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인생작] 영화 ‘멜랑콜리아’ 리뷰
[나의 인생작] 영화 ‘멜랑콜리아’ 리뷰
  • 한림미디어랩 The H
  • 승인 2022.02.16 0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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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네이버 영화 ‘멜랑콜리아’ 스틸컷 캡처.
사진=네이버 영화 ‘멜랑콜리아’ 스틸컷 캡처.

영화 ‘멜랑콜리아’는 덴마크의 영화감독인 ‘라스 폰 트리에’의 우울증 3부작 중 하나다. 소행성 충돌로 일어나는 일들을 담은 SF 영화이며 작품의 제목인 ‘멜랑콜리아’는 작중 등장하는 소행성의 이름이자 우울증을 의미하는 ‘Melancholia’와 같다. 

관객들이 처음 마주하게 되는 장면은 소행성이 지구로 충돌하는 모습이다. 약 8분가량 진행되는 인트로는 슬로우 모션 영상으로 재생된다. 이 작품의 내용을 가장 간단하고 미학적으로 요약한 부분이다. 독일 작곡가 바그너의 오페라 ‘트리스탄과 이졸데’ 서곡이 배경음악으로 삽입됐고 음악에서 들을 수 있는 불협화음은 시청자들을 어딘가 불안하게 만든다. 이로써 인트로 장면을 볼 때부터 관객들은 감독이 의도한 우울에 스며들게 된다. 

보통의 영화는 한 명의 주인공을 기준으로 스토리가 진행된다. 하지만 ‘멜랑콜리아’의 경우, 세 개의 시퀀스로 나뉜다. 첫 번째는 인트로, 두 번째는 저스틴(커스틴 던스트)의 이야기이며 세 번째는 저스틴의 언니 클레어(샤를로뜨 갱스부르)의 이야기다. 각각의 챕터가 한 사람의 서사와 감정을 보여주기 때문에 시청자들은 주인공들의 사연에 쉽게 이입할 수 있다.

관객들이 자연스레 작품에 녹아들 수 있는 이유는 간단하다. 지구 멸망이라는 큰 주제를 말하고 있지만 지구 안에 살고 있는 ‘사회 구성원 전체’라는 숲에 초점을 두지 않고 ‘클레어와 저스틴’이라는 나무에 초점을 둔 채 영화가 전개되면서 삶의 결말을 알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심리상태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죽음을 향해 나아가는 모습을 구체적으로 보여주기 위함이었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개개인을 보여줌으로써 관객들은 자신을 대입해 보며 스며들 수 있다.

‘멜랑콜리아’는 2012년 개봉됐지만 ‘우울’이란 가장 기본적인 인간의 감정을 주제로 제작됐기 때문에 신종코로나 발생 이후로 생긴 신조어 ‘코로나 블루’를 떠올릴 수 있었다. 오랜 시간 동안 이어져온 고립된 생활은 우리 삶에 우울을 불러왔다. 이 영화에서 보여주고 있는 것은 확실한 ‘우울증’이다. 코로나 블루는 신종 바이러스의 발생에 의한 불안에서 비롯됐기 때문에 단순한 우울감이라기보다는 우울증에 가까운 감정이 느껴진다고 생각한다. 전염병과 지구 종말은 닮아있다. 인간의 힘으로 어찌할 수 없는 재해는 모든 사람을 무력하게 만든다. 현재 사회의 모습과 영화 속 등장인물들의 상황을 비교하면서 보면 더욱 흥미롭게 시청할 수 있다.

영화 내에서는 끝을 받아들이는 다양한 태도를 볼 수 있다. 누군가는 아주 덤덤하게 죽음을 받아들이고 또 누군가는 스스로 인생의 먼저 결론을 짓기도 한다. 모든 인물들이 다른 태도를 취함에도 불구하고 등장인물들의 심리 묘사가 굉장히 잘 돼있기 때문에 관객들은 그들의 모든 행동을 이해할 수 있다. 보통의 사람이라면 지구 멸망을 받아들이기란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이미 우울에 잠식돼있다면 살아가는 것보다 쉬운 일이 될 것이다.

작중의 저스틴은 잃을 게 없는 사람이다. 자신의 우주가 전부 무너진 저스틴에게 종말은 두려운 일이 아니었다. 소행성 충돌을 앞둔 상황에서 그녀는 우울증을 앓고 있다고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태연한 모습을 보이기까지 한다. 그에 반해 클레어는 사랑하는 가족, 앞으로의 미래 등 가진 게 많았기 때문에 죽음에 대한 막연한 불안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클레어가 마지막 순간까지 공포심에 휩싸인 채 오열하는 장면에서 생존을 간절히 바랐던 그녀의 마음을 알 수 있었다.

어쩌면 우울증을 가지고 있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이 영화가 다소 지루하게 느껴지고, 공감하기 어려울지도 모른다. 그러나 ‘멜랑콜리아’에서는 우울뿐만 아니라 불안에 대한 부분도 다루고 있다. 불안은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정서적 상태다. 그렇지만 이 또한 우울의 시작이 될 수도 있다. 어떤 대상에 대해 불안을 느끼는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이런 상태가 계속되면 본인에게서 무엇이 상실됐는지도 모르는 우울로 진행된다. 

우울증은 마음의 감기라는 말도 있을 만큼 쉽게 걸리는 질병이다. 지금 옆에서 웃고 있는 친구, 항상 좋은 성과를 내고 있는 직장 동료도 이미 부정적인 감정들에 삼켜졌을지도 모른다.  그 누구도 우울로부터 안전하지 못한 세상에서 이런 감정을 배워둔다면 감정 조절을 못하는 순간이 왔을 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 

강수연 대학생기자

* "지금의 기사는 <뉴스작성기초1> 수업의 결과물로 12월 14일 <사이드뷰>에 게재된 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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