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정부의 지역대학 살리기, 방향성 좋지만 전문성·구체성 부족"
"윤 정부의 지역대학 살리기, 방향성 좋지만 전문성·구체성 부족"
  • 한림미디어랩 The H
  • 승인 2022.06.13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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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의 대학 정책 진단②] 새 정부 교육 정책 진단

[윤석열 정부의 대학 정책 진단①] "소멸 실감", "수도권 대학 갈 것"... 존폐 위기 맞은 지방대(http://omn.kr/1z3wj)에서 이어집니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지방대학에 재학 중인 대다수 학생은 지방대 소멸을 풀어야 할 사회 문제로 체감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가 '이제는 지방대학시대'라는 정책 과제와 실현을 위한 '지자체 권한 이양' 등 구체적인 청사진을 제시한 가운데 대학·지자체 등 일선 현장에서는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새 정부가 선정한 대학교육 주요 과제는 지방대 지원을 위한 지자체 자율성 및 책무성 강화, 산·관·학 협력 및 지원 등 지역 위기 극복, 지역 맞춤형 인재 확보, 학사제도 유연화 등이다.

특히 2023년부터 지역인재 투자협약제도를 도입한다.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협약을 맺고 지역산업, 대학, 교육청 등과 연계해 인재를 육성하는 제도를 말한다. 대학에서 지역 맞춤형 교육을 받은 인재들이 졸업 후에도 해당 지역에 머물며, 지역 경제를 이끌 수 있도록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또 교육부가 담당하는 대학 재정·행정권을 해당 지자체에 이양해 지자체 자율성 및 책무성을 강화한다. 지자체에는 지자체·지역대학·지역산업계 등이 참여하는 가칭 '지역고등교육위원회'를 설치할 방침이다.

지자체 '자율 교육행정' 실현가능성 의문

한림랩 뉴스팀은 강원·충청 등 5개 지역 지방대학에 재학 중인 학생 105명을 대상으로 새 정부가 제시한 정책 과제 중 가장 유용한 정책이 무엇일지 물었다.

윤석열 정부의 이제는 지방대학 시대라는 국정과제 내용 중 실효성이 있을 것이라 생각하는 정책은 무엇인가(복수 응답 가능)라는 질문에 65.7%가 '산·관·학 협력 및 지원 등 지역 위기 극복'이라고 응답했다.

두 번째 다수 응답은 '지역 맞춤형 인재 확보 및 지역인재 투자'(41.9%)였고, 지자체 자율성 및 책무성 강화'(31.4%), '학사제도 유연화'(30.5%)가 뒤를 이었다. 산·관·학 협력 지원과 지역 인재 확보와 관련 투자 등 지방대학과 지역사회에의 물적·인적 투자에 기대가 반영된 응답으로 볼 수 있다.

▲ "새 정부 지방대학 정책 실효성 조사" 그래프
사진="새 정부 지방대학 정책 실효성 조사" 그래프

한림랩 뉴스팀은 지역 교육전문가들을 만나 현장에서 우려하는 부분들의 해결책을 담아낼 수 있을지 알아보았다.

강원도의회 교육위원회 소속 정유선 의원(더불어민주당, 비례)은 "2023년부터 정부와 지자체가 협약을 맺고 지역과 연계해 인재를 육성하는 지역인재 투자협약제도가 도입되면 지방대학과 학생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진로탐색-교육·훈련-취업지원, 직업교육 혁신지구 확대, 공공기관 지역 인재 의무채용 확대 등 실천과제가 잘 지켜진다면 지자체-대학 간 연계 상생 협력을 기대할 수 있다"고 정책이 실현되기를 바랐다.

정 의원은 "그동안 대한의 권한은 중앙정부 소관이라 지역대학과 지자체 간의 협력이나 예산지원이 불가능한 구조였다"며 "국정과제를 통해 지역 대학의 신입생 미충원과 지역인재의 수도권 유출 문제에 지자체와 대학의 공동 대응 필요성을 정부가 인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중앙정부가 쥐고 있던 행정과 재정 권한을 지방정부로 위임해 지자체의 자율성과 책무성을 키우겠다는 것은 올바른 선택"이라고 했다.

그러나 정책과제에 기대가 긍정적인 성과로 이어질지는 예단하기 힘들다. 정책 과제 실현 방식의 구체성 부족과 전문성에 우려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정 의원은 지역과 대학 간 연계 협력으로 지역인재 육성 및 지역발전 생태계 조성을 위한 구체적인 실천 계획의 부족함을 꼬집었다. 지역사회의 역량을 지속 개발할 수 있는 평생·직업교육 활성화를 위한 로드맵의 부재도 그 한 예이다.

그는 지역고등교육위원회(가칭)의 전문성에 의문을 표하기도 했다. 그동안 교육 전담부서에서 정책 집행을 담당해오면서도 학생·학부모 등 교육소비자들의 만족을 끌어내기에 불충분했는데, 이보다 전문성이 결여된 조직으로 정책의 자율적 집행권이 이양될 경우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인가에 우려인 것이다.

수도권-지역 간 격차뿐 아니라 지역 간 격차의 문제도 간과하기 힘들다. 정 의원은 "지자체와 대학 간 협력을 기반으로 하는 지역혁신플랫폼이나 지역 맞춤형 규제특례제도인 고등교육혁신특화지역을 비수도권 전역으로 확산하는 것이 제시됐다"며 "그러나 지자체마다 처한 상황이 매우 다를 뿐만 아니라 협력할 산업체가 없는 지방대학에는 지역 상생이 구호로 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지역고교생 "정책 실현 땐 지역대도 고려" 45.3%

최영재 한림대학교 역량교육혁신원장은 "해외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며 "주정부간 독립성과 자율성이 강한 미국의 경우 세계적으로 유명한 대학들이 다수의 주에 위치해 해당 주 차원에서 대학 연구나 교육이 지역개발 프로젝트와 연계해 진행된다"고 전했다.

최 교수는 "그동안 중앙 정부의 지역대학지원은 등록금으로 충원되지 않는 재정을 지원해주는 정도였다"며 지역별 산-학-관 연계 시스템 정착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새 정부의 대학교육 정책과제에서 또 하나 눈여겨볼 대목은 '학사제도 유연화'이다. 학·석·박사 통합 과정, 일반대 온라인 학사과정 등 대학이 자율적으로 다양한 학사제도를 운영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최 교수는 "이제는 대학이 학문 분야의 학자 양성도 중요하지만 우리 사회의 각 실무 분야에 필요한 인재를 양성해야 한다"며 "복수전공 자유화나 인턴 학점 제도처럼 다양한 방면에서 제도를 유연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학이 각 분야에서 실무에 필요한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학사제도를 유기적으로 변화시킬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이 문제는 대학이 직업 학교와 다른 포괄적 인재 양성을 위해 유지 강화해야 할 교육 기조가 무엇인가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결국 지방대학 시대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신입생 충원돼야 한다. 그렇다면 정책들이 실현됐을 때, 지방대학 진학에 고등학생들의 인식은 달라질 수 있을까. 입시를 앞둔 서울, 강원 등 2·3학년 고교생 53명에게 물어보았다.

지자체와 지방대학, 지역 산업 간 협력으로 일자리가 창출되고 지역 맞춤형 교육을 받은 지방대 졸업생들의 취업이 활성화된다면 지방대학을 선택할 의향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그렇다'가 45.3%로 다수를 이뤘다. 41.5%는 '잘 모르겠다', 13.2%는 '아니오'라고 응답했다.

앞서 1호 기사에서 지방대학을 선택할 의향에 79.2%가 '아니오'라고 답했던 결과와 비교하면 13.2%로 줄어든 것이다. 지방대학의 환경이 개선됐을 때 고등학생들의 인식 또한 바뀔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시작이 반'이다

▲ "고등학생 대상 환경 개선 시 지방대 선택 의향 조사" 통계 그래프
사진="고등학생 대상 환경 개선 시 지방대 선택 의향 조사" 통계 그래프

지역대학의 활성화는 지역의 청년 인구 유출 현상과도 연결된 문제임을 감안할 때, 지방대학을 살리기 위한 대학교육 정책은 곧 지역소멸 예방으로 이어질 수 있는 점도 간과하기 힘든 부분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강원도의 경우 청년 인구 유출이 2배 가량 증가했다. '이제는 지방대학시대'라는 새 정부의 대학교육 정책 기조가 청년들이 지역에 정주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총괄적 기능과 연계돼야 함을 의미한다.

'시작이 반'이라는 말처럼 첫 단추를 잘 끼우는 것이 중요한 시점이다. 새 정부의 대학 교육 과제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수립, 시행돼 사라져 가는 지방대학을 살리고 나아가 지역의 상생까지 이뤄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권대근·진광찬·최민준 대학생기자

* "지금의 기사는 <로컬뉴스공급캡스톤> 수업의 결과물로 5월 30일 <오마이뉴스>에 게재된 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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