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인생작] 우리 모두에게 위로를 건네는 영화
[나의 인생작] 우리 모두에게 위로를 건네는 영화
  • 한림미디어랩 The H
  • 승인 2021.12.27 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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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새' 리뷰

벌새는 1초 당 90초의 날갯짓을 하는 새이다. 2019년에 개봉한 김보라 감독의 영화 <벌새>는 자신을 둘러싼 세상 속에서 하나의 벌새처럼 부단히 노력하는 주인공 은희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부산국제영화제, 베를린국제영화제 등 각종 시상식에서 총 51개의 상을 수상한 이 영화는 현재 넷플릭스에서 스트리밍 되고 있다.

2020년 여름, 필자를 잘 아는 선생님께서 이 영화를 꼭 보라고 추천하셨다. 좋아할 수밖에 없는 영화라고 말하며 꼭 봐야한다고 강조하셨다. 몇 년 전에도 선생님이 추천한 영화가 취향에 꼭 들어맞았기 때문에 믿음을 가지고 영화를 시청하게 됐다. 작품을 감상하고 난 뒤 내 주변의 모든 사람이 은희와 영지로 구분됐다. 그래서 현실의 은희들에게 위로를 건네기 위해, 영지들에게 존경을 표하기 위해 이 영화를 추천하고 싶어졌다.

벌새 '영화'에 주인공인 은희역 박지후씨. 사진=네이버 영화 홈페이지
벌새 '영화'에 주인공인 은희역 박지후씨. 사진=네이버 영화

너무나 평범해서 아무도 하지 않았던 이야기

1994년 대치동에 사는 은희는 평범하다. 부모님은 떡집을 운영하고 있고, 오빠와 언니가 하나씩 있다. 가장 친한 친구도, 남자친구도 있다. 공부는 싫고 만화 그리기가 좋은 15살 은희의 세상에는 아주 작은 균열들이 생긴다. 오빠가 때린다거나, 부모님이 싸운다거나, 남자친구가 바람이 난다거나, 친구가 배신을 한다거나, 갑작스럽게 수술을 하게 된다거나, 그런 것들.

은희는 이런 균열들로 인해 혼란스럽다. 그 때마다 그는 한문학원 선생님인 영지를 찾아간다. 영지가 은희 앞에 나타나기 전까지는 그 어떤 어른도 그의 편이 되어주지 않았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영지는 은희에게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해주며 그가 뿌리내릴 수 있는 버팀목이 되었다. 그러나 영지마저도 갑작스럽게 한문학원을 그만두며 은희는 홀로 일어서고자 한다.

영화 <벌새>는 누구나 겪었을 법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김보라 감독은 너무나 평범해서 아무도 하지 않았던 이야기들을 영화에 담아냈다. 누구나 겪는 일이기에 굳이 창작물로 제작하지 않았던 이야기, 어린 날의 성장과정으로 생각하고 가슴에 묻어두었던 이야기가 김보라 감독의 손에서 영화로 거듭났다.

은희 가족들이 식사를 하는 장면. 사진=네이버 영화 홈페이지
은희 가족들이 식사를 하는 장면. 사진=네이버 영화

수많은 은희들에게 김보라 감독이 보내는 위로

감독은 영지의 대사를 쓸 때 그 인물에 빙의하여 작업했다고 한다. 그 중 가장 인상 깊게 남은 대사는 영지가 은희에게 보낸 편지의 내용이다. “어떻게 사는 것이 맞을까 어느 날 알 것 같다가도 정말 모르겠어. 다만 나쁜 일들이 닥치면서도 기쁜 일들이 함께 한다는 것. 우리는 늘 누군가를 만나 무언가를 나눈다는 것. 세상은 참 신기하고 아름답다.” 영지의 말대로 우리의 일상에는 늘 나쁜 일과 기쁜 일이 함께한다. 삶이 아름다운 이유는 그런 일들을 나눌 수 있는 누군가가 존재하기 때문일 것이다.

세상이 나를 가만두는 것 같지 않은 때에도 위로 받을 수 있다는 것, 영지는 은희에게 이것을 알려준다. 나조차도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아 아무 것도 할 수 없을 때엔 “열 손가락을 가만히 움직여” 보면 된다. 은희는 영지를 통해 자신이 할 수 있는 가장 작은 일부터 차례대로 해내며 세상으로 나아가는 방법을 배운다.

스승인 영지역 김새벽씨에게 상담을 벌새 '영화'에 주인공인 은희역 박지후씨. 사진=네이버 영화
스승인 영지역 김새벽씨에게 상담을 벌새 '영화'에 주인공인 은희역 박지후씨. 사진=네이버 영화

작은 균열들이 모여 당신을 무너지게 한다면 추천하고 싶은 영화 <벌새>

은희에게서 나의 모습을 보았다. 그동안 경험했던 작은 균열들이 영화에 녹아있는 것만 같았다. 주변에 있었던 수많은 어른들의 말들은 영화에서 영지로 나타났다. 이 영화를 감상한 적이 있다는 ‘어른’에게 나의 영지가 되어주셔서 감사하다고 전했더니 우리는 모두 은희이면서도 영지라는 답을 들었다. 또한 대학교에서 선배의 역할을 수행하며 내가 영지가 됐음을 느꼈다. 이 글을 읽는 누군가도 이런 경험을 한 적이 있을 것이다. 자신이 쉽게 흔들리고 혼란스러운 은희였다가도, 어느 순간엔 타인의 영지가 되어 있는 경험을.

실제로 김보라 감독은 인터뷰를 통해 이 영화가 10대인 사람들에게, 10대 시절을 지나온 무수한 은희에게, 또 어른이 된 자신이 은희였던 자신에게 보내는 위로라고 밝혔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은희는 가만히 주변을 둘러본다. 불의의 사고로 영지는 은희를 떠났지만 은희는 왠지 자신감이 넘쳐 보인다. 그는 작은 균열들을 통해 전보다 조금 더 단단해진 모습이다. 만약 당신의 마음 한 구석 어딘가에 어린 시절의 자신이 웅크려 있다면 영화 <벌새>를 보는 것은 어떨까? 이 영화가 당신을 위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윤희주 대학생기자

* "지금의 기사는 <뉴스작성기초1> 수업의 결과물로 11월 15일 <사이드뷰>에 게재된 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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