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체육, 남녀 성비 불균형 심각
장애인 체육, 남녀 성비 불균형 심각
  • 한림미디어랩 The H
  • 승인 2022.07.04 0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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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패럴림픽 참가 여자선수 6.5% 불과
사회적 인식변화·지원확대 필요

국내 장애인 체육계에 남녀 성비 불균형이 극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 단적인 예가 지난 3월 치러진 베이징 동계 패럴림픽. 이 대회는 46개국 560여 명 가운데 여성 선수는 총 138명으로 전체의 24.6%를 차지했다. 이는 2018년 평창 패럴림픽 133명보다 5명 늘어난 수치다.

하지만 한국의 사정은 달랐다. 이번에 출전한 한국 대표팀 선수 31명 중 여성 선수는 단 2명(6.5%)에 불과했다. 전체 선수 36명 중 여성 선수 4명(11.1%)이었던 4년 전 평창과 비교했을 때 성비 불균형은 더 심각해진 셈이다.

이러한 현상은 대표팀뿐만 아니라 장애인 체육 전반에서 일어나고 있다. 2022년 대한장애인체육회에 등록된 선수는 총 1만1507명에 이른다. 이 가운데 여성 선수는 2827명, 남성 선수 8680명으로 남성 선수가 3배가량 많다. 장애인 체육 전반에서 성비의 차이는 동계와 하계 종목을 가리지 않고 나타나지만 동계 종목에서 유독 심한 편이다. 동계 스포츠에는 바이애슬론, 스노보드, 아이스하키, 알파인스키, 크로스컨트리스키, 휠체어컬링 6개의 종목이 있다. 2022년 대한장애인체육회에 등록된 선수는 총 1만1507명에 이르는데 이중 스노보드는 남성 선수는 18명에 달하지만 여성 선수는 단 2명에 불과하다.

출처: 한국여성장애인연합(지난 4월 11일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제 3회 한국여성장애인의 날 기념 '여성장애인의 모든 권리영역을 담보한 장애여성법 제정 촉구' 기자회견이 열렸다)
출처: 한국여성장애인연합(지난 4월 11일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제 3회 한국여성장애인의 날 기념 '여성장애인의 모든 권리영역을 담보한 장애여성법 제정 촉구' 기자회견이 열렸다)

여성의 인원이 압도적으로 적은 장애인 스포츠 환경에 대해 한국여성장애인연합 문애준 대표는 “사회 전반에 걸친 구조적인 모순이 그대로 반영된 사례”라며 “여성장애인의 경우 여성과 장애라는 이중적 어려움과 교육ㆍ체육 활동 등 모든 권리영역에서 차별과 배제의 악순환을 경험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대표에 따르면 여성장애인의 경우 사회의 가부장적 분위기, 가사와 양육 등으로 인해 자유롭게 스포츠 교육 및 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지 않는다. 또, 여성장애인의 특성을 반영한 체육 지원의 부족은 물론, 코치나 감독 등이 대부분 남성으로 구성돼 있는 것도 문제다. 게다가, 장비와 훈련 비용이 많이 드는 동계종목의 경우 경제적 부담까지 더해져 쉽게 참여할 수 없는 조건이 추가되면서 여성 선수의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의 ‘성인지 기금운용계획서’에 따르면 장애인 국가대표 훈련지원을 받는 대다수는 남성이다. 2011년부터 2021년까지 10년간 지원받은 대상의 평균 비율은 여성 22% 남성 78%이다. 또, 문화체육관광부의 장애인생활체육조사에 따르면 ‘최근 1년간 장애인 생활체육 지도자의 전문 지도를 받은 경험’은 2011년 여성 37.4% 남성 40.1% 수준이었다. 이후로도 2012년부터 2020년까지 꾸준히 남성이 더 높은 비율을 유지했다. 상대적으로 적은 국가대표 훈련 지원뿐만 아니라 생활체육 분야의 교육 기회도 상대적 약세를 보이며 여성장애인의 체육 환경은 더욱 악화되고 있는 것이다.

현재 대한장애인체육회는 여성 스포츠 위원회를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장애인체육에 대한 통합적인 지원만 있을 뿐 여성ㆍ청소년만을 대상으로 하는 체육 지원 활동을 하지는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에 참가한 선수들을 기준으로 보면 비장애인 선수의 평균 나이는 25세인데 반해, 장애인 선수는 40세에 이른다. 이처럼, 여성장애인 선수들은 비장애인 선수들에 비해 평균나이가 많은 편으로 가사나 양육 등을 책임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이와 관련, 문 대표는 더 많은 여성장애인 스포츠 선수의 육성을 위해 “여성장애인의 보호자나 가족들이 지원하는 경우만 스포츠에 참여하는 것이 아니라 본인의 의사에 따라 자유롭게 체육활동을 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가사 양육 등의 이유로 체육을 포기하지 않도록 일ㆍ가정 양립이 가능하게 하는 보다 현실적인 지원이 제공돼야 한다는 것이다. 자녀를 데리고 훈련에 참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그 한 예이다. 또한 시ㆍ군별 장애인전용체육센터 등 생활체육 시설의 기반 마련이 필요하다. 적극적인 생활체육의 참여는 신인 전문 체육인 양성의 길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문대표는 “무엇보다 여성장애인 스포츠에 대한 사회적 인식 전환, 장애인 생활체육 및 선수에 대한 지원, 체육회의 적극적인 참여 유도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난초 대학생기자

* "지금의 기사는 <데이터저널리즘> 수업의 결과물로 6월 13일 <사이드뷰>에 게재된 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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