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파성을 배우다] ‘아프가니스탄 미군 철수’ 보도 재조명
[정파성을 배우다] ‘아프가니스탄 미군 철수’ 보도 재조명
  • 한림미디어랩 The H
  • 승인 2022.02.25 0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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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아프가니스탄의 정부는 무너지고 20년만에 ‘탈레반’에 의해 점령당했다. 사건의 시작은 바로 ‘미군 철수’다. 미국의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 전쟁을 더는 할 수 없다는 주장이었다. 아프간 전쟁 이후 탈레반은 다시 전쟁 이전 자신들이 집권하던 때로 되돌리기 위해 게릴라전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오랜 기간 많은 돈을 쏟으며 아프간 국가 재건 활동을 했지만, 부패한 정부의 권력들 속에서 별다른 진전이 없어 미군 철수를 결정했다.

미군이 철수한 뒤 탈레반은 빠른 속도로 세력을 확장해 나갔고 결국 지난 8월15일, 탈레반은 정부의 항복을 받아내면서 아프가니스탄을 점령했다. 미군 철수가 아프간에 미친 영향력을 본 모든 나라가 놀랐다. 또한, 앞으로 한국과 대만 등은 어떻게 되는가에 대한 섣부른 해석과 예측들이 난무하며 미국과의 동맹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와 반대로 탈출을 위해 공항에 모여 비행기에 매달리는 아프간 시민들의 모습이 보도되면서 이러한 상황을 초래한 미국에 대한 비난도 함께 나오고 있다. 이들은 국익이 없으면 철수한다는 미국의 모습이 무책임하다고 말하며, 자주국방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렇듯 나는 미군 철수를 보는 두 가지 시각과 아프간 사태가 주는 두 가지 교훈이 ‘정파성’과 관련이 있다고 생각했다. 지금부터 언론사에 따라 아프간 사태를 보도한 내용의 차이를 비교해 보겠다. 

미군 철수 후 탈레반이 완전히 점령한 8월15일부터 아프간 기여자들을 한국으로 데려오는 ‘미라클 작전’을 실행한 그달 25일까지를 조사 기간으로 설정해 조사했다. 각 언론사에 ‘아프가니스탄 미군 철수’라는 키워드를 검색한 결과 <조선일보>는 총 52건의 기사를 보도했고, <한겨레신문>은 총 30건을 보도했다. 두 신문은 22건의 보도량 차이를 보였다.

사진=아프간 미군 철수 관련 기사 관련 주요 헤드라인 표
사진=아프간 미군 철수 관련 기사 관련 주요 헤드라인 표

두 신문의 아프가니스탄 미군 철수에 관한 입장이 가장 잘 드러나는 헤드라인을 정리한 표다. <조선일보>는 아프간 사태를 통해 미국의 세력과 미국과 동맹을 강조했고, <한겨레신문>은 미군 철수의 부정적 시선을 강조하고 있다. 

더 자세히 살펴보자면, <조선일보>의 경우 <아프간 떠나는 미국 보며 한국 처지를 생각한다>를 예로 들 수 있다. 우리나라 역시 미군 철수를 한다면 아프간의 처지가 될 것이라는 의미와 함께 미국과의 동맹을 중시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도 북한과 휴전상태에 놓인 국가이며, 주한미군이 배치 되어있는 상태다. 기사의 본문에서는 “변화한 미국 전략에 협력을 하지 않는다면 우리도 위험해진다.”는 내용을 담고 있고,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쿼드 전략 등에 협력하지는 않으면서 북한의 위협만 막아 달라는 한국의 애매한 입장은 지속가능하지 않다”라고 주장했다. 또한, “국가와 국민을 지켜 내려면 강대국과의 우호 관계가 필수적”이라며 남북관계에 속에서 한미동맹을 중시하는 보수적 정파성을 밝히고 있다. 

<한겨레신문>의 경우 <미국의 아프간 전쟁, 시작도 마무리도 잘못됐다>라는 헤드라인을 통해 <조선일보>와는 다르게 아프간 사태에 대한 미국의 행보를 부정적으로 바라본다. 이는 아프간 전쟁에서 실패하지 않았으며, 미군 철수가 국익을 위한 결단이라고 말한 조 바이든의 연설에 반박하는 것이다. 기사의 본문에서는 20년 전 미국의 전쟁 목적과 의도부터가 정당하지 못했다고 주장한다.

또 미국은 아프간에 친미 정권을 수립해 중앙아시아의 석유와 천연가스를 장악하기 위했던 것이며, 아프간 국민을 위해 존재했던 것이 아니라 미국의 이해관계와 정권 유지에만 관심이 있었다고 비판한다. 무엇보다 <한겨레신문>은 한미동맹을 더 단단히 해야한다는 <조선일보>와 달리 “아프간의 비극은 외세에 대한 강한 저항 문화와 종교적 교조주의를 탄생시켰다. 하지만 아프간에도 사람들이 살고 있다. 단지 다른 문화와 역사를 가진 사람들이 살고 있을 뿐이다.”라고 말하며 탈레반에 점령당한 아프간을 도와야 한다는 의견을 밝히고 있다. 

이렇듯 언론사에 따라 같은 키워드 더라도 다른 내용과 방향으로 기사를 쓴다. 언론은 객관적이며 중립적이어야 한다는 것이 우리의 보편적인 생각이다. 하지만 보도의 과정에서 기자 개인의 의견과 언론사의 판단이 들어갈 수밖에 없기에 언론은 완전히 객관적일 수 없다. 그리고 이 객관적일 수 없는 언론의 관점은 정파성으로 가장 잘 드러난다. 

따라서 필자는 언론의 정파성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라고 생각하며 오히려 다양한 정치적 의견을 드러내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한다고 본다. 하지만 반대 로 정파성을 띠는 기사들은 옳고, 좋은 기사일까. 물론 그것 또한 아니다. 우리는 ‘왜곡된 정파성’을 지적해야 한다. 자극적이기 위해 일부러 과장하는 내용, 사실 확인이 정확하지 않은 오보들을 ‘언론의 정파성’이라는 빌미로 쓰는 기사들이 바로 왜곡된 정파성이다. 미디어를 배우는 사람의 입장에서 앞으로 우리는 정파성과 왜곡된 정파성을 구별하며 뉴스를 읽어나가야 한다. 

성예진 대학생기자

* "지금의 기사는 <뉴스작성기초1> 수업의 결과물로 12월 23일 <사이드뷰>에 게재된 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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