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약자 배려 없는 ‘키오스크’ 현장을 다녀오다
[르포] 약자 배려 없는 ‘키오스크’ 현장을 다녀오다
  • 한림미디어랩 The H
  • 승인 2022.01.05 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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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국역 패스트푸드점 매장의 문을 열자마자 돌아선 60대 남성
우리 사회 곳곳을 점령한 키오스크, 이로부터 멀어지는 현장 포착
인천 동구노인문화센터가 16일 ‘디지털 역량 강화 키오스크 체험 교육’을 진행했다. 사진=인천동구청
인천 동구노인문화센터가 16일 ‘디지털 역량 강화 키오스크 체험 교육’을 진행했다. 사진=인천동구청

16일 결제를 모두 ‘키오스크’를 이용했다. 1분 채 걸리지 않는 시간에 결제를 끝내고 자리에 앉아 온전히 내 것만 기다릴 뿐이었다. 세상은 디지털화되어 빠르게 변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우리는 나름대로 잘 적응하여 편리함을 느끼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변화에 불편함을 느끼는 이들도 존재했다. 

우선 빠르게 우리 사회를 변화시키는 매개체 중 하나인 ‘키오스크’란 정부 기관이나 매장, 음식점 등 공공장소에 설치된 무인 정보 단말기로 대부분 터치스크린 방식을 이용한다. 이 키오스크는 우리 사회 곳곳에 빠르게 설치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 통계’에 따르면, 국내 외식업체 중 키오스크를 사용하는 비율은 2018년 0.9%에서 2020년 3.1%까지 3배나 늘었다. 특히 ‘2018 식품외식경제 프랜차이즈업계 총결산’에 따르면 4개 기업의 키오스크 도입률은 평균 71%에 육박한다. 올해 증가한 키오스크 수까지 합하면 71%의 수치는 더욱 올라갈 터다. 키오스크의 도입은 인건비 상승으로 인한 비용 감축 노력과 코로나바이러스 여파로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이날 오전 11시 30분 서울 안국역 인근 패스트푸드점을 찾았다. 이곳에서 기자 이외에 키오스크를 이용하는 손님 중 다수는 2030세대로 보였다. 5분의 시간이 흘렀을까. 60대로 보이는 남성은 매점 입구의 문을 열자마자 키오스크를 보고 문을 나서려고 했다. 밖에 나가 그 남성에게 말을 걸었다. 60대 정모씨는 “근처에 아는 동생의 회사가 있는데 약속 시간이 미뤄져서 식사라도 간단히 하려고 매장에 들렸다”며 “그런데 커다란 스크린 기계가 즐비하고 종업원들에게 주문하려고 해도 줄이 길어서 다른 곳을 갈까 했다”고 밝혔다. 이 남성은 “본인은 눈이 침침해서 그 기계(키오스크)를 사용할 줄 모른다”고 허탈한 웃음을 보이기도 했다. 

효율성에 특화된 키오스크가 우리 사회 곳곳을 점령하면서 디지털 소외계층의 불편 역시 커지고 있음을 포착한 순간이었다. 실제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20 노인실태조사’에 따르면 키오스크로 주문해본 노인 중 64.2%는 불편함을 느꼈다. 장애인의 경우 터치스크린까지 손이 닿지 않거나 아예 주문할 수 없어 포기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이처럼 키오스크는 이용자의 편리함에 있어 제한적이라는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키오스크의 물리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즉 기존 키오스크의 형태를 변형하거나 새로운 기능을 추가하는 방안이 시급하다는 얘기다. 한국정보화진흥원의 ‘2019 키오스크 정보 접근성 현황조사’에 따르면, “휠체어에 앉아 조작할 수 있는 비율”은 25.6%, “휠체어에 앉아 화면을 볼 수 있는 비율”은 36.4%에 불과했다. 키오스크는 비장애인의 서 있는 키를 중심으로 제작됐기 때문이다. 따라서 화면의 높이가 조절되는 키오스크가 많이 만들어져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 전언이다. 선진국 사례로는 미국의 네이브 패드가 꼽힌다. 이는 방향키가 달린 패드를 키오스크 아랫부분에 설치해 버튼 조작으로도 이용하는 방안이 있다. 

또 다른 대안으로는 실버교육이 꼽힌다. 한국소비자원 측 관계자는 16일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시대에 노인 디지털 소외를 해결할 좋은 방법은 ‘교육’”이라며 “현재 노인을 대상으로 디지털 교육이 여러 기관 다양한 방법으로 시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연장 선상으로 서울시 디지털재단 측은 “디지털 격차 해소를 위해 교육로봇 200대를 노인복지시설에 보급 중”이라며 “많이 사용되고 있는 메신저 이용 방법 안내 및 실습 결과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해 조작이 미숙한 부분을 반복해서 연습하도록 유도하는 교육로봇으로 궁금한 점을 묻고 답하는 쌍방향 소통 학습이 가능하도록 만들어졌다”고 했다.

같은 선상으로 인천 동구노인문화센터는 이날 지난 “10월부터 두 달간 디지털기기와 키오스크 사용에 어려움을 겪는 시니어 세대를 위한 ‘디지털역량강화 키오스크 체험교육’을 진행했다”고 알렸다. 동구노인문화센터에서는 인천재능대학교 사회복지과와 협약해 지난 2013년부터 매주 1회 네일아트 및 스마트폰 교육 봉사활동을 통해 어르신들의 정서지원 활동을 계속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간 코로나19로 인해 중단되었던 활동을 이번 키오스크 교육으로 재개한 것이라는 게 센터 측 전언이다.

조수민 대학생기자, 강나리 기자

* "지금의 기사는 <뉴스작성기초1> 수업의 결과물로 12월 16일 <사이드뷰>에 게재된 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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