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시선] '낙태'를 둘러싼 사실과 가치
[청년시선] '낙태'를 둘러싼 사실과 가치
  • 한림미디어랩 The H
  • 승인 2021.12.06 0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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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모 배우의 ‘낙태 종용’ 의혹이 불거지면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네티즌들이 낙태와 관련된 각종 이슈들에 대해 설왕설래하고 있다. 낙태 종용의 불법성 여부, 합법화 전 낙태 모 배우의 처벌 가능성, 심지어 낙태 합법화 자체의 사실성 여부와 헌법불합치의 의미 등에 대해 엇갈린 주장들이 난무했다. 그중 몇 가지 주요 사안들을 짚어보자.

△낙태 행위의 법적 상태= 지난 2019년 4월11일, 헌법재판소는 낙태한 여성을 처벌하는 형법이 헌법에 위배된다며 해당법 제정 66년만에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헌법불합치란 법 규정의 위헌성이 드러났지만 위헌 결정을 내릴 경우 그날부터 해당 규정의 효력이 상실됨에 따라 생기는 법적 혼란을 막기 위해, 관련 법이 개정될 때까지 한시적으로 법적 효력을 인정해 주는 헌재의 변형 결정 중 하나다.

헌재의 헌법불합치 결정에 따라 지난해 12월31일까지는 낙태죄가 인정이 됐지만 1월1일부터는 이법이 폐지됐다. 그러나, 국회는 개정 시한인 20년 12월31일까지 개정 법안을 통과시키지 못해 현재 계류중이다.

△‘낙태 종용’은 처벌받을 수 있을까?= 과거 낙태죄가 헌법불합치 결정을 받기 전에는 31조(교사범)와 32조(종범)에 의거, 낙태를 종용하거나 방조한 사람을 낙태교사죄 또는 낙태방조죄로 처벌할 수 있었다. 그러나 올해부터 낙태죄가 폐지되면서, 더 이상 낙태를 종용하거나 방조한 남성에 대한 처벌이 어려워졌다. 낙태 자체가 죄가 아닌 것이 돼 이를 교사한 사람에 대한 처벌 규정도 무효화된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개정안 왜 통과 안되나?=지난 19년 4월15일 정의당 이정미 의원은 ‘낙태죄’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 의원이 대표 발의한 모자보건법 개정안에서는 임신 기간을 3분기로 나눠, 임신 14주 이내의 낙태는 임신부 요청에 따라 가능토록 했다. 또, ‘임신 유지나 양육이 어려운 사회적 경제적 사유’ 등의 이유로 임신 14주부터 22주 이내에도 낙태를 허용하되, 임신 22주부터는 심각한 모체 건강상 이유를 제외하고는 낙태를 금지했다.

이에 대해, 여성계 일각에서는 임신중지를 여전히 제한하고 징벌한다는 점에서 헌재 결정문보다 후퇴한 법안이라며, 임신 주수와 관계없이 임신중지를 허용해야 한다고 반발의 목소리를 냈다.

이 문제에 대한 해외사례들을 살펴보면, 대부분 낙태 허용 시기에 대한 일정한 기준을 적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일본의 경우, 원칙적으로 형법상 낙태가 금지돼 있으나 ‘모체보호법’에서 특정 허용 사유 아래서 임신주수 22주 미만에 한해 낙태 가능 요건을 규정하고 있다. 특정 허용 사유로는 전문가 2인의 승인 및 배우자 동의하에, 임신을 지속하거나 분만함으로써 신체적 또는 경제적 이유에 의해 모체의 건강을 명백히 해칠 우려가 있는 경우, 폭행이나 협박 또는 저항이나 거절할 수 없는 상황에서 간음으로 인해 임신한 경우 등이 있다.

영국은 배우자의 동의 필요 없이 임신부가 원할 경우 2명의 의사 의견이 있다면 24주까지 낙태가 가능하다. 허용 사유로는 모체 생명 보호를 비롯해 모체 신체·정신적 건강, 경제·사회적 사유 등으로 다양하게 규정하고 있다.

태아의 생명권 존중과 여성의 자기결정권 및 모체 보호의 가치를 모두 지켜낼 수 있는 낙태법 개정안이 찬반 그룹의 합의점을 이끌어 낼 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전민 대학생기자

* "지금의 기사는 <헬스저널리즘> 수업의 결과물로 11월 20일 <사이드뷰>에 게재된 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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