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인생작] 드라마 ‘종이의 집’ 리뷰
[나의 인생작] 드라마 ‘종이의 집’ 리뷰
  • 한림미디어랩 The H
  • 승인 2022.08.25 09:2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누군가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돈을 원하는 만큼 찍어내 억만장자가 되는 상상을 해본 적이 있을까? 그저 꿈만 같던 상상을 직접 실현한 작품이 있다. 바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드라마 <종이의 집>이 이에 해당된다. 이 작품은 1명의 천재가 8명의 공범과 함께 스페인의 조폐국을 점거해 인질극을 벌이며 그 사이에서 발생하는 갈등과 피어나는 사랑을 담고 있다.

<종이의 집>을 선택하게 만든 건 예고편의 단 한마디였다. ‘조폐국을 점령하고 인질까지 잡았으니 이젠 독 안에 든 쥐가 될 차례’. 일반적인 드라마에서의 강도 사건은 돈을 훔치고 무사히 빠져나오는 과정에서 시청자들의 몰입을 유도한다. 그러나 이 드라마에서는 스스로가 독 안에 든 쥐가 되어 조폐국에 갇히면서 본격적인 사건이 시작된다.

출처: 넷플릭스 공식 예고편 캡쳐
출처=넷플릭스 공식 예고편 캡쳐

드라마는 도쿄(우슬라 코르베로)의 나레이션으로 시작한다. 은행 강도를 저지르고 스페인 전역에 뿌려진 수배 전단으로 경찰의 눈을 피해 도망치던 도쿄는 어쩐지 자신에 대해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 한 남자를 만난다. 그는 바로 몇 년간 철저히 준비한 계획의 마지막 단계로 함께 스페인 조폐국을 점령할 공범들을 모으러 온 교수(알바로 모르테)였다. 교수는 잃을 것 없는 8인 도쿄, 베를린, 덴버, 나이로비, 리우, 모스크바, 헬싱키, 오슬로와 함께 사상 초유의 강도 계획을 실행시킨다.

누구보다 비상한 머리를 가진 교수의 계획은 철저했으나 완벽할 수는 없었다. 경찰과 정보부의 모든 변수를 계산해둔 교수였지만 인질들의 행동과 그 사이에서 피어나는 사랑까지는 예측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내부에서 반란을 일으키려는 인질들과 강도 8인간의 팽팽한 기싸움, 조폐국 밖의 정보부와 교수의 대치 상황은 드라마를 보는 내내 시청자에게 손에 땀을 쥐는 긴장감을 선사한다.

출처: 종이의집 공식 홈페이지 예고편 캡쳐
출처=넷플릭스 공식 예고편 캡쳐

이 드라마에서 주목할 만한 부분은 바로 ‘설정’이다. 강도의 대상이 은행이 아닌 조폐국이라는 점에서 의아할 수도 있다. 은행이 아닌 조폐국을 점령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교수가 강조한 절대적인 철칙인 ‘그 누구도 피해를 봐서는 안된다’는 것 때문이다. 누군가의 돈을 훔치는 것이 아닌 직접 돈을 찍어내 취할 수 있다는 점이 강도 계획을 실현할 무대로 조폐국을 선정한 이유가 된다.

이러한 설정이 기존의 범죄를 다룬 작품과의 가장 큰 차이라고 할 수 있다. 작중 인질극을 벌이는 동안 경찰과 인질을 비롯해 그 어떤 사상자도 발생해서는 안 된다는 한계를 설정해 차별점을 만들었다. 이러한 모순 때문에 ‘시간은 곧 돈이 된다’는 규칙이 만들어지고, 최대한 오래 조폐국에 머물기 위한 계획이 펼쳐지면서 시청자들은 교수의 계획을 ‘어떻게’ 실현하는가에 더욱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게 된다.

출처=넷플릭스 공식 예고편 캡쳐
출처=넷플릭스 공식 예고편 캡쳐

비상한 머리로 모든 변수를 계산하여 해결하는 교수와 이를 극대화 시키는 연출은 시청자로 하여금 극에 완전히 빠져들고 몰입하도록 유도한다. 긴박한 상황에서 대립하는 인물들의 시점을 교차적으로 보여주는 연출은 각 인물들의 그럴 수밖에 없었던 사정을 시청자에게 이해시킴으로써 그 누구도 악이라고 치부할 수 없도록 만든다. 다소 어두운 주제와 사건에 개연성을 만드는 도쿄의 나레이션 또한 극에 몰입할 수 있는 중요한 요소가 되어준다.

영어가 아닌 스페인어가 나오는 외국 드라마가 다소 생소할 수 있지만, <종이의 집>은 스페인어라서 더욱 빛나는 드라마라고 생각한다. 낮은 높낮이로 빠르게 말하는 스페인어는 세기의 강도 사건을 보다 매력적인 작품으로 탄생시킬 수 있었다. 그러나 낯선 스페인어로 인한 진입 장벽이 생긴다면 영어 더빙으로 시청하는 것도 추천한다. 스펙터클한 범죄 드라마를 사랑하는 마니아층에게 <종이의 집>은 새로운 즐거움을 선사하는 후회 없는 선택이 될 것이다.

홍유진 대학생기자

* "지금의 기사는 <뉴스작성기초> 수업의 결과물로 5월 30일 <사이드뷰>에 게재된 바 있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