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오늘도 반찬 배달 나갑니다.”
“아내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오늘도 반찬 배달 나갑니다.”
  • 한림미디어랩 The H
  • 승인 2021.11.19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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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숭의종합사회복지관 김용철 자원봉사자
* "지금의 기사는 <인터뷰실습> 수업의 결과물로 11월 18일 <오마이뉴스>에 게재된 바 있습니다"

인천 미추홀구의 숭의종합사회복지관에는 조금 특별한 봉사자가 있다. 이미 팔순의 나이인데도 11년째 노인들에게 밑반찬 배달 봉사를 해오고 있는 김용철(80)씨가 그 주인공이다. 가을 햇볕이 따뜻하게 내리쬐던 11월의 어느 날, 인천 미추홀에 있는 숭의종합사회복지관에서 그를 만나 아름다운 봉사 이야기를 들어봤다.

▲ 인터뷰 중 미소를 짓는 김용철 자원봉사자.
▲ 인터뷰 중 미소를 짓는 김용철 자원봉사자.

“아내가 원래 목욕 봉사를 했는데 한 번 갈 때마다 몸이 불편한 사람 3~4명을 혼자서 목욕시키다 보니 체력적으로 힘들어했어요”라며 인터뷰를 시작한 김씨는 “마침 숭의종합사회복지관에서 자원봉사자를 모집하길래 그때부터 저희가 함께 밑반찬 봉사를 시작하게 됐어요”라고 말문을 이어 나갔다. 하지만, 아내는 안타깝게 4년 전 암으로 세상을 떠나며 힘든 항암치료 중에서도 마지막에 “‘여보, 내가 먼저 세상을 떠나지만, 반찬 배달 봉사는 계속했으면 좋겠어요’”라는 말을 남겼다고 한다. 이후, “집사람과 약속을 지키기 위해 지금도 어려운 노인들을 찾아 반찬 배달을 하고 있어요”라고 알려주는 김씨이다. 그런 그의 마음속에 유독 따뜻하게 떠오르는 이가 있다.

“교직 생활을 하던 분이었는데 몸이 불편하셨어요”라며 말문을 연 김씨는 “자식도 없고, 남편도 돌아가셔서 당신도 어려울 텐데 도시락을 받으실 때마다 가족처럼 반갑게 맞이해 주셨어요”라고 이야기를 이어 나간다. 김씨는 “거동이 불편하셔서 제가 3년 동안 밑반찬을 배달했는데, 꼭 때만 되면 다른 이들을 도와 달라고 손에 봉투를 쥐어 주셨어요”라고 당시를 회상한다. 그는 자신도 어려울 텐데 다른 이들을 도우려는 그녀를 보고 오히려 자신이 배운 것이 더 많다며 불우한 아이들을 도와달라던 그녀의 따뜻함을 결코 잊지 못한다.

▲  김용철 자원봉사자가 자신의 차량으로 반찬 배달을 하고 있다.
▲김용철 자원봉사자가 자신의 차량으로 반찬 배달을 하고 있다.

2011년부터 일주일에 한 번씩 직접 차를 몰아 네 가정에 밑반찬을 배달하고 있는 김용철씨는 이달 들어 두 가정에만 밑반찬을 배달하는 중이다. 반찬 배달 서비스 계약이 종료된 곳도 있고, 자신이 최근 무릎 수술을 받아 목박을 짚고 다녀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김용철씨가 밑반찬만 배달하는 것은 아니다. “봉사를 많이 하다 보니까 이제는 어르신들의 눈만 보아도 기분이 어떠시고 몸 상태는 어떠신지 짐작이 가요”라고 알려주는 김씨는 “몸이 안좋아 보이실 경우에는 복지관을 통해 병원에 가실 수 있도록 도와드린다”고 설명한다.

이렇듯 반찬 배달을 통해 행복함을 주고 받는 김씨지만 그에게도 가슴 아픈 순간이 있다. “제가 오랫동안 반찬 배달을 해 드린 분이었어요”라며 당시를 떠올린 그는 “어느 날 갑자기 병원에 입원하시더니 얼마 안 돼서 돌아가셨어요”라고 말한다. “그 이후로 한동안 ‘조금이라도 더 말동무를 해드리고 더욱 친절하게 대할걸’”이라는 후회가 들었다는 김씨이다. “저도 한해 한해 나이를 더 먹어서 그런지 이젠 제 얘기 같기도 해요”라며 말을 이어 나간 그는 “그렇지만 한편으로는 제가 여전히 남한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해요”라고 진솔한 심정을 털어놓는다.

▲ 조리팀에서 반찬을 기다리는 김용철 자원봉사자
▲ 조리팀에서 반찬을 기다리는 김용철 자원봉사자

봉사 대상자들이 특히 좋아하시는 반찬은 없냐는 질문에 “워낙 여러 가정에 다양한 종류의 반찬들이 배달되다 보니 간혹 입맛에 맞지 않는 경우가 더러 나와요”라고 상황을 알려준 그는 “배달 용기를 가지러 가면 슬쩍 음식 맛은 어땠는지 여쭤보고 간이 조금 싱겁거나 짜다는 말을 들으면 복지관에 전달한다”고 일러준다.

슬하에 아들 둘을 둔 김 할아버지는 현재 고령의 어머니와 함께 사는 중이다. 그의 아들과 며느리는 “비록 내가 봉사 받을 나이이지만 내가 좋아서 하는 거니까 힘껏 응원해 줘요”라며 알려준다.

앞으로의 희망에 대해 김 할아버지는 “복지관 예산이 줄면서 반찬 배달 대상자도 줄어들고 있는데 후원자나 후원단체가 늘어나서 혜택을 볼 수 있는 이웃들이 더욱 많아졌으면 좋겠어요”라는 바람으로 인터뷰를 마쳤다.

김주연 대학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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