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의 살롱 후평’ 방문기] 지역에서 일상의 문화예술을 즐기다
[‘모두의 살롱 후평’ 방문기] 지역에서 일상의 문화예술을 즐기다
  • 한림미디어랩 The H
  • 승인 2022.07.29 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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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초여름이 시작되던 날, 친한 후배와 별을 보며 운동장을 걷고 있었다. 후배는 인디밴드를 좋아하는 내게 산책할 때 꼭 들려주고 싶었다며 비틀즈의 를 틀어주었는데, 옛날 가수에는 흥미가 없었는데도 이때 들었던 비틀즈의 노래는 무더운 여름을 낭만의 계절로 느껴지게 했다.

이후 초여름을 생각하면 허니파이를 떠올릴 정도로 비틀즈는 내 마음속에 진득하게 자리잡았다. 학교생활로 몸과 마음 모두 지쳐있었을 때 비틀즈의 노래는 조금은 나태해도, 게을러도 괜찮다는 격려를 보내주는 오아시스 같았다.

평소 성격이 급한 탓에 편안함과 여유를 느낄 수 있는 문화예술을 좋아한다. 유명 작가나 고가의 전시보다는 자유롭고 마음껏 즐길 수 있는 것들을 선호한다. 이렇게 큰 제약 없이 일상에서 특별함을 찾는다는 매력에 빠져 방학에는 주로 서울에서 문화예술을 접했다.

서울은 전시와 관련된 정보 접근이 수월하고 교통이나 거리 면에서도 접근성이 좋았다. 몇몇 전시나 행사들은 무료임에도 시설 및 서비스가 완벽했다. 그러다 보니 문화예술은 무조건 서울이라는 고정관념이 생겨 춘천에서는 문화예술에 접근하려는 노력이나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문화예술을 접하기 위해서는 무조건 서울로 가야 한다는 편견에 빠져있었던 것이다. 더욱이 나 춘천은 가족 단위 행사나 축제가 많아 청년이자 대학생인 나와는 맞지 않았다.

그렇게 이번 학기도 춘천 속 문화예술의 부족함을 느끼던 중, 우연한 기회로 공유공간인 ‘모두의 살롱 후평(후평동 711-4)을 가게 되었다. 모두의 살롱은 시민 커뮤니티 공유공간으로 시민 모두가 주인이 되어 자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으며 무료 대관이 가능하다.

커뮤니티룸1·2, 공유부엌, 라운지(거실), 다목적홀, 개인 작업실, 테라스 공간이 제공되어 있는데, 매달 마지막 주에는 라운지에서 후평동 주민을 대상으로 한 ‘덕후 DAY’ 전시를 진행한다. 덕후 DAY’는 시민들이 전시를 열고 취미를 공유하는 공간으로 조성, 전시문화의 다양성과 시민 소통을 함께 넓힌다는 취지로 시작된 전시이다.

내가 처음 방문했던 때에는 ‘덕후DAY’-어반스케치 in 춘천’ 전시가 한창이었다. 어반스케치라는 장르에 빠지게 된 이유와 작품을 완성하는 과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전시였다. 편안한 춘천의 모습과 작품에 녹여져 있는 그의 섬세함은 어느 전시 보다 가깝게 문화예술을 느낄 수 있었다. 편안하고 아늑한 공간에서 그의 그림을 보고 있자니 다시 서울로 돌아간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어쩌면 나는 ‘서울’에서의 문화예술이 아닌 ‘일상’에서의 문화예술을 늘 갈망했던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기적으로 이 공간에 방문하던 중 지난달 27일부터 일주일간 ‘그 시절 우리가 사랑한 비틀즈’ 전시가 진행된다는 것을 보고 초여름 우리가 사랑한 허니파이가 떠올랐다. 걸어서 15분도 되지 않은 곳에서 1년 전 비틀즈를 다시 만날 수 있었다.

모두의 살롱은 덕후데이 외에도 다양한 활동들을 진행 중이다. 오는 31일까지 문화도시 시민주체발굴 지원사업 ‘시민의 세포들’을 운영한다. ‘시민의 세포들’은 춘천에서 바라던 활동을 해보고 싶은 시민을 세포에 빗대어 취미모임, 동네문화, 도시기록 등 총 3개의 주제로 후평동 이웃과 함께 동네문화를 만들어가는 모임활동에 필요한 공간과 활동비를 지원한다.

이처럼 가깝고 편안한 문화예술은 일상에서 아주 잠시나마 날 새로운 세상으로 데려다준다. 이날 비틀즈를 만났을 때도 그랬다. 새로운 세상을 만남과 동시에 내가 위치해 있는 문화도시 춘천에 대해 되돌아봤다. 지방은 서울만큼의 문화예술 수준을 따라잡기 위해 각 지역의 특성을 반영한 로컬 문화 축제, 행사 등을 기획한다. 로컬리티 기반 행사들은 지역에 대한 흥미 유도 및 정체성 제고에 도움을 주지만 문화예술의 갈증을 해소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홍대가 제약 없이 다양한 것들을 접하고, 시도함으로써 새로운 정체성을 만들어냈듯이 춘천 또한 획일화된 문화도시 춘천이 아닌 다양한 세대들이 일상에서 접근하기 쉽게 문화예술을 바라봐야 한다. 현재 문화도시 춘천이라는 슬로건으로 제시하고 있는 축제나 행사, 전시들은 모든 것이 다 ‘춘천’에 맞춰져 있음을 인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후평동 ‘모두의 살롱’은 이러한 제약들에 자유로운, 일상의 문화예술공간이다. 소소한 주민들이 삶에서 시작한 작고 위대한 문화예술들이 ‘문화도시 춘천’을 형성할 수 있는 자원이며 동시에 모두의 살롱은 주민들 모두를 예술가로 만들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준다. 춘천에 거주하고 있다면 마음 한쪽에 자리 잡고 있는 본인만의 낭만과 삶을 전시해보는 것은 어떨까?

최윤지 대학생기자

* "지금의 기사는 <지역사회와 서포터즈> 수업의 결과물로 7월 18일 <사이드뷰>에 게재된 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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