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인생작] 다큐멘터리 ‘고양이는 건드리지 마라: 인터넷 킬러 사냥’ 리뷰
[나의 인생작] 다큐멘터리 ‘고양이는 건드리지 마라: 인터넷 킬러 사냥’ 리뷰
  • 한림미디어랩 The H
  • 승인 2022.03.04 0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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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관심의 양면성에 집중하다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는 <고양이는 건드리지 마라: 인터넷 킬러 사냥>은 캐나다에서 일어난 고양이 학대 및 살인 사건을 세 개의 에피소드로 나눈 범죄 다큐멘터리이다. 도망치는 범인과 인터넷을 통해 추적하는 네티즌들의 이야기이며, 다큐의 전개 또한 포털 사이트를 헤집는 듯한 연출로 이어진다. 다소 논쟁적이고 폭력적인 내용을 다루고 있어 18세 이상 관람가 등급을 받았다.

사진=넷플릭스 공식영상 캡쳐
사진=넷플릭스 공식영상 캡쳐

이 다큐는 2010년 유튜브에 게시된 한 영상으로부터 출발한다. 해당 영상에는 젊은 남자가 새끼 고양이를 진공팩에 넣어 잔인하게 죽이는 모습이 담겨 있었다. 이를 우연히 발견한 네티즌들은 분노에 차올랐고 과연 이 영상 속 남자가 누구인지 추적하기 시작한다. 고양이를 학대하는 영상은 이후로도 계속해서 업로드됐고, 영상 속 단서를 찾아 네티즌들은 페이스북 그룹을 만들어 상황을 공유하고, 결국 남자가 어디에 살고 있는지 알아낸다.

과연 범인은 누구인 것인가? 다큐는 초반부터 특정 인물을 제시하여 당시 모두가 범인으로 주목하였던 사람을 알렸다. 그러고는 단순히 범인을 확정하는 데 집중하는 것이 아닌, 사건 자체의 의미를 강조했다. 즉 시청자로 하여금 나무가 아닌 커다란 숲을 보게 한 것이다.

이 작품 속 사건은 우리나라의 현재 상황과 꽤나 닮았다. 첫째로, ‘수사 당국의 나태함’이다. 고양이를 해치는 영상을 접하던 네티즌들은 범인이 곧 사람까지 죽일 것 같다며 증거를 모아 수십 번 수사를 요청했지만 캐나다 수사 당국은 이를 거들떠도 보지 않았다. 그러고 나서 결국 범인에 의해 무고한 남성이 사망에 이르렀다.

우리나라는 어떠한가? 2018년 10월 강서구 PC방 살인사건의 경우, 사고를 막을 수 있었음에도 출동한 경찰이 피해자를 죽이겠다고 위협하던 가해자를 그대로 돌려보내 끔찍한 결말을 초래했다. 2021년 8월에는 손도끼 협박 사망 사건이 벌어졌고, 또 한 번 경찰의 부실한 초동수사로 인해 유가족은 돌연사까지 겪으며 고통받았다. 이러한 사태들의 반복 속에서 ‘일반인 네티즌 수사대’가 생겨난 것이다.

경찰을 믿을 수 없거나 수사가 더디다는 판단에 따라 이들은 직접 움직이기 시작했다. 국민청원을 통해 적극적으로 피력하고 증거들을 모아 기자와 접촉하여 여론을 형성하기도 한다. 때문에 이제는 법을 통해 고발하는 것에 우선하여 인터넷에 먼저 폭로를 하는 경향이 생겨났다. <고양이는 건드리지 마라: 인터넷 킬러 사냥>에서 범인을 쫓던 이들 또한 네티즌 수사대라 할 수 있다.

“당신은 공범인가요?”, 다큐가 시청자에게 묻는다. 영상 속에서 줄곧 인터뷰를 진행하던 네티즌들은 피할 수 없는 죄책감에 시달린다. 자신이 범인에게 보인 관심이 결국 살인까지 몰고 간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에 사로잡혀서 말이다. 그리고 경각심을 일깨워준다. 다큐를 다 본 시청자는 나 또한 이 영상을 소비함으로써 범인이 그토록 좋아하는 관심을 주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충격을 받고 생각에 빠지게 된다. 이것이 올바른 관심인지 고민하고 또 고민한다.

하지만 이는 계속해서 반복되는 경찰의 안일한 수사 속에서 우리만의 살길을 찾은 결과이다. 인터넷을 통해 의견을 말하고 관심을 가지는 것이 하나의 방법이 된 것이다. 범인에게 보이는 지속적인 관심이 희열을 만들어 범행의 원동력이 될 수 있겠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현 사회에서 네티즌들의 관심이 없다면 수사조차 진행되기 어렵고 높은 형량은 꿈도 못 꾸는 일이 심심찮게 벌어지기 때문이다. 이러한 딜레마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의 현실을 낱낱이 보여주는 다큐이다. 너무나도 당연하게 접하고 있는 인터넷의 양면성을 인지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이 글을 접하는 모든 18세 이상 청년들에게 이 다큐를 추천하고 싶다.

박지원 대학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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