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놋그릇이 코로나 예방?
[팩트체크] 놋그릇이 코로나 예방?
  • 한림미디어랩 The H
  • 승인 2021.11.09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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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해외저널에 ‘구리효과’ 보고돼…100% 구리 아닌 놋그릇엔 ‘글세…’

놋그릇의 구리 성분이 코로나19에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일부 언론에 보도되면서 유기그릇 판매의 증가세가 감지되고 있다. 과연, 코로나19에 대한 ‘구리 효과’는 사실일까.

우선, 일선에서 느끼는 수요 증가세를 알아봤다. 유기그릇를 판매하는 식기업체 T는 “코로나19 사태가 시작된 이후 매출이 10% 정도는 늘었다”며 ”유기 품목 중 가장 잘 나가는 상품은 수저로, 그릇 등 식기류의 매출이 전체적으로 올랐다“고 말했다. 또 다른 유기그릇 전문 판매 K업체 역시 하반기 들어 상승세가 꺾였지만 “올 초까지 매출이 1.5배 가량이나 증가했다”고 전한다.

이런 수요 증가가 무색하지 않게 실제로 구리효과는 있는 것일까. 이에 대해, 식기류의 안정성 평가를 담당하는 식품의약품안전처 관계자는 예방 효과를 입증할 공식적인 근거자료가 없어 “놋그릇이 코로나19 바이러스 제거 효과가 있다고 보증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놋그릇 효과에 대한 믿음은 어디서 나온 것일까. 조선일보 10월20일에 게재된 기사에 따르면 ‘지난 4월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등에 속한 연구자들이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 발표한 바로는 코로나 바이러스가 플라스틱과 강철 위에서 72시간 동안 존재하지만, 구리 위에서는 4시간 정도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에 따르면 공기 속에서는 3시간만에 사라지는 코로나 19 바이러스가 구리 위에 앉으면 4시간 만에 없어지고 스테인레스에서는 24시간 존재했다는 것이다.

이 연구 이전에도 구리가 인플루엔자A나 사스, 메르스 등 다른 종류의 바이러스들에 비활성화 효과를 내는 것을 보고한 실험 연구는 다수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 보도를 보고 코로나19에 대한 구리효과를 수용하기에는 몇 가지 문제점이 따른다. 우선, 이 연구는 조선일보 보도처럼 네이처지에 실린 것이 아니고 뉴잉글랜드 의학저널(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에 프린스턴과 UCLA의 연구자들이 10차례의 실험 결과를 보고함으로써 알려진 것이다.

저널명 자체가 구리효과의 유무 여부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겠지만 그렇다고 100% 구리효과를 보증할 수는 없는 고려사항들이 존재한다. 우선, 놋그릇은 놋쇠로 만든 생활 도구로 구리와 주석 등의 합금으로 제작되며, 그중에서도 ‘방짜유기’는 구리와 주석을 78대 22의 비율로 섞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험에서는 100%로 구리가 사용 됐지만 실제 놋그릇은 구리 함유량이 다양한 편차를 보일 것이기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놋그릇 위에서 실제로 어떤 효과를 보일지는 불확실성의 여지가 남아 있다는 말이다.

한림대학교 바이오메디컬학과 박진서 교수는 구리의 코로나19 효과성에 대해 “어떤 시도든 원하는 환경에서 바이러스의 수를 99% 이상 줄여야 어느 정도 항바이러스 효능이 있다고 이야기할 수 있다”며 “만일 99% 이상 줄여도 바이러스가 일부 존재하면, 감염의 위험이 있다고 판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어 “바이러스 한 마리라도 숙주세포에 감염하면 복제 과정을 거쳐 수없이 많은 바이러스가 생산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박교수의 말은 100% 구리가 아닌 놋그릇이기 때문에 해외실험에서와 같이 4시간만에 코로나19 바이러스 모두가 비활성화되는 것이 아니고 일부가 살아 남아 인체에 옮아 온다면 복제 과정을 거쳐 수많은 바이러스로 증식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결론적으로, 놋그릇이 100% 구리로 제작되는 것이 아닌 점을 감안한다면 코로나19 바이러스 비활성화 효과가 있을지는 순 구리물질이 아닌 실제 놋그릇으로 실험이 진행될 필요가 있지만 국내외에 아직 그런 실험은 진행되지 않았다 .

김주연 대학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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