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먹고 갈테니 1회용으로”…“나가실 때 담아드릴게요”
“잠깐 먹고 갈테니 1회용으로”…“나가실 때 담아드릴게요”
  • 한림미디어랩 The H
  • 승인 2022.04.26 09: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식당·카페 내 일회용품 사용 전격 금지…일선 매장서 ‘실랑이’
춘천 명동에 위치한 스타벅스 매장의 안내 팻말이다.
춘천 명동에 위치한 스타벅스 매장의 안내 팻말이다.

코로나로 1회용품 사용량이 급증한 가운데 매장 내 1회용품 규제 정책이 갑자기 시행돼 일선 매장에서 자영업자와 손님 간 실랑이가 벌어지는 등 혼선이 빚어지며 정책의 실효성 자체에도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정부는 이달 1일부터 카페·식당 내 1회용품 사용을 금지했다. 코로나 확산 방지를 목적으로 2020년 2월 1회용품 사용을 한시적으로 허용했으나 생활 폐기물이 빠르게 늘자 다시 규제에 들어간 것이다.

그러나 매장 내 1회용품을 줄여도 생활 속 1회용품 총량이 줄지는 의문이다. 코로나 이후 대면을 최소화한 배달 서비스가 활성화되며 1회용 플라스틱 용기 사용도 급증했다. 지난달 28일 한국소비자원 ‘배달음식 플라스틱 용기 실태조사’에 따르면 코로나 발생 이전과 비교해 서울 시민들의 배달·포장음식 이용률은 49.2% 증가했다. 또 국내 3대 배달앱 ‘배달의 민족’ ‘요기요’ ‘쿠팡이츠’의 전국 이용자들은 1인당 연평균 1341.6개(약 10.8kg)의 1회용품 용기를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 이후 본격적으로 배달을 시작한 가게도 많다. 춘천시 한 카페는 코로나 확산세가 계속되자 2020년부터 배달 서비스를 도입했다. 배달을 하게 되면서 배달 고객에게는 비닐봉투와 1회용 포크를 따로 구매해 제공하고 있다. 또 원래는 고객 요청이 없는 경우 1회용 포크를 제공하지 않지만 배달의 민족 어플에 ‘1회용 수저포크 요청사항’ 선택란이 생긴 이후 오히려 1회용 포크를 찾는 손님이 늘었다.

이러다 보니 자영업자들과 손님들 간에 마찰이 생기기도 했다. 춘천시 후평동에서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A씨는 이번 정책이 시행되고 난 뒤 일부 손님과 실랑이를 벌였다. 1회용품 규제 정책을 손님에게 안내했음에도 무리하게 일회용 컵 사용을 요구한 것.

그는 “매장 내 1회용품 사용이 안 된다는 점을 모르는 고객이 대부분”이라며 “사용 규제에 대해 설명해 드려도 잠깐 먹고 나갈테니 1회용 컵을 달라는 손님들이 있고 매장에서 드신 후 음료를 포장해 드리겠다고 하면 기분 나빠하는 고객들이 나오고 있다”고 어려움을 전했다.

한편, 갑작스레 시작된 1회용품 규제 정책으로 일부 업소에서 혼란이 일고 있는 반면, 자체적으로 1회용 쓰레기를 줄이려는 업소도 있어 눈길을 끈다. 춘천시 석사동에 위치한 ‘제로웨이스트’ 상점 ‘어거스트’는 1회용 플라스틱을 줄일 수 있는 대체 제품을 판매한다. 1회용품 대신 친환경 수세미와 다회용 빨대, 옥수수 치실 등 친환경·다회용 제품을 사용하는 것도 일상 속 일회용품을 줄이는 방법이다.

스스로 1회용품을 줄이기에 동참하는 시민들도 있다. 점심시간 춘천시 내 카페에서는 직접 텀블러를 가져온 손님들을 볼 수 있었다. 텀블러에 음료를 주문한 이주연(25·여)씨는 “매장에서 1회용품을 쓰지 않아도 테이크아웃을 하면 1회용품이 나온다”며 “번거롭지만 텀블러를 쓰면 1회용 컵과 빨대가 나오지 않아서 좋다”고 말했다.

이지현 대학생기자

* "지금의 기사는 <로컬뉴스공급캡스톤> 수업의 결과물로 4월 14일 <사이드뷰>에 게재된 바 있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