생산을 금지한 바 있다. 증류식 소주는 밑술을 담그고 그 밑술을 증류시켜 만드는데, 밑술에는 쌀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이에 새롭게 등장한 것이 희석식 소주다. 희석식 소주는 녹말을 발효시키고 연속 증류해 얻어낸 95% 에탄올에 물과 감미료를 첨가해 만든다. 현재 주류 시장을 점령하고 있는 소주 대부분이 희석식 제품이다.

이후 1995년 소주 원료가 다양화되고 알코올 도수 제한이 철폐되면서 업계에 숨통이 트이게 된다. 오늘날 프리미엄 소주 열풍의 밑거름이 된 셈이다.

한편, 전통주를 향한 관심이 최근 들어 증가하면서 전통주 기준을 완화하기 위한 주세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 현행법은 ▲주류부문의 국가무형문화재와 시‧도무형문화재의 보유자가 면허를 받아 제조한 술 ▲주류부문의 식품명인이 제조한 술 ▲해당 지역에서 생산한 농산물을 주원료로 제조한 술만 전통주로 취급한다.

이에 따라 증류식 소주 '화요'는 국내산 쌀을 이용해 전통 기법으로 빚기 때문에 전통주가 될 수도 있지만 제조사가 농업법인이 아니어서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후 대학생기자

* "지금의 기사는 <헬스저널리즘> 수업의 결과물로 10월 20일 <오마이뉴스>에 게재된 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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