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배달앱이 ‘코로나 배달 활황’에도 힘 못쓰는 이유
공공배달앱이 ‘코로나 배달 활황’에도 힘 못쓰는 이유
  • 한림미디어랩 The H
  • 승인 2022.04.15 0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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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수료 등 소상공인만 절감 혜택, 소비자 할인혜택 등 유인책 ‘제로

“좋은 취지라고는 들었는데, 사용은 안 해요. 차별화된 장점이 있어야 쓸 텐데…”

배달음식을 애용하는 춘천 소재 대학생 류모(23)씨에게 공공배달앱 이용여부를 묻자 돌아온 답변이다.

공공배달앱 ‘일단시켜’는 소상공인들이 민간배달앱의 비싼 광고비와 10%를 웃도는 중개 수수료 부담을 덜 수 있도록 강원도가 구축한 배달 앱이다. 지난 2020년 경기도의 공공배달앱 ‘배달특급’이 시작된 후 지자체마다 우후죽순 생겨났고, 강원도도 이 사업에 착수해 '일단시켜'를 출범시켰다.

강원도 공공배달앱 일단시켜 이용 홍보 포스터 [출처= 강원도청]
강원도 공공배달앱 일단시켜 이용 홍보 포스터 [출처= 강원도청]

특히 ‘일단시켜’는 광고비와 중개 수수료를 일체 받지 않으며, 지역화폐 결제가 가능해 지역 상권 활성화 효과도 기대됐다. 하지만 1년여 지난 현재, 민간앱의 무한 질주 속 존재감은 미미하다. 간헐적인 할인쿠폰 제공 등 고객을 끌어들이기 위한 노력이 시도되지만 그때 뿐이다.

강원도는 ‘일단시켜’ 운영 1년여 만인 지난 2월 15일 총 주문건수 19만건, 가입자 7만500여명, 가맹점 5000곳을 기록, 누적 주문액 42억 원의 매출을 달성했다고 밝혔다. 외관상 ‘성과’로 보일 수 있지만 좀더 가까이 들여다보면, 서비스 시작 이래 1년여 사이에 가맹점당 평균 38건의 매출 실적을 올렸다. 가맹점당 10일간 1건 정도의 ‘일단시켜’ 주문이 들어온 것이다.

시범운영과 지난해 1분기 운영으로 시작이 빨랐던 속초·정선·강릉·동해·태백·삼척으로만 보더라도 지난달까지 총 가맹점은 2천5곳, 누적 주문건수는 13여만 건으로 한 가맹점 평균 67건에 불과하다. 시범운영 기간을 거쳐, 지역과 가맹점 수가 점차 확대된 점을 고려해도 실효성에 지적이 잇따르는 이유이다.

소상공인 반응도 뜨뜻미지근하다. 춘천 석사동 소재 한 프랜차이즈 치킨 업주 윤모(60)씨는 “민간앱은 치킨 한 마리 배달 주문에 약 2000원 정도의 수수료가 붙어 부담이 크지만 일단시켜 주문은 수수료가 일체 없다”면서도 “다만 주문이 있어야 의미가 있지, 일단시켜를 통한 주문은 하루에 한 건도 없을 때가 더 많다. 이용률을 높이기 위한 유인책이 필요하다”고 토로했다.

소상공인의 부담을 줄이고, 지역 상권 활성화한다는 취지는 좋은데 왜 성과가 나오지 않을까. 소비자의 이용률을 높일 유인책이 없기 때문이다. 민간배달앱은 하루도 빠짐없이 다양한 할인쿠폰을 소비자들에게 제공한다. 더불어 깜짝 프로모션을 진행하기도 하고, 등급제를 실시해 주문 건수가 많을수록 추가 할인쿠폰을 제공해 앱 이용을 부추긴다.

'일단시켜'를 이용하기 위해 앱을 구동한 모습.
'일단시켜'를 이용하기 위해 앱을 구동한 모습.

때문에, 소비자들이 혜택들이 훨씬 많은 민간배달앱을 포기하고, ‘좋은 취지’라는 이유 하나로 공공배달앱을 이용할 가능성이 현격히 사라지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막대한 투자를 앞세운 민간배달앱에 비해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공배달앱의 예견된 한계라는 지적도 나온다.

주 3회 이상 배달 음식을 시킨다는 사회초년생 정모(25)씨는 “다양한 행사와 높은 할인율을 꾸준히 제공하는 민간배달앱에서 바꿀 이유가 없다”며 “TV광고까지 하는 민간앱의 영향력에 가려서 인지 공공배달앱이 강원도에 존재하는지도 몰랐다”고 말했다.

정씨는 “중개수수료가 없는 혜택이 판매자에게만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에게도 일부 돌아갈 수 있도록해서 실제로 소비자들이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도록 정책을 집행해야 하는 것아니냐”며 반문했다.

농림축산식품부·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빅데이터 활용 외식업 경기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외식업 매출 중 배달앱의 비중이 2019년 3.7%에서 2020년 8.0%까지 증가했고, 지난해에는 15.0%를 넘겼다. 코로나19 장기화로 배달시장이 호황을 누릴수록 ‘5%’ 모자란 공공배달앱 정책 운영의 모양새가 아쉬움을 키우고 있다.

진광찬 대학생기자

* "지금의 기사는 <로컬뉴스공급캡스톤디자인> 수업의 결과물로 3월 28일 <사이드뷰>에 게재된 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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