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취해소', 2년 후에는 제품에 못 쓴다?
'숙취해소', 2년 후에는 제품에 못 쓴다?
  • 한림미디어랩 The H
  • 승인 2022.10.11 0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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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약처, 2024년까지 과학적 근거 입증 못하면 규제... 3천억 시장, 제조사 대책 마련 고심
사진=편의점에 진열된 숙취해소제
사진=편의점에 진열된 숙취해소제

많은 사람들이 회식이나 술자리 전후로 숙취해소제를 찾는다. 그러나 2년 뒤에는 편의점 진열 매대 어디서나 쉽게 찾을 수 있는 이 드링크류의 용기병에서 '숙취해소'라는 표현이 사라질지도 모른다.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는 숙취해소제의 효능에 대한 임상적 근거 미약을 근거로 지난 2020년 12월 일반식품 기능성 표시제 시행 및 규제강화를 발표했다.

숙취해소제가 음주로 인해 생기는 증상을 일시적으로 완화할 수는 있으나 제품이 주장하는 효능에 대한 과학적 근거가 미흡하고, '일반식품'으로 분류된 숙취해소제가 건강기능식품이나 의약품으로 오인될 소지가 있어 2024년까지 과학적인 근거를 입증하지 못할 경우 숙취해소 등의 표현을 쓸 수 없도록 규정한다는 내용이다.

최근 식약처는 한발 더 나아가 숙취해소제 제조·판매 영업자를 대상으로 하는 제품 관련 가이드라인 내용을 구체화하고 있다. 

숙취해소제로 불리는 이 음료는 현재 일반식품으로 분류된다. 수분·당류 보충으로 알코올 대사 과정에서 생기는 어지럼증, 구토 등의 증상을 일시적으로 완화할 수 있지만, 숙취의 주원인으로 알려진 아세트알데하이드를 직접 분해해 주는 효능을 공식 인정받은 제품이 없는 탓이다.

그럼에도 숙취해소제 시장 규모는 소비자들의 수요에 힘입어 가파르게 성장했다. 업계에 따르면 숙취해소제 시장 규모는 1992년 100억 원대에서 2015년 1400억 원, 2019년 2500억원으로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코로나19 확산 때는 모임이나 각종 행사가 줄어 2000억 원 규모로 감소했지만, 거리두기가 완화된 올해는 매출이 2600억 원 정도에 이를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는 병당 가격을 5천 원으로 잡았을 시 5천만 병이 넘는 것으로 국민 한 사람당 1병씩은 마신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이들 제조업체는 숙취해소제의 이름을 보존하기 위해 어떤 준비를 하고 있을까.

취재 결과, 모닝케어와 깨수깡을 각각 판매 중인 동아제약과 롯데칠성음료는 향후 식약처에서 숙취해소 표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면 기준에 맞춰 표현을 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컨디션을 판매하는 HK이노엔도 이메일 답변을 통해 "변경 예정인 규정을 숙지하여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며 "대응이나 활동 내역은 내부적인 사항이라 안내해 드리기 어렵다"고 말했다. 대체적으로 효능 입증을 위한 노력보다 당국에서 가이드라인이 나오면 표현 조정 쪽으로 가겠다는 입장을 보인 것이다. 

효능 입증에 적극적이지 않은 숙취해소제 제조사들의 입장은 '천지개벽' 제조사 관계자의 말에서 더 분명히 드러난다. 관계자는 "숙취는 체질, 체구, 과음한 정도 등 천차만별로 발생하는 음주 후 반응이기 때문에 이 모든 경우를 과학적으로 입증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특정한 병을 치료하는 의약품이 아닌 이상 고통 완화 목적의 숙취해소제는 철저히 시장 논리에 맡겨놓는 것이 맞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도 "식약처의 규제에 따른 과학적 입증 또는 기타 후속 조치가 필요할 경우 과거 '오이식초를 함유한 숙취해소용 음료 조성물' 특허내용을 활용하여 방법을 모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식약처 건강기능식품정책과 관계자는 "시중에 나와 있는 제품들이 종전의 표시 방법에 따라서 영업자 스스로 갖춘 과학적 근거에 따라 표시하고 있는 경우라면 2024년까지 표시할 수 있다"며 "2025년 1월 1일 이후에도 표시하고자 한다면 인체적용시험에 따른 숙취해소 기능의 과학적 근거자료를 마련해야 한다"고 입장을 분명히 했다.

과거 식약처는 효능이 확인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숙취해소 문구 사용을 금지한 바 있다. 그러나 2000년에 헌법재판소가 영업·광고 표현의 자유, 재산권 등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이유로 사용을 허가했다.

그 이후 숙취해소제가 우후죽순 생겨났고, 숙취해소 표현 논란은 또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런 맥락들을 고려한다면 소비자의 올바른 제품 선택을 장려하되, 제조 판매자의 기본권을 보장하기 위해 이 드링크류의 유통을 위한 체계적인 가이드라인이 필요한 시점이다.

또 소비자들은 그 가이드라인이 만들어지기까지는 당분간 숙취해소제를 의약품이나 건강기능식품과 혼동하지 않고, '일반식품'으로 인지하여 현명하게 이용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조수민 대학생기자

* "지금의 기사는 <헬스저널리즘> 수업의 결과물로 10월 7일 <오마이뉴스>에 게재된 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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