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거노인 복지 악화에… 춘천 ‘도시락배달’ 등 이색 사업 눈길
독거노인 복지 악화에… 춘천 ‘도시락배달’ 등 이색 사업 눈길
  • 한림미디어랩 The H
  • 승인 2022.04.06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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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돌봄, 시설 중심에서 주거지 중심으로
코로나19 이후 굳게 닫힌 경로당의 모습.
코로나19 이후 굳게 닫힌 경로당의 모습.

코로나19 장기화로 독거노인들의 복지사각지대가 커지는 가운데 시설 중심 돌봄 체제에서 주거지중심 돌봄 체제 전환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만 60세 이상인 노인 약 1만 명을 지원하고 있는 춘천동부노인복지회관은 코로나19 이후 정상적인 대면 활동과 수업을 모두 중단한 상태다. 줌(Zoom)을 활용한 영어·역사·요가 수업 등으로 노인들과 비대면 소통을 이어가고 있지만 최근 부활하려던 대면 활동은 오미크론의 확산세로 다시 한 번 미뤄진 상황이다.

동부노인복지회관뿐만 아니라 북부·남부복지회관도 노인들의 주거·식사 등 직접적인 대면 서비스는 지원하지 않고 모두 비대면 프로그램만 진행하고 있다. 또 춘천시 내 353개소 경로당은 모두 무기한 문을 닫은 상태다.

복지관 이용이 여의치 않고 경로당도 문을 닫자 거리에는 시간을 때우러 나온 노인들이 부쩍 늘었다. 점심시간 이후 춘천 명동의 지하상가 인공폭포 앞은 시니어들로 북적인다. 길쭉한 3개 벤치를 모두 채워 앉아 삼삼오오 이야기를 나누거나 멍하니 시간을 보내는 모습이 명동의 일상이 됐다.

춘천시 교동에 홀로 사는 노인 A씨는 “예전에는 경로당에서 사람들과 이야기도 하고 시간을 보냈는데 그러지 못하고 있다”며 “확산세가 심각한 요즘은 이야기할 상대가 아예 없어졌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또 복지관에서 운영 중인 비대면 프로그램을 알고 있냐는 질문에는 “컴퓨터가 없고 어떻게 쓰는지 몰라 그냥 안 듣는다”고 말했다.

사회 각 분야에서 코로나 시대의 뉴노멀에 대한 모색이 진행중이지만 노인복지 역시 획기적인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한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최항순 가천대학교 교수에 따르면 포스트코로나 시대의 노인복지 정책은 기존의 시설 중심 복지 서비스가 아니라 어디에서든 소통과 지원이 가능한 서비스가 확립돼야 한다.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으로 노인복지기관 및 시설이 일정기간 문을 닫더라도 노인의 의식주뿐만 아니라 대인관계와 일상생활에 대한 신속한 지원이 특히 수혜자의 주거지역을 중심으로 가능해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탈시설중심 노인 돌봄 체계가 원활히 운영되고 있는 사례가 있어 눈길을 끈다. 행정안전부와 보건복지부 시범 사업으로 선정된 춘천시의 '노인돌봄 전달체계 개편사업'이 그것이다.

시가 노인들에게 생활밀착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이 사업은 지난해부터 본격적인 ‘주거지역 안에서의 복지’를 실천하고 있다. 노인 1인 가구 증가 및 돌봄 인력의 부재, 감염병 사태 등 복지 시설에 방문하기 어려워진 노인들을 위해 살고 있는 곳에서 최대한의 복지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취지이다.

그중 '도시락 지원사업'은 노인들에게 큰 인기를 얻고 있다. 한 번 먹을 때 본인 부담금 1천500원만 내면 하루에 한 번, 주 5일간 집에서 도시락을 받아볼 수 있다. 현재 약 340명이 도시락 배달 서비스를 지원받고 있다. 도시락 배달 서비스를 이용 중인 노인 B씨는 “식사 준비를 하다가 깜빡해서 냄비를 태우곤 했는데 이제는 그럴 일이 없어서 좋다”며 흡족해했다.

퇴원한 환자들도 집에서 가사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시의 '퇴원환자 단기가사 지원' 사업은 퇴원 후 가사돌봄이 필요했던 만 65세 이상 노인들에 2주간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며 연장도 가능토록 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주택개조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낙상을 예방해 단차를 조정하고 보조 손잡이·미끄럼방지 발판·편의시설 등을 설치하는 등 주거 지역 안에서 노인들의 안전한 생활을 위한 주거환경 개선을 돕는 것이다.

이순희 춘천시 복지정책과 지역복지팀 담당자는 "춘천시도 노령화가 점점 심화되고 있다"며 "이전까지의 서비스가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한 시설 위주로 진행됐다면 앞으로의 노인복지는 주거 지역 안에서 최대한 많은 사람이 누릴 수 있는 보편적 복지로 나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지현 대학생 기자

* "지금의 기사는 <로컬뉴스공급캡스톤디자인> 수업의 결과물로 3월 25일 <사이드뷰>에 게재된 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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