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파성을 배우다] 성소수자를 향한 보도 재조명
[정파성을 배우다] 성소수자를 향한 보도 재조명
  • 한림미디어랩 The H
  • 승인 2022.01.26 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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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이슈지만 언론사별로 다른 표현을 하는 정파성 저널리즘에 대해 알게 됐다. 그리고 스스로 직접 사례를 알아보고 경험해 보기 위해 다양한 이슈에 대한 보도를 검색해 봤다. 정파성을 드러내는 주요 언론사들의 보도 중 돋보이던 것은 ‘사회적 소수자’를 다루는 주제였다.

지난 2019년 UCLA의 트랜스젠더 권리에 대한 한국의 여론 보고서에 실린 통계에 따르면, ‘이들은 차별로부터 보호받아야 한다’는 태도 항목에 대해 동의한다는 답변이 56.9%로 과반수를 넘었다. 모른다고 답변한 18.6%를 제외하면 더 높은 비율이다. 성소수자에 대한 사회적인 배제 인식이 낮아지고 권리를 찾으려는 움직임이 계속되고 있는 상태에서 문득 언론에서의 트랜스젠더 보도는 어떻게 이뤄지는지 궁금했다.

포털사이트를 통해 찾아보던 중 ‘트랜스젠더가 군대를 가는 게 맞는 것인가’와, ‘입대한 군인의 성별 전환은 가능한 것인가’라는 논쟁 글을 보게 됐고, 그 과정에서 고 변희수 하사의 부당한 전역 처분 이슈를 발견했다. 이를 신문사별로 관련 기사를 찾아보면서 관련 보도가 ‘보수 또는 진보의 영역으로 정파성을 띤다’는 판단에 도달했다.

조선·동아보다 경향·한겨레가 6배 이상 많아

고 변희수 하사는 입대 이후 여성으로 성전환 수술을 하였고 계속 군 생활을 하고 싶다는 의지에도 불구하고 전역 결정이 내려졌다. 그는 분통해했고 2020년 1월 22일 직접 기자회견을 열였다. 이때를 시작으로 2021년 10월 31일까지 ‘변희수 하사’라는 키워드를 통한 4개 언론사의 보도량을 비교해 보았다.

4개 주요 매체의 고 변희수 하사 관련 보도량 표.
4개 주요 매체의 고 변희수 하사 관련 보도량 표.

표와 같이 <조선일보>와 <동아일보>에 비해 <경향신문>과 <한겨레신문>이 6배 이상 많은 보도를 했다.

조선·동아는 결과에만 집중, 경향·한겨레는 사회적 문제로 인식

고 변희수 하사의 기자회견 이후 강제 전역 취소 요청은 육군본부에 의해 기각 처리됐다. 이후 몇 달이 흐른 뒤 고 변희수 하사는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고, 유족과 군과의 긴 법정 공방이 이어졌다. 이때 보도된 기사들의 헤드라인을 살펴보았다.

4개 주요 매체의 고 변희수 하사 관련 제목기사 표.
4개 주요 매체의 고 변희수 하사 관련 제목기사 표.

<조선일보>와 <동아일보> 같은 경우, 사건 자체의 법정 결과에 집중해 보도가 이뤄졌다. 또 고 변희수 하사의 변호사 및 유족 측의 입장보다는 법원의 입장, 육군의 입장을 기준으로 헤드라인을 작성했다. 

반면 <경향신문>과 <한겨레신문>는 단순히 결과에만 초점을 맞춘 게 아니라, 사회 전반의 문제로 인식했다.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을 핵심으로 가져가고 ‘차별금지법’의 필요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또 법원과 군의 입장보다는 고 변희수 하사와 유족의 입장에서 헤드라인을 작성했다.

세부내용에서도 차이를 보였다. 재판의 결과나 항소 여부 등 사건의 단면만 기사로 작성하며 재판부의 입장만 인용구로 제시한 <조선일보> <동아일보>와는 달리, <경향신문>에서는 고 변희수 하사의 법률대리를 해온 김 변호사의 인터뷰를 담은 기사를 내서 재판 결과에 대한 비화와 판결문에 대한 생각, 트랜스젠더 군 복무에 대한 제도적 관점에서의 필요한 변화 등을 심층적으로 보도했다.

단어 사용에 있어서도 고 변희수 전 하사의 전역처분 취소 신청이 기각된 상황에서 <동아일보>는 ‘닫혔다’, ‘명했다’ 등 다소 강제적이고 부정적인 어감을 사용했다. 반면 <경향신문>은 ‘희망했다’, ‘결정했다’ 등의 서술어를 사용해 부정적인 어투의 사용을 줄였다.

‘변화’에 대한 관심이 원인이 되다

위에서 살펴본 것들은 모두 사회적인 ‘변화’에 얼마나 관심을 가지느냐에 따라 나타난 차이라고 생각한다. 즉 사회적 소수자들을 향한 편견과 차별을 적극적으로 비판하고 차별금지법 제정운동이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는 지금 시점에 발맞춘 관점을 가지는가, 그렇지 않은가에 따라 다른 것이다. 

미디어 전공생으로서

지금의 글을 작성하면서 4개 언론사의 정말 많은 기사들을 보았다. 평소엔 느끼지 못했던 차이가 눈에 보이기 시작했고, 한 이슈에 대한 보도를 중점적으로 보다 보니 해당 문제에 대해서는 어디 언론사에서 더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는지 구분이 가기도 했다.

가장 크게 들었던 생각은 최대한 많은 입장의 기사를 읽어야겠다는 것이다. 같은 상황이어도 서로 다른 입장을 전달할 수 있는 것이 기사라는 걸 깨달았고, 모든 정황을 읽고 받아들이는 건 결국 ‘나’ 자신이기 때문이다. 나아가 이슈에 대한 가치관 확립이 필요하다고 느꼈고 특정 사건에 대한 거론을 하기 전에 사건이 가지는 의미에 대해 짚어보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박지원 대학생기자

* "지금의 기사는 <뉴스작성기초1> 수업의 결과물로 12월 8일 <사이드뷰>에 게재된 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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