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칼럼] 저상버스 실사용률과 시스템 보완의 필요성
[대학생칼럼] 저상버스 실사용률과 시스템 보완의 필요성
  • 한림미디어랩 The H
  • 승인 2022.09.13 0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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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기준 전국 시내버스 중 27.8%는 저상버스에 해당한다. 과거와 비교했을 때 상당히 높아진 보급률이지만, 해당 버스의 주 대상들의 실사용률은 고민해봐야 할 문제이다. 

만약 시내버스 이용자를 대상으로 “저상버스 10회 이용 시 휠체어 이용 승객을 몇 명 봤나요?”라는 질문을 던진다면 어떤 대답이 돌아올까. 대부분 ‘거의 없다’라고 답변할 것이다. 즉 현실에서는 장애인이 저상버스를 자유롭게 활용하는 정도가 보급률보다 낮은 결과로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사진=장애인 등 교토약자의 이동권 보장을 위해 휠체어 탑승 편의나 공간 확보가 가능한 형태로 제작된 저상형 2층 광역 전기버스의 모습. 출처=국토교통부
사진=장애인 등 교토약자의 이동권 보장을 위해 휠체어 탑승 편의나 공간 확보가 가능한 형태로 제작된 저상형 2층 광역 전기버스의 모습. 출처=국토교통부

이를 두고 어떤 사람은 저상버스가 있음에도 장애인들이 이용하지 않는 것 아니냐는 반문을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용 방법’과 ‘탑승 가능한 버스’를 기준으로 생각해보면 그들이 왜 이용을 주저하는지 알 수 있다. 나아가 ‘이용하지 못할 수밖에 없다’는 현실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저상버스 이용 방법을 설명하자면 ① 장애물을 피해 인도 가까이 버스 정차 ② 이동 경사 리프트 설치 ③ 탑승 ④ 전용석의 의자 제거 후 휠체어 고정 ⑤ 단말기 승차 태그라는 단계가 존재한다. 간추려진 설명임에도 최소 5단계가 요구되며 지체 장애 특성상 움직임이 제한적이므로 운전자를 포함한 주변인의 도움이 필수적이다. 즉 비장애인의 탑승은 길어야 10초면 끝나지만, 장애인의 경우 최소 3분에서 10분까지 소요된다.

결국 장애인들은 같은 금액을 지불하고 몇 시간 동안 기다린 버스임에도 탑승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현실은 통계로도 확인할 수 있다. 2020년 한국교통안전공단의 실태조사에 따르면 교통약자 중 지체 장애인의 버스 이용률은 34.1%에 불과했다.

장애인 저상버스 이용의 어려움은 언론에서도 보도된 바 있다. 지난 5월 한림대 뉴스랩에 따르면 뇌병변장애를 가져 전동휠체어를 이용하는 이모씨를 취재한 결과 “버스를 타면 바로 갈 수 있는 길을 지하철을 타고 돌아간 적이 있다”며 “저상버스를 타려고 정류장에서 기다리다 보면 그냥 지나쳐버리는 버스도 있고 저상버스가 아니라 이용을 못 할 때도 있다”고 전했다. 이에 더해 강원지역 언론보도에서도 휠체어를 타고 저상버스를 이용한 경험이 손에 꼽을 정도로 적다는 의견과 민폐일까 싶어서 타지 못한다는 토로도 존재했다.

사진=장애인 등 교토약자의 이동권 보장을 위해 휠체어 탑승 편의나 공간 확보가 가능한 형태로 제작된 저상형 2층 광역 전기버스의 모습. 출처=국토교통부
사진=장애인 등 교토약자의 이동권 보장을 위해 휠체어 탑승 편의나 공간 확보가 가능한 형태로 제작된 저상형 2층 광역 전기버스의 모습. 출처=국토교통부

한편 지체 장애인이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데 있어서 어려움을 겪는 것은 단순히 눈치 때문만은 아니다. 우리나라 저상버스의 경우 휠체어가 이동할 수 있는 리프트가 자동 시스템으로 고착화돼있다. 그러나 고장이 잦아 아예 먹통이 되는 경우가 다반사고 저상버스 대비 높은 인도에서는 제대로 활용할 수조차 없다.

만약 겨우 버스 내부로 들어오더라도 휠체어를 고정하기란 쉽지 않다. 바퀴를 고정할 장치가 제대로 준비돼있지 않거나 협소한 공간, 운전사의 탑승 보조 교육 부재 등이 그 이유다. 결국 장애인 탑승자는 흔들리는 차체 속에서 이동 내내 불안과 공포를 느낄 수밖에 없다.

사진=장애인 등 교토약자의 이동권 보장을 위해 휠체어 탑승 편의나 공간 확보가 가능한 형태로 제작된 저상형 2층 광역 전기버스의 모습. 출처=국토교통부
사진=장애인 등 교토약자의 이동권 보장을 위해 휠체어 탑승 편의나 공간 확보가 가능한 형태로 제작된 저상형 2층 광역 전기버스의 모습. 출처=국토교통부

해외의 경우 독일의 수도 베를린은 이미 2009년부터 모든 시내버스가 저상버스이며 [승객 운송법] 개정을 통해 대중교통 배리어프리 실현을 적극 실현 중이다. 그 결과 입구 및 좌석 간 거리가 넓어 휠체어 이용객은 물론 유모차나 큰 짐을 가진 사람들까지 편리한 이용이 가능하다. 이뿐만 아니라 가까운 일본에서도 저상버스와 관련된 법안이 마련돼 있다. 일본은 2000년 제정된 [교통 배리어프리 법]을 기반으로 저상버스 도입을 확대했다. 나아가 교통약자 이용 편의성을 고려한 매뉴얼로 운전사들을 점검하는 등 다양한 정책이 확대되는 중이다.

우리나라는 최근 장애인 이동권 관련 시위가 이어지면서 장애인-비장애인 구도로 갈등이 과열된 상황이다. 그러나 누군가는 일상처럼 타고내리는 교통수단이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큰맘 먹어야 한 번쯤 탈까 말까 한 현실 속에서 우리는 그 근본을 파 해쳐볼 필요가 있다.

특히 저상버스의 경우 보급 확대에만 관심이 집중돼 ‘실질적인 활용’을 놓치는 경우가 많다. 이미 보급된 버스부터 이후 있어질 버스까지, 저상버스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보다 현실적인 시스템 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다.

고윤주 대학생기자

* "지금의 기사는 <뉴스작성기초> 수업의 결과물로 6월 21일 <사이드뷰>에 게재된 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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