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칼럼] 시각장애인을 위한 식품 점자 표기 제도가 절실하다
[대학생칼럼] 시각장애인을 위한 식품 점자 표기 제도가 절실하다
  • 한림미디어랩 The H
  • 승인 2021.12.29 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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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장애인의 원활한 경제생활과 알권리를 위해 음료 제품명을 점자로 표기해야 한다. 현재 판매되고 있는 음료들은 제품명이 점자로 쓰여있지 않아 시각장애인들이 구매에 난항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누군가에겐 쉽고 편리하며 당연한 것이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힘들고 어려우며 당연하지 못한 현실이다.

이런 현실 속에서 시각장애인은 음료를 구입할 때마다 ‘랜덤 뽑기’를 해야 하는 상황이다. 심지어는 음료와 주류조차 구분하지 못한 채 선택해야 한다. 특히 캔음료는 대부분 모양과 부피가 비슷하기 때문에 더 난제다. 현재 시중에 판매되는 제품은 점자 표기율이 현저히 낮으며, 있는 경우에도 대개 ‘음료’, ‘맥주’, ‘탄산’이라고 적혀있어 직관적으로 구분이 어렵다.

이에 대한 시각장애인의 어려움을 보여주는 영상을 유튜브에서 본 적이 있다. 손으로 더듬어보는 방법이 최선이기에 편의점 점원의 눈치를 보면서 냉장고를 계속 여닫으며 찾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는 또한 유제품에 대한 고충을 말했는데, 점자로 유통기한이 적힌 음료는 아예 없어 구매를 망설이는 경우가 다반사라고 한다. 특히 우유는 구입하고 바로 마셔야 한다고 덧붙였다.

올해 7월 한국식품산업협회가 식품업체 회원사 161개를 대상으로 현황조사 한 바에 따르면 95%에 해당하는 154개사가 점자 표시를 제공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점자를 표기하는 제품 중에서도 상품명까지 알 수 있는 것은 단 4개에 불과했다. 적혀있는 것마저도 점자의 깊이와 방향, 위치가 제각각인 제품이 많아 통일된 규칙이 필요한 실정이다.

현재 시각장애인들은 제품을 구분할 물리적 장치가 부족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를 해결할 가장 확실한 방법은 음료에 점자를 표기하도록 법을 제정하는 것이다. 제품명이 길어서 표기가 어려운 것은 특수문자 한 가지를 특정하는 방법을 제안해볼 수 있다. 실제로 시각장애인 유튜버 ‘원샷 한솔’은 ‘비락식혜’ 윗면에 새겨진 하트모양 점자로 이를 확실하게 구분한다고 말한 바 있다.

당장 전면 개편이 어렵다면, 규정의 입법화 전까지 국가가 점자표기 선도 기업에 혜택을 주거나 일정 자금을 지원해 자발성을 유도하는 방법도 있다. 동시에 OCR (광학식 문자판독장치) 기반 어플의 개발과 보급화를 위한 집중 투자를 병행해 개인적 차원에서도 극복할 수 있는 창구를 마련한다면 더 좋을 것이다.

만약 내일부터 편의점의 모든 과자 이름이 없어지고 봉지 크기마저 같아진다면 어떨까? 이 중 하나를 골라 값을 지불하게 한다면 그것은 정당한가? 그들은 날마다 이와 같은 문제를 마주한다. 현재 국내 시각장애인 수는 약 25만여 명이다. 이들 국민의 알권리를 보장하는 것은 국가의 ‘복지’가 아닌 ‘의무’라고 생각한다.

이제는 적극적으로 제도적 방안을 모색해 현재의 추상적인 표기 방식과 정보의 불완전성을 개선해야 한다. 또한 음료뿐만 아니라 생존 문제와 직결되는 모든 식품, 생필품의 점자표기도 의무화해야 할 필요가 있다. 소수자가 ‘알 수 없음’에 ‘적응’하는 것이 아니라, 소수자도 세상을 당연하게 ‘직시’할 수 있어야 한다.

박휘림 대학생기자

* "지금의 기사는 <뉴스작성기초1> 수업의 결과물로 11월 26일 <사이드뷰>에 게재된 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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