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 식용 금지 여론 '알쏭달쏭'
개 식용 금지 여론 '알쏭달쏭'
  • 한림미디어랩 The H
  • 승인 2021.11.02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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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섭취는 개인의 선택" 58.6%... "금지법 찬성"도 49.3%

우리 국민은 다수가 개고기 식용에 반대하면서도 질문의 방식에 따라 찬반 의견의 편차가 달라지는 것으로 나타나 눈길을 끈다.

지난 12~14일 215명을 대상으로 네이버 폼을 통해 자체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개고기 식용과 관련해 '개고기 섭취에 어떤 인식을 가지고 있는가'라는 질문에 "개인의 선택"이라는 의견이 58.6%(126명)으로 다수를 차지한 반면, "혐오스럽다"는 부정적인 의견에 29.3%에 불과했다.

같은 맥락에서 '보신탕/영양탕이 간판에 노출'되는 것에 대한 의견을 묻자, 다수인 61.9%(133명)가 "업주의 마음"이라고 응답한 반면, "허용해서는 안된다"는 의견은 38.1%(82명)에 그쳤다.

이 같은 개인의 기호 존중의 결과는 경기도가 지난달 11~12일 경기도민 1021명을 대상으로 '개식용 관련 도민 인식조사'를 실시한 결과, 72.1%가 "개인의 결정" 사안이라고 응답한 것과 일맥상통하는 것이다.

그러나 같은 경기도 조사에서 앞으로 개고기를 먹을 의향에 대해 전체 응답자 중 84%(838명)가 '없다'고 응답했고, 개고기를 먹는 것 자체에 대해서는 62%(620명)가 반대의견을 냈다.

자신이 먹을지 여부를 묻거나 개식용 일반에 대해 질문을 하면 다수가 반대를 하지만, 개고기를 선호하는 타인의 기호 자체를 억압할 수는 없다고 보는 의견이 다수임을 알 수 있다. 결국, 어떤 각도에서 질문하는가에 따라 개고기 식용에 관한 답변이 달라짐을 나타내는 것이다.

이같은 답변의 편차는 개 식용금지 법안에 대한 질문에서도 나타난다. 기자가 네이버폼에서 215명을 대상으로 '문재인 대통령이 공론화한 개 식용 금지법 마련이 필요한가'라고 질문하자 찬성 의견이 다수이긴 하지만 49.3%에 그치고 반대의견이 39.5%로 만만치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5월 경기도 조사에서 "문재인" 대통령 언급 없이 '개 식용금지법'에 대해 물었을 때 64%가 찬성 의견을 보인 것과 차이가 나는 것이다.

게다가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가 지난 8월말 발간한 '2021 동물복지 정책개선 방향에 대한 국민인식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개·고양이를 죽이고 그 성분이 포함된 음식을 생산·판매하는 행위'를 법적으로 금지하는 것에 대한 의견을 묻는 질문에는 78.1%가 동의한다고 했고 반대의견은 22%에 불과했다. '개·고양이를 죽이고 그 성분이 포함된 음식을 생산·판매'와 같은 직설적인 표현이 질문에 포함된 이 조사에서 개 식용금지법에 대한 찬성비율이 가장 높게 나타난 것이다.

이런 설문 결과에 대해 일선에서도 의견의 차이가 감지된다. 조희경 동물자유연대 대표는 기자의 설문 결과에 대해 "암묵적으로 개 식용 종식에 대한 시회적 합의가 이미 이루어졌음을 뜻한다고 볼 수 있다"며 "대한민국 역사상 현직 대통령이 처음 언급한 것 자체로도 의미가 크다. 이제는 개농장 전수조사를 비롯, 관계 부처가 모두 나서 개식용 금지를 위한 실질적 조치 에 들어가야 할 때"라고 말했다.

그러나 춘천에 거주하는 이모(46·춘천시 요선동)씨는 개 식용 금지법에 대해 "굳이 왜 찬성을 해야 하죠?"라며 "먹든 먹지 않든 개인의 선택이죠. 이젠 먹거리까지 정부가 규제하려고 하네요"라며 불만을 토했다.

춘천의 한 택시 기사도 "개고기는 오래 전부터 우리 고유의 전통인데 이걸 없애고, 먹는 것도 국가가 통제하면 어디까지를 통제하려고 들 것인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 간이조사에서 '개 고기가 우리나라의 전통 음식이라는 이야기에 동의하는가'라는 질문에는 "반대"하는 입장이 70.7%(152명)에 달했다.

춘천시에 따르면, 현재 시에 보신탕, 영양탕으로 등록이 되어있는 업체는 총 15 곳으로 보신탕 1곳, 영양탕 14곳이다. 4년째 보신탕집을 운영하는 이모(40)씨는 "식용 금지법이 대두되면서 보신탕을 찾는 손님이 많이 줄었어요. 저같은 자영업자 입장에서는 생계와도 직결되나보니 탐탁치는 않네요"라며 개 식용 금지 법제화에 대한 거부감을 조심스레 전했다.

임채린 대학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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