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파성을 배우다] 대통령 집무실 이전 보도 재조명
[정파성을 배우다] 대통령 집무실 이전 보도 재조명
  • 한림미디어랩 The H
  • 승인 2022.07.27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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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극에서 들리는 언론의 다른 소리
사진=새정부 출범 후 용산 대통령실에서 개최되는 첫 행사였던 2022년 대한민국 중소기업인 대회 모습. 출처=제20대 대통령실
사진=새정부 출범 후 용산 대통령실에서 개최되는 첫 행사였던 2022년 대한민국 중소기업인 대회 모습. 출처=제20대 대통령실

2022년 3월 제20회 대통령으로 윤석열 후보가 당선됐다. 이번 대통령 선거는 정치적으로도 새로운 시도가 엿보임과 동시에 코로나 시국에서 더 나은 삶을 기대하는 국민의 관심이 더해져 유독 열기가 뜨거웠다. 그리고 3월 10일, 새로운 대통령의 당선 이후 가장 이슈가 되면서 동시에 자주 언급됐던 사안이 존재했다. 바로 ‘대통령 집무실 이전 논란’이다.

오랜 기간 대통령 집무실로 있어 온 청와대를 떠난다는 소식에 국민은 물론 언론도 반응할 수밖에 없었다. 누군가는 원활한 소통과 지역 경제 활성화로 집무실 이전을 찬성하지만 또 다른 이는 안보 공백, 불필요한 비용 낭비 등을 이유로 반대 청원을 진행 중이기도 하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필자는 해당 논란과 관련하여 어떤 입장과 판단을 내려야 하는지 고민했고, 자연스레 언론보도를 찾아보게 됐다.

‘집무실 이전’이라는 키워드로 포털 검색을 한 결과 상반되는 보도가 반복적으로 눈에 띄었다. 해당 내용은 대표적인 진·보수 언론이 중심되고 있었다. 즉 현재 집무실 이전과 관련해 나타나는 분란과 갈등에서 언론의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으며, 언론의 진·보수 경향에 따라 정파성이 드러난다는 것이다.

같은 사건, 서로 다른 헤드라인

윤대통령의 당선일인 3월 10일부터 4월 24일까지 집무실 이전 관련 보도가 활발히 일어난 진·보수 언론 중 한겨레와 중앙일보의 보도경향을 살펴봤다. 아래의 표는 각 언론의 관련 입장이 잘 드러나는 헤드라인으로 구성한 것이다.

이미지=각 언론사의 대표적인 헤드라인
이미지=각 언론사의 대표적인 헤드라인

한겨레의 경우 대통령의 현 집무실 부재, 집무실 이전의 반대 비율, 이전 후 집무실의 운영 시스템 불안정성 등을 내세우며 현 논란에 부정적인 입장을 표한다. 그러나 중앙일보의 입장은 이와 상반된다. 중앙은 집무실 이전 발표 후 용산 집값 상승과 시기에 따라 이전 찬성표가 많아질 수 있으며, 이전을 통해 소통의 길이 열린다는 내용으로 긍정적인 견해를 비춘다.

용산 주민들, 찬성? 반대?

집무실 이전 논란 이후 용산에 거주하는 시민은 빼놓을 수 없는 존재였다. 그렇기에 한겨레와 중앙일보 모두 용산 주민을 중심으로 보도한 바 있다. 하지만 같은 대상을 두고 작성된 기사임에도 두 언론사의 결은 전혀 달랐다. 해당 조사는 ‘집무실, 용산주민’이라는 키워드로 재검색한 결과를 바탕으로 한다.

우선 한겨레의 보도이다. 비교적 관련성이 떨어지는 기사를 제외하고 집무실 이전과 용산 시민의 입장을 중심으로 다룬 기사 수는 총 3개였다. [용산 주민·환경단체 “집무실 졸속 이전 반대”], [“우리 집 이사 준비보다 빨라”…집무실 이전에 용산 주민들 뒤숭숭], [왜 옮기지? 길 막히나? 집값은?…청·국방부 주변, 뒤숭숭한 주민들]라는 헤드라인에서 느껴지듯 주민들의 부정적인 반응을 중심으로 보도됐음을 확인할 수 있다.

다음으로 중앙일보의 경우 한겨레와 마찬가지로 관련성이 높은 보도만 취합했을 때 [용산 주민들 "땡큐, 尹"…집무실 이전에 아파트값 3주째 상승], [시민들 공원조성엔 기대감, 행사로 인한 교통난은 걱정], ["센트럴파크 버금" "개발 올스톱"…용산 중개사들도 갈렸다], [“용산 개발 제한될까 걱정” vs “센트럴파크 버금갈 것”], [“인근 주거환경 크게 개선” vs “재개발 사업 차질 불가피”]라는 5개의 기사를 확인할 수 있었다. 중앙은 한겨레 대비 집무실 이전과 관련한 주민의 긍정적 반응을 주로 삼았음을 알 수 있다.

같은 인터뷰이를 대상으로 한 보도임에도 서로 다른 느낌의 기사가 나온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앞서 언급한 집무실 이전에 대한 언론의 시각이 인터뷰이의 입장을 취합하는 과정에 영항을 끼친 것으로 파악된다. 즉 언론사의 보도경향이 취재원을 선정하는 과정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용산 주민 관련 보도에서는 한겨레의 표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사실 중앙은 헤드라인과 본문에서 논란의 긍정적인 면을 드러내지만, 찬반이라는 두 입장을 동시 언급하며 반대측의 입장을 누그러뜨리는 듯한 문장을 사용했다. 그러나 한겨레는 헤드라인과 본문의 모든 부분에서 용산 집무실 이전의 문제점과 용산 시민의 반대 시위 및 인터뷰를 사용했다. 즉 논란의 부정적 시각만을 명확히 했다는 점에서 정파성이 확연히 드러난 것이다.

사설에서 드러나는 보다 선명한 정파성

두 언론의 사설 또한 서로 다른 입장이다. 관련한 사설이 몇 가지 있었지만 두 입장이 극명히 갈리는 사설 각 1가지를 비교해보려고 한다. 사설의 제목을 보면 두 언론의 정파성이 명확히 갈림을 느낄 수 있다. 제목과 내용으로 살펴본바, 한겨레는 [경찰 ‘용산 집무실’ 집회금지, ‘국민 소통’ 빈말이었나]라는 사설을 통해 용산 집무실 반경 100m 내 시위 금지를 토대로 윤석열 당선인의 국민 소통 여부를 지적한다.

반면 중앙은 [갑자기 안보 강조하는 문 대통령, 민망하지 않나]라는 사설로 집무실 이전과 관련하여 꾸준히 언급되는 국가안보와 함께 문재인 전 대통령은 이전 북한 도발에도 안 나서지 않았냐며 그의 안보 지적을 꼬집고 있다. 특히 중앙 사설의 경우 집무실 이전 논란을 앞세우지만 사실상 전 정부의 무능함을 비판하는 내용으로 전개된다. 결국 앞선 보도에서 한겨레가 더 강한 정파성을 보이는 듯했지만, 사설의 영역에서는 중앙 역시 정파성을 감추지 못했다.

정파성 시대, 미디어의 주인이 되기 위해서

필자가 두 언론사의 정파성을 조사하며 갸웃했던 것은 지난 문재인 정권 때와 현 윤 대통령의 당선 이후 각 언론사의 보도 느낌이 달라졌다는 것이다. 이전까지 만해도 한겨레는 정부의 새로운 시도에 동의를 표하며 새로운 시도에 긍정적인 의미를 부여하는 경우가 많았다. 반대로 중앙일보는 위험성을 언급하며 비판하는 느낌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어떠한가. 여·야당의 당이 교체되며 대표적으로 보수 언론으로 불리던 중앙은 ‘이전 정부’의 지난 행보를 비판하며 앞으로 있어질 집무실 이전의 긍정적인 면모 부각 및 현 정부를 두둔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한편 한겨레는 정부에서 새롭게 제시되는 입장 및 계획에 있어서 문제점을 꼬집거나 비판을 하고 있다.

모두가 언론은 공정해야 한다고, 중립이어야 한다고 말하지만 사실 사람으로 이뤄진 단체인 이상 완벽한 정파성의 배제를 꿈꾸는 것은 너무나 이상적이라고 생각한다. 즉 많은 국민의 눈이 되는 언론에 정파성이 존재하는 이상, 이를 수용하는 독자의 리터러시 능력은 필수적이다. “아는 것이 힘이다”라는 철학자 베이컨의 유명한 명언이 있다. 이는 지식이 많을수록 그것을 활용해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다는 의미이다.

필자는 우리가 세상을 바라보고 뉴스를 읽음에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더 많은 뉴스를 보고 더 많은 글을 읽고 더 많은 정책과 법안, 사람들의 삶에 대해 알았을 때 우리는 지금보다 더 넓은 세상을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래야 ‘정파성에 비교적 덜 흔들리는’ 사람이 될 것이다. 현재와 나의 생각에 안주하고 받아들일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의심하고 배우는 것, 그것이 우리가 해야 할 일이며 미디어의 주인이되는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고윤주 대학생기자

* "지금의 기사는 <뉴스작성기초> 수업의 결과물로 6월 2일 <사이드뷰>에 게재된 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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