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처에 널린 '유혹'... 온라인 불법도박에 노출된 청소년들
도처에 널린 '유혹'... 온라인 불법도박에 노출된 청소년들
  • 한림미디어랩 The H
  • 승인 2022.05.27 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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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불법도박 경험 청소년 20명 이야기 들어보니

최근 스포츠토토의 수탁사업자 스포츠토토코리아가 청소년 스포츠도박에 대한 경고 메시지를 냈다. '체육진흥투표권 스포츠토토와 베트맨을 포함한 청소년의 모든 스포츠도박 행위는 불법입니다.'

이 메시지는 청소년 스포츠 도박이 무분별하게 확산되고 있음을 암시하지만 그 규모나 실태에 대한 구체적인 조사 결과는 아직 발표된 바가 없다.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 연간 중독인구 통계 자료에 따르면, 올 1월부터 지난달 말까지 4개월간 청소년 도박중독자는 총 56명으로 파악됐다.

그러나, 이 수치는 수면 위로 노출돼 관리 대상으로 포착된 청소년 도박사례에 국한된 것이다. 수많은 청소년들이 온라인 불법도박 사이트에 노출될 가능성은 당국의 신속한 대응조치가 필요할 정도로 심각하게 높은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스포츠토토코리아의 경고 메시지 자체가 그 예측을 뒷받침하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이 온라인 도박의 '유혹'에 너무 쉽게 접근 가능할 수 있고 그 형태 또한 광범위하다는 것이다. 일례로 청소년들이 즐기는 한 웹툰 '모아보기' 사이트에 들어가보면, 사이트의 상단에는 항상 사설 토토 광고가 띄워져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한림대 미디어스쿨 한림미디어랩 뉴스팀이 불법도박 경험이 있는 청소년 20명을 조사해보니, 이중 4명이 이 사이트로 "입문했다"고 응답했다.

▲  웹툰 "모아보기" 사이트 중 하나. 상단에는 항상 사설 토토 광고가 띄워져 있다. 청소년의 불법 사이버도박 실태와 현황에 대한 설문에 참여한 학생 20명중 4명이 이 사이트로 입문했다고 응답했다.
▲ 웹툰 "모아보기" 사이트 중 하나. 상단에는 항상 사설 토토 광고가 띄워져 있다. 청소년의 불법 사이버도박 실태와 현황에 대한 설문에 참여한 학생 20명중 4명이 이 사이트로 입문했다고 응답했다.

또, 도박이 아닌 듯 하지만 사행성을 조장하는 것에는 별 차이가 없는 유사 이벤트들이 국내 대표적 포털사이트를 통해서도 진행되고 있었다. 네이버스포츠에서는 '해외축구'란에 '승부예측' 창을 마련했는데 경기 결과를 맞힌 사람에게는 물품 구입이 가능한 네이버포인트가 지급된다.

▲ 네이버 스포츠-해외축구란에 존재하는 "승부예측"창으로, 결과를 다 맞추면 네이버 포인트를 지급한다.
▲ 네이버 스포츠-해외축구란에 존재하는 "승부예측"창으로, 결과를 다 맞추면 네이버 포인트를 지급한다.

이런 사태의 심각성을 감안, 한림미디어랩 뉴스팀이 지난달 19일부터 10일간 인천시 부평구 관내 한 인문계 고등학교 1학년 재학생 중 '불법 사이버도박과 사설 토토를 한 번이라도 경험했거나 지금도 하고 있는' 학생 20명을 섭외, 네이버 폼과 카카오톡 오픈채팅을 통해 온라인 설문조사 및 인터뷰를 진행했다.

▲ 고등학교 1학년 학생 2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불법 토토 설문조사 결과
▲ 고등학교 1학년 학생 2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불법 토토 설문조사 결과

설문조사는 총 세 개 문항으로 진행됐다. 먼저, '온라인 도박을 알게 된 경로 혹은 알려준 사람'은 "친구"(50%)와 "선후배"(16.6%)가 66.6%로 가장 많았고, 온라인 광고(22.2%), 지면광고(6.6%)가 뒤를 이었다.

▲  고등학교 1학년 학생 2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불법 토토 설문조사 결과
▲ 고등학교 1학년 학생 2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불법 토토 설문조사 결과

'온라인 도박에 베팅한 금액이 얼마나 되는가?'라는 질문에는, "30만~60만 원"이 36.4%로 가장 많았고 " 60만~100만 원"(27.3%), "10만~30만 원"(13.6%), "100만 원 이상"(13.6%)이 뒤를 이었다.

마지막으로 '온라인 불법 도박 사이트에서 환급을 받았는가'를 물어보니, 12명의 학생이 "따고도 환급을 못 받았다"고 응답, 청소년 불법도박 행위 속에 추가로 사기 행위까지 자행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직접 인터뷰에 응한 C군은 "사설 토토에서 소액일 때는 환급을 받았지만 120만 원 정도 따니 갑자기 토사장(토토 사이트를 관리하는 운영자)이 저를 졸업(배터가 많은 수익을 냈을 때 환급금액을 주지 않는 먹튀 사례)시키더라"라고 말했다. 경찰에 신고하면 본인도 불법 토토를 했으니 부모님께 연락이 갈 거라 신고를 못 한다는 것을 노린 것이다.

C군은 "처음 토토 시작할 때는 알바비 들어오기 전까지만 하고 그만하려고 했는데, 솔직히 못 끊을 것 같다"라며 "스릴도 있지만, 한번 잃으면 복구할 때까지 공부나 알바가 눈에 안 들어온다. 토토에만 정신이 팔려 있는 것"이라고 털어놨다.

설문에 응답한 학생들은 공통적으로 온라인 스포츠도박, 일명 '사설 토토'를 주로 한다고 응답했으며, 사설 토토 외에도 그래프·파워볼(미국 복권) 등의 생소한 이름의 온라인 도박도 손 댄 것으로 나타났다.

"솔직히 학교에서 애들이 하길래 재밌어 보여 시작했다"는 J군은 현재 고등학생 사이에서 유행처럼 번져가는 불법 사이버도박에 대해 학교 측의 교육과 대응이 부실하며 교사들의 관리가 전혀 안 되고 있다고 성토했다. J군은 "지난해까지는 사이트에서 회원을 끌어모으기 위해 주는 포인트로 일정 금액으로 쌓이면 현금화할 수 있는 '꽁머니'도 많이 풀었고 올림픽이나 유로 같은 빅게임에 베팅 금액도 많이 쌓여 환급금이 좀 들어오는 편"이었단다.

그러나, 결국 돈도 많이 잃고 환급금도 안 들어와서 "이젠 그만두려고 상담 선생님을 찾아갔었는데, 먼저 부모님이랑 얘기해보고 심각하면 센터랑 연결해준다고만 하시더라"며 청소년 불법도박에 대한 교육 당국의 부실한 대응체제를 꼬집었다.

"학교에서 하는 예방 교육도 유튜브에서 긁어온 영상 보여주고, 실태 조사도 애들 대충해서 낸다. 그거 다 의미없다"라는 J군의 말에서 현재 단속과 규제가 전무한 온라인 불법 도박 사이트의 어두운 그림자와 '어른들의 무관심'이 오버랩됐다.

강재혁 대학생기자

* "지금의 기사는 <로컬뉴스공급캡스톤> 수업의 결과물로 5월 6일 <오마이뉴스>에 게재된 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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