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와 영화] 류승완이 본 공권력의 이상과 현실
[영화와 영화] 류승완이 본 공권력의 이상과 현실
  • 한림미디어랩 The H
  • 승인 2021.02.10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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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베테랑'과 '부당거래'

2020년 현재 전 세계적으로 뜨거운 키워드 중 하나는 바로 ‘공권력’에 대한 내용이다. 미국에서는 올해 5월 ‘조지 플로이드 사건’이 터지면서 공권력에 대한 불신과 두려움이 폭발해 ‘Black lives matter’라는 인권 운동이 생겼고, 전 세계적으로 캠페인이 퍼졌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이다.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되면서 출범한 문재인 정부의 가장 큰 목표는 적폐청산이었다. 그동안 만연했던 부정부패를 없애고 과잉된 공권력을 분산시켜 제대로 된 역할을 하게 하는 것이다. 작년부터 계속해서 관심을 받고 있는 조국 전 장관 사태부터 공수처 설립, 경찰의 수사권 독립, 윤석열 검찰총장의 대선까지 온 국민의 관심은 공권력을 향해 있다. 이러한 현황을 볼 때 류승완 감독이 만든 ‘베테랑’과 ‘부당거래’는 현황과 비교해 충분히 이야깃거리가 나올 작품들이다.

영화 '부당거래'와 '베테랑'의 공식포스터. 사진=네이버영화
영화 '부당거래'와 '베테랑'의 공식포스터. 사진=네이버영화

두 영화는 서로 다른 맥락으로 경찰을 중심으로 다룬다는 공통점과 함께 류승완 감독이 연출했고, 황정민이 경찰로 출연했다는 공통점이 존재한다. 먼저 베테랑은 2015년 8월 5일 개봉한 영화로 1341만 명의 관객 수를 기록하여 한국 영화의 초대박 흥행의 척도인 관객 수 천만을 돌파한 성공한 상업영화이다. 영화의 간략한 줄거리는, 사회적인 악덕을 체현하는 절대 악인 조태오에 맞서 정의를 바로 잡는 서도철의 대결을 그린 전형적인 서사를 보여주고 있다.

반면, 부당거래는 2010년 10월 28일 개봉한 영화로 마찬가지로 류승완 감독이 만들었으며 272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였다. 영화의 줄거리는 얽히고설킨 경찰과 검찰, 기업, 검은 조직 등등의 이야기로 공권력을 다루고 있는 영화이다. 두 영화는 경찰을 중심으로 하는 서사를 공통적으로 띄고 있지만 경찰을 바라보는 시선은 확연히 다르다.

이항대립과 다양한 인간 군상으로 본 톤 앤 매너

영화를 볼 때 영화의 맥락과 톤 앤 매너를 파악하면 쉽게 영화의 콘셉트를 알 수 있다. 베테랑은 천만 영화답게 매우 쉽고 단순한 톤 앤 매너를 설정한 반면, 부당거래는 인간군상을 다양한 톤 앤 매너로 연출하고 있다. 베테랑의 경우 대표적인 톤 앤 매너 색상은 빨간색과 파란색이다. 영화에서 연출한 빨간색은 서민적인, 혁명적인 느낌을 표현하였다. 반면, 파란색의 경우 권위세력과 보수적인 느낌으로 연출하였다.

대표적으로 빨간색은 주인공 서도철과 주위 동료들에게 반복적으로 나타나며 파란색은 악당인 조태오와 주위 사람, 공간들로 반복 노출시키고 있다. 선과 악의 전형적인 대결을 그린 영화이기에 이 두 색은 상반된 의미를 지니고 있으며 서로 이항대립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베테랑 스틸컷. 사진=네이버영화
영화 베테랑의 스틸컷. 사진=네이버영화

부당거래의 경우 매우 다양하게 톤 앤 매너를 사용하고 있다. 영화 전체적인 분위기를 나타내는 색은 파란색이다. 이때의 파란색의 의미는 ‘blue’로 우울함을 띄고 있으며 영화 속 배경은 시종일관 파란 톤으로 우울한 사회의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이 밖의 계층간의 고유 색상 또한 존재한다. 경찰의 경우 파란색으로 ‘블루칼라’적인 느낌을 주고 있으며, 검찰은 흰색으로 경찰과 비교했을 때 ‘화이트칼라’적인 느낌을 주고 있다. 또한 검은 조직의 경우 검은색, 서민의 경우 빨간색으로 상징하여 매우 다양하게 톤 앤 매너를 활용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두 영화가 보여주는 톤 앤 매너 설정의 차이는 영화의 근본적 분위기부터 상업적 결과까지 판이한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관객이 감정적 동료이거나 도덕적 평가자거나

영화를 감상하는데 있어 관객의 감정이입은 영화의 느낌을 형성하는데 큰 역할을 한다. 영화 베테랑 속 감정이입의 대상은 확실하다. 관객들은 절대 악인 조태오에 대항하는 서도철이라는 캐릭터에 전적으로 이입을 한다. 위에서도 설명한 이항대립으로써 이분법적으로 보다 쉽게 절대 선을 설정하여 관객의 이입을 돕고자 하는 것이다. 조태오의 악행을 당하는 인물들에게 연민을 느끼면서 이러한 연민의 감정은 자연스레 분노로 변하게 된다. 이 분노를 해결해 줄 해결사가 영화 속에서는 불의에 타협하지 않는 서도철이라는 캐릭터이기 때문에 영화의 서사 또한 서도철 위주로 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영화 부당거래의 스틸컷. 사진=네이버영화
영화 부당거래의 스틸컷. 사진=네이버영화

반면 부당거래의 경우 그 어떤 인물에게도 감정이입을 할 수 없게끔 연출하였다. 영화에서는 베테랑처럼 절대 악과 절대 선이 존재하지 않다. 각자 자기의 이익만을 챙기는 더러운 악밖에 없는 것이다. 그렇기에 영화는 특정 인물에 기대어 서사를 이어가지 않는다. 특정 인물의 시점 쇼트를 사용하지 않고 제3의 관찰자 시점으로 영화는 연출되었다. 이때 관찰자는 관객들로 관객들에게 굉장히 냉소적인 태도를 가지도록 연출되어졌다. 인물간의 복잡한 이해관계들로 한 쪽이 위기를 겪지만 전혀 감정적 연민이 안 생기는 것 또한 이러한 연출 때문인 것이다.

이러한 감정이입 대상의 유무는 베테랑처럼 영화와 관객간의 연대의식을 느끼게 할 수 있으며 부당거래처럼 도덕적 우위를 가지며 관객이 평가를 하는 잣대를 가질 수 있다.

류승완이 생각하는 현실세계와 이상세계

두 작품 모두 류승완 감독이 만든 작품이기에 작품이 내포하는 메시지의 차이를 확연히 느낄 수밖에 없다. 베테랑에서 보여주는 사회적 시선은 매우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 거대한 힘에 맞선 작은 힘들이 각자 연대하여 무너뜨린다는 서사자체가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을 보는 것 같으며 그 결과가 매우 동화 같다. 분명 현실에서는 매우 어려운 것이라는 것을 관객들도 알고, 류승완 감독 또한 안다. 그렇기에 베테랑이라는 영화는 매우 이상적인 사회를 그리고 있으며 현실 속에 존재하지 않는 이상적인 공권력을 감독은 그리고 있는 것이다. 대중영화로서 많은 대중의 만족을 채워야 하며 동시에 이상적 공권력을 그리며 현실 속 공권력과 대비시켜 변화를 촉구하는 것이다.

영화의 엔딩이 가장 대표적인데 조태오의 악행이 뉴스를 통해 고발되고 피해자인 배기사와 그의 가족들을 보여주며 영화는 끝난다. 단순히 보면 악행이 고발되고 모든 사건이 긍정적으로 해결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하지만 아이와 엄마만 덩그러니 병원에서 뉴스를 보는 부분과 여전히 병실에서 혼수상태로 있는 배기사를 보면 마냥 해피엔딩이라고는 결론을 내릴 수 없는 것이다. 그렇기에 영화 자체만 보았을 때 지나치게 긍정적인 사회를 그리는 것으로 볼 수도 있지만 현실과 비교해 보았을 때 생기는 괴리감을 만들어 사회에 대한 변화를 촉구하는 영화이기도 한 것이다.

영화 베테랑의 스틸컷. 사진=네이버영화
영화 베테랑의 스틸컷. 사진=네이버영화

부당거래의 경우 사회의 몇몇 실재 사건들을 모티브로 하여 만든 것이 확실하며, 사회와 공권력을 굉장히 냉소적인 시선으로 평가하게끔 연출하였다. 그 누구에게도 감정이입이 안 되며 연민의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심지어는 영화 내내 피해자인 것 같이 연출되었던 용의자 이동석 또한 결국은 범인이었다는 점에서 사회에 대한 탄식을 야기하고 있다. 이러한 사회 고발적인 메시지는 대사를 통해 직접적으로 드러났는데 예를 들어, 장석구라는 인물이 이동석을 범인으로 만드는 과정에서 대사를 보면 알 수 있다. “심신 장애로 인해서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 없거나 구분을 잘 못하거나 아니면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없는 자에 한해서 그 사람이 한 것에 대해서는 벌하지 아니한다.”라고 말하며 장석구가 이동석에게 범인을 하라고 회유하는 장면이 있다. 다분히 사회 비판적인 대사이다.

영화 부당거래의 스틸컷. 사진=네이버영화

이 대사를 보면 한 인물이 자연스레 떠올려질 것이다. 바로 얼마 전 출소한 조두순이다. 아직까지도 이러한 판결에 대해 많은 이들이 공감을 하지 않고 이해 못할 사법 시스템에 분노하고 있다. 영화는 조두순이라는 모티브를 영화 속 이동석에게 투영하여 이동석이 범인이라는 것을 이미 은밀하게 내포하는 것이다. 이러한 사회 비판적인 모티브들을 차용하여 영화는 계속해서 이러한 현실을 비판하고 있으며 단 한 번도 낙관적인 시선을 보여주지 않는다.

현실을 바라보는 인간의 관점은 전 세계 인구 수 만큼 다양할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상반된 세계관을 보여주는 베테랑과 부당거래를 류승완이라는 한 사람이 만들었다는 점이 흥미로운 부분인 것이다.

인간적인 캐릭터인 서도철과 인간 그 자체인 최철기

두 영화 속 모두 황정민이라는 배우는 형사를 연기한다. 하지만 형사라는 직업만 같을 뿐 두 캐릭터는 매우 다르다. 베테랑 속 서도철 형사는 마초적이며 말 그대로 정의의 사도이다. 황정민의 대한 대중들의 인식은 고정적인 측면이 있다. 영화 베테랑이나 히말라야, 검사외전 등등 굉장히 인간적인 캐릭터들의 이미지가 강하다. 그렇기에 베테랑에서도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는 캐릭터로 사용되며 자신과 전혀 상관없는 배기사 사건에도 주도적으로 나서서 사건을 해결하려고 하는 것이다. 이러한 자신의 소신을 토대로 타협하지 않고 절대 악에 당당하게 맞서는 상황이 대중이 생각하는 황정민이라는 배우의 이미지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이러한 이미지 그대로를 캐릭터로 투영시켜 베테랑은 황정민 중심의 영화로 만들어졌다.

반면 최철기 형사는 서도철과 비교했을 때 더 마초적이기도 하지만 현실과 타협했다는 점에서 그 차이가 두드러진다. 캐릭터 설정 상 최철기는 경찰 조직에서 이방인 같은 존재이다. 이러한 상황 속 자신의 출세를 위해 무고한 사람을 범인으로 만들려고 한다. 그렇기에 동정이 가는 최철기 형사라는 캐릭터가 관객 입장에서는 전혀 연민의 감정이 안 느껴지는 이유인 것이다.

영화를 감상하며 인간적인 캐릭터라는 비유를 많이 하곤 한다. 이렇게 중의적인 표현의 양 극단의 해석을 두 영화의 황정민 캐릭터가 보여주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좋은 영화에 있어 관객 수는 숫자에 불과하다.

이 두 영화는 닮은 듯 닮지 않은 영화이다. 비슷한 공권력이라는 주제로 서로 상반된 시선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영화의 상업적 결과도 차이가 난다 할 수 있다. 하지만 영화의 내용 뿐 만 아니라 복합적인 부분들이 합쳐져 결과의 차이가 났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관람 등급으로만 보았을 때도 부당거래는 청소년 관람 불가 판정을 받았다. 영화에서 보여주는 사회의 암울함과 폭력성을 보았을 때 당연하다고도 볼 수 있다. 반면 베테랑의 경우 15세 관람가 판정을 받았다. 약물 복용이나 폭력적인 장면들이 있지만 그 자체를 부정적인 시선으로 영화는 연출하였기에 15세 관람가 판정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관람 등급에서도 이미 확보할 수 있는 관객층의 차이가 발생한다. 부당거래의 경우 성인에 한정하여 확보할 수밖에 없었지만 베테랑은 전 세대를 아울러 관객을 확보할 수 있었던 것이다.

시기적으로 보았을 때도 부당거래는 전통적으로 극장 비성수기인 10월에 개봉을 하였다. 이러한 개봉시기임에도 영화관 입장권 통합 전산망에 따르면 개봉일에 440개의 스크린을 확보했으며 최대 502개의 스크린까지 확보했었다. 하루 최대 2,664번 상영을 했고 최대 28.8%의 좌석 점유율을 기록하여 청불영화로는 272만 명이라는 인상적인 스코어를 기록했다. 베테랑의 경우는 부당거래가 비교 할 수도 없는 수치를 기록했는데 시기적으로도 성수기인 8월 달에 개봉을 했다. 이 당시 영화 암살과 미션 임파서블5가 비슷한 시기에 개봉을 하여 극장가에 활기를 주어 베테랑의 흥행에도 큰 요인이 되었다. 베테랑은 이미 개봉일 957개의 스크린을 확보했으며, 최대 1,064개의 스크린까지 확보했고 하루 최대 5,405번 상영을 했다. 좌석 점유율은 최대 39.0%까지 점유하며 1341만 명의 관객을 돌파한 극장가 성수기 최대 승자가 된 것이다.

어떤 영화가 좋은 영화인지는 영화의 스코어가 결정하지 않는다. 영화가 상업적으로 성공하였더라도 비평적으로 좋지 않은 영화일 수 있기 때문이다. 스코어를 결정하는 데에는 위에서 언급한대로 내용, 등급, 개봉시기, 스크린 확보 등등 수많은 요인들이 결합이 된다. 그렇기에 상업적으로 베테랑보다 못한 스코어를 기록했다고 해서 부당거래라는 영화가 더 못한 영화일 수는 없다.

영화를 보는데 있어 재미 요소 중에 하나가 감독의 의도이다. 이 두 영화는 비슷한 듯 보여도 각각 류승완이라는 감독이 다른 의도로 영화를 만들었다. 영화가 보여주는 다른 사회적 시선을 체험하며 더 나아가 실재 사회를 바라보는 비판적 시선을 현대인으로서 함양해야 할 것이다. 단순히 여가와 취미로써 영화를 볼 수도 있지만 이러한 의도와 시선들을 통해 사회를 변화 시킬 수도 있는 것이 영화의 힘이기 때문이다.

문갑주 대학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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