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째 계류, ‘차별금지법’ 이제는 통과시킬 때
15년째 계류, ‘차별금지법’ 이제는 통과시킬 때
  • 한림미디어랩 The H
  • 승인 2022.06.27 0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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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여성정책연구원’ 조사, 학력·학벌 이어 성소수자 차별 심해

사람을 사랑한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차별적인 시선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퀴어’가 바로 그들이다.

퀴어는 본래 ‘이상한, 기묘한’이라는 뜻을 가진 단어지만 현재는 성소수자를 지칭하는 용어로 널리 쓰인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퀴어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동성애자를 떠올린다. 그러나 성소수자에는 생물학적 성별과 자신의 성정체성이 다른 트랜스젠더(Transgender), 양성애자, 범성애자, 무성애자 등 더 많은 범주의 사람들이 포함된다.

지난 2000년부터 우리나라의 서울·대구·부산·제주·전주·인천·광주 등 대도시와 경남 지역에서는 매년 퀴어문화축제가 개최되고 있다. 국내 첫 퀴어 축제인 “서울퀴어문화축제”는 올해로 22주년을 맞이한다. 그러나 퀴어들의 축제는 다른 축제들처럼 순조롭게 개최되지 못한다. 그들의 존재를 부정하는 세력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보수 기독교계 인사들은 성경을 근거로 동성애자를 “반대”한다. 그러나 이미 그렇게 존재해왔고, 그렇게 살아가려는 사람들을 누가 “반대”할 수 있을까.

아직 사회는 다양성을 인정할 준비가 돼 있지 않은 것처럼 느껴지지만 준비의 시도 자체가 없는 것은 아니다. 지난 2007년 국회에서 처음으로 발의된 “차별금지법”이 그것이다. 여태 통과가 되지 않은 것이 우리 사회의 준비 부족 상태를 알려 주지만 여의도에서 계류 상태에 있는 법 자체는 우리 사회 일각의 다양성 확대 시도 자체의 존재 역시 확인시켜 주는 것이다.

차별금지법은 합리적 이유 없이 성별·장애·나이·언어·출신 국가·인종·용모·혼인 여부·임신·출산·종교·성별 정체성·학력·사회적 신분 등으로 특정한 개인 또는 집단을 배제하거나 불리하게 대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법안이다.

차별금지법이 아직까지 국회 통과를 못한 이유는 다양하지만, “기독교 보수 세력의 반대”를 빼 놓을 수 없다. 이들 그룹은 차별금지법의 내용 중 특히 성별 정체성 부분을 반대한다. 또, 일각에서는 “차별금지법이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법안”이라고 오해하는 경우도 있다. 일상 속서 차별적인 발언을 할 경우 처벌을 받는다고 잘 못 알고 있는 것이다. 보다 정확한 법안의 이해가 필요한 이유는 이 때문이다.

차별금지법은 △고용 △재화 및 용역 △교육 △행정서비스 등 4개 영역에 적용되기에 설교와 전도의 영역에 적용되는 법이 아니다. 또한 차별행위를 한다고 해서 그에 대한 처벌조항이 존재하지도 않는 포괄적 법안이다.

처벌을 당하는 경우가 하나 있는데, 차별행위 그 자체에 대한 처벌이 아니라, 차별을 시정할 것을 요구했을 때 그것을 알게 된 사람이 차별당하는 사람에게 보복을 하거나 불이익 조치를 했을 경우 그것에 대한 형사 처벌 조항이 있다.

퀴어문화축제의 핵심 구호 중 하나가 바로 ‘차별금지법 제정’이다. 차별금지법의 구체적인 내용이 알려지지 않아 법안 제정이 늦어지고 있다는 판단 아래 그 실질적 내용을 사회에 알리자는 것이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학력과 학벌 다음으로 동성애가 한국사회에서 차별이 심한 요인이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졸이냐 대졸이냐, SKY대냐 지방대냐의 기준에 이어 가장 많은 차별이 이뤄지는 영역이라는 말이다.

동성애자를 비롯, 이 사회 약자들은 단지 남들과 조금 달라 보인다는 이유로, 국민이라면 누구나 누려야 할 사회적 권리를 누리지 못하고 학교·직장·공공장소와 사회 곳곳에서 심각한 차별을 받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퀴어들은 축제를 통해 본인들의 존재를 알리고, 더 포괄적인 사회를 만들기 위한 차별금지법 제정을 요구해온 것이다.

춘천의 한 대학생은 차별금지법에 대해 “차별은 사회 구성원 모두가 살아가면서 한번쯤은 겪을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더 나은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 더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꼭 제정되어야 하는 법인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한 학생은 “이전까지는 차별에 대한 인식을 먼저 개선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소수자에 대한 차별을 넘어 혐오가 돼 가는 상황이 자주 일어나기 때문에 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성소수자는 분명히 존재한다. 지난해 강원도내 첫 퀴어축제를 개최했던 춘천 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회측은 “통계상 8~10%가 성소수자이다. 우리의 가족, 친구, 이웃 중에 분명히 성소수자가 있다. 차별과 억압이 심해서 자신의 정체성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지 못할 뿐”이라 주장하기도 했다.

성소수자 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에는 성별·장애·출신 국가 등의 이유로 차별을 겪으며 살아가는 수많은 소수자들이 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발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중 88.5%가 한국 사회의 차별에 대응하기 위해 차별 금지를 법률로 제정하는 것에 찬성했다. 소수자들이 겪는 차별에 대한 공감이 증가하고, 차별금지법의 필요성이 촉구되고 있는 시절이다. 이제는 15년 계류된 차별금지법이 국회를 통과할 때가 됐다.

윤희주 대학생기자

* "지금의 기사는 <로컬뉴스공급캡스톤> 수업의 결과물로 5월 30일 <사이드뷰>에 게재된 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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