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인생작] 웹툰 ‘고래별’ 리뷰
[나의 인생작] 웹툰 ‘고래별’ 리뷰
  • 한림미디어랩 The H
  • 승인 2022.09.15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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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성 인어공주의 이상과 현실 사이

<고래별>은 안데르센의 동화 '인어공주'를 모티브로 일제강점기 속에서 피어난 사랑을 그려낸 시대극 로맨스 웹툰이다. 네이버를 통해 2019년부터 약 2년에 걸쳐 연재되었던 <고래별>은 '2020 오늘의 우리 만화상'을 수상하기도 했으며, 2021년 7월에 드라마화를 확정 지었다.

그저 썸네일에 이끌려 보기 시작했던 <고래별>은 예상에 없던 큰 울림이 되어 돌아왔다. 동화 같은 그림체와 서정적인 대사,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세밀한 연출 등에 빠져 어느새 단행본 구입도 마다하지 않고 있었다. 작가가 전하고자 하는 바를 나름대로 해석해가며 작품 속에서 함께 소통했기 때문에 단순히 '재밌었던' 작품을 넘은 인생작이 될 수 있었다.

사진=고래별 단행본 5권의 표지 그림. 출처=나윤희 작가 트위터
사진=고래별 단행본 5권의 표지 그림. 출처=나윤희 작가 트위터

<고래별>의 주인공 수아는 군산 일대 친일파 대지주의 집에서 몸종으로 일하던 중 우연히 바닷가에서 일본 경찰의 총에 맞아 쓰러져 있던 독립운동가 의현을 발견하고 도와주게 된다. 의현이 떠난 후, 수아는 그를 찾아간 곳에서 모종의 이유로 목소리를 읽게 되고, 몸종으로 있던 윤화의 집에서도 쫓겨날 위기에 처한다. 그러나 윤화가 자결하기 전, 수아를 위해 남겨둔 패물로 여비를 마련해 홀로 경성으로 상경, 다시 의현과 조우하면서 본격적인 이야기가 전개된다.

일제강점기라는 시간적 배경과 동화 <인어공주>의 내용이 혼합된 독특한 시대극이라는 것이 이 작품의 가장 큰 특징이다. 등장인물의 옷이나 말투, 배경 등의 섬세한 그림으로 당시 상황을 알 수 있도록 역사적 고증을 탄탄히 했다. 동시에 이를 바탕으로 주인공의 서사가 <인어공주>의 전체적인 흐름을 따라가도록 적절한 스토리라인을 구성했다.

때문에 이야기가 전개될수록 곳곳에서 차용된 <인어공주> 요소의 발견과 이미 독자들에게 익숙한 동화의 결말을 과연 이 작품에서는 어떻게 그릴 것 인지에 대한 궁금증을 유발하며 읽는 재미를 배가시킨다.

사진=고래별의 한 장면. 출처=나윤희 작가 트위터
사진=고래별의 한 장면. 출처=나윤희 작가 트위터

이 작품은 흔히 볼 수 있는 절대적인 선과 악의 대립 구조에서 거리를 두고 있다. 주인공 수아는 같은 조선인에 의해 목소리를 잃게 되고, 가장 마음이 따뜻한 인물이었던 의현은 끝내 동료였던 독립운동 단원들을 벼랑 끝으로 내몰게 된다. 또 의현의 혼인 상대였던 하루코 역시 의현을 좋아하는 순수한 모습을 보이는 등 그저 악한 마음을 가진 일본인으로 표현되지 않는다.

이처럼 선과 악의 캐릭터를 명확히 구분하지 않고 한 캐릭터 내의 양가적 모습을 보여주면서 이분법적 경계를 흐리게 한다. 때문에 더욱 현실감 있고 입체적인 캐릭터를 구축함으로써 결국 누구도 미워할 수 없도록 한다.

<고래별>에서는 일제강점기라는 역사적 배경을 적극 활용하고 주인공 의현 역시 독립 운동가로 설정한 만큼, 조국을 되찾기 위한 독립운동의 묘사가 주를 이룬다. 등장인물들을 살펴보면 가족도 자신의 목숨도 버릴 각오로 임했던 독립 운동가들의 모습이 반영되었음을 알 수 있다. 더불어 글로만 배워왔던 이들의 처절한 독립운동이 작가의 그림을 통해 재연되면서 독자들로 하여금 마치 그 시대를 경험했던 것처럼 더욱 큰 몰입감과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사진=고래별 브로마이드. 출처=나윤희 작가 트위터
사진=고래별 브로마이드. 출처=나윤희 작가 트위터

나윤희 작가는 <고래별>을 통해 이상과 현실을 이야기한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상황 등 다양한 관점에서 과연 이상과 현실 중 무엇을 선택하는 것이 옳은지에 대한 물음을 던진다. 그러면서 작품 전반에 일명 ‘떡밥’이라고 불리는 복선을 교묘하게 배치해 창작자가 아닌 독자 시선의 다양한 해석을 유도한다.

이와 함께 일제강점기 당시를 완성도 높게 재현하여 독자들에게 과거의 그 때를 상기시킨 이 작품은 부족한 역사적 고증으로 비판을 받았던 많은 시대극과 완전히 구분된다. 지나간 역사에 대한 상기는 계속해서 반복되어야 하며 이것이 우리가 시대극, 특히 <고래별>을 소비해야 하는 이유이다.

황예지 대학생기자

* "지금의 기사는 <뉴스작성기초> 수업의 결과물로 5월 26일 <사이드뷰>에 게재된 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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