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파성을 배우다] 타당성과 부당성의 차이
[정파성을 배우다] 타당성과 부당성의 차이
  • 한림미디어랩 The H
  • 승인 2022.03.02 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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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의 중심 노태우 전 대통령의 국가장

2021년 10월 26일 노태우 전 대통령이 사망했다. 국가장으로 진행되고 있는 그의 장례식에 대해 여론은 물론이고 언론의 입장도 분분한 상황이었다. 국가장은 전·현직 대통령의 서거 이후 정부관할 하에 진행되기 때문에 국민과 여러 단체의 의견을 반영해야 하고, 그 과정에서 입장차이로 인한 복합적인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에 중요한 사안으로 다뤄진다. 같은 사건이지만 분명하게 다른 반응을 보였던 언론사 ‘중앙일보’와 ‘경향신문’ 두 개를 선정해 언론의 정파성을 확인하고자 했다.

노 전 대통령은 12·12 군사 반란 및 5·18 무력 진압 혐의 등의 내란죄로 처벌과 비판을 받은 바 있다. 그러나 대북정책과 경제적 측면 등에서 거둔 성과와 아들을 통해 본인의 과오를 수차례 사죄했다는 점에서 참작해 주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때문에 현재 진행되고 있는 노 전 대통령의 국가장이 마땅한 처우인지에 대한 논란이 있는 상황이다.

노 전 대통령이 사망한 26일 이후 이에 대한 두 언론사의 보도 빈도와 논조 차이를 파악하기 위해 ‘노태우’와 ‘국가장’ 키워드를 함께 중앙일보와 경향신문 홈페이지에 검색해 보았다. 기사는 21.10.26 ~ 21.10.29까지 사망 당일과 장례 진행 나흘째까지 보도된 것을 수집했다. 해당 키워드에 관해 중앙일보는 54건, 경향신문은 50건으로 중앙일보가 조금 더 많았다. 두 언론사의 보도량에 큰 차이는 없었으나 기사의 제목에서는 두드러진 정파성을 발견할 수 있었다.

중앙일보 ‘참작 가능’ vs 경향신문 ‘용납 불가’

두 개 언론사의 뉴스 제목은 전체적으로 상반된 뉘앙스로 작성된 것을 파악할 수 있다. 중앙일보는 노 전 대통령 또는 그의 국가장에 대한 긍정적인 반응의 인터뷰를 인용하며 언론사의 성향을 내비쳤다. 경향신문은 비판적이고 부정적인 제목으로 작성했다. 그간 언론사들의 보도 성향을 잘 몰랐지만, 해당 기사의 제목만 보더라도 중앙일보는 노 전 대통령의 국가장에 대해 옹호적이고 경향신문은 배척의 입장이라는 것을 쉽게 파악할 수 있었다.

5·18민주화운동 관련 인물의 입장 기사에서 중앙일보는 노 전 대통령의 사죄 표명에 대한 ‘보답’으로 5·18 유족이 빈소를 찾은 것에 집중했다. “5·18 유족 “전두환씨라면 안왔을 것””이라는 소제목의 기사로 노 전 대통령의 반성을 전두환과 비교하며 글의 도입부터 인식 개선을 유도한 뒤, 국가장에 대한 5·18 유족의 긍정적인 반응을 담은 내용을 배치하고 반대입장은 기사의 최하단에 담았다.

반면 경향신문은 5·18 관련 단체가 국가장을 납득하지 못 하는 것을 부각해 보도했다. 5·18단체, 광주지역 의원들의 반대 의견과 문 대통령이 조문을 가지 않은 내용으로 지면을 구성했고 유족의 긍정적인 입장은 해당 기사에 담지 않았다. 첨부된 사진의 분위기도 달랐다. 중앙일보는 5·18 유족이 노 전 대통령의 장남 노재헌과 악수하는 사진을, 경향신문은 문 대통령이 보낸 화환이 놓인 빈소의 사진을 담았다. 중앙일보는 갈등 관계의 회복에 초점을 두었다면 경향신문은 국가장에 대한 최소한의 정보 전달 목적의 사진을 배치했다고 생각한다.

똑같은 정보를 전달하는 기사에서도 서술하는 방식이 달랐다. 서울광장에 노태우 전 대통령 분향소를 설치한다는 내용을 담은 기사에서 사소한 단어의 차이를 볼 수 있었다. 중앙일보는 서울시가 정부의 국가장 결정 취지를 ‘고려’했다는 단어를 사용했고 경향신문은 ‘감안’했다고 표현했다. 이러한 어감 차이는 해석에 따라 중앙일보보다 경향신문의 독자가 서울시의 선택에 반감을 느낄 가능성을 높인다. 따라서 독자의 편향된 기사 수용은 사실을 왜곡해서 받아들이거나 발언자의 의도를 오해할 수 있기에 위험한 것이다.

두 언론사는 기사의 제목부터 상반된 성향을 나타냈고 사진과 사소한 단어까지 그들의 입장을 극대화해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나 내가 선택한 기사는 정치와 역사 부분에서 많은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사항이기 때문에 정파성이 극명하게 나타났다고 생각한다.

뉴스작성기초 강의 수강 이전에는 자발적으로 뉴스를 찾아본 경험이 손에 꼽았고 언론의 정파성에 대해서도 알지 못했다. 고등학생 때 친구가 ‘조중동/한경오’로 나뉜다는 것을 지나가는 말로 알려줬지만 파악하려고 하지도 않았으며 뉴스 기사를 읽을 때 지장이 없다고 생각하여 가볍게 넘겼다.

그러나 이번 과제를 수행하는 동안 두드러진 언론의 정파성을 처음으로 접하면서 편향적으로 뉴스를 수용하는 개인들이 모이면 집단 사상의 양극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기에 위험하다고 생각했다. 따라서 뉴스 기사를 배우는 학생인 나부터 비교해서 읽는 연습을 하고, 이를 바탕으로 능동적인 뉴스 수용의 필요성을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돼야겠다고 생각했다.

박휘림 대학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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