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와 나] 1960년대 사회의 계급 문제와 욕망
[미디어와 나] 1960년대 사회의 계급 문제와 욕망
  • 한림미디어랩 The H
  • 승인 2021.02.03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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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하녀' 리뷰

[미디어와 나]는 한림대학교 미디어스쿨 뉴스작성기초1 수강생들이 수업을 통해 1. 나와 미디어의 관계에 대한 고민을 바탕으로 가장 좋아하는 미디어 영역의 무엇인가를 소개하고 추천하는 글입니다.[편집자말]

1960년에 개봉한 김기영 감독의 <하녀>를 보게 된 건 우리나라 최초로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은 영화 <기생충>의 가장 큰 영감을 준 영화라는 봉준호 감독의 인터뷰기사 때문이었다. <기생충>에서 등장하는 계단 장면은 많은 사람들이 꼽는 명장면으로 긴장감 넘치는 장면인데 이 ‘계단 시네마’의 처음이 된 영화가 1960년대의 고전영화라니 어떤 내용을 담고 있을지 궁금했다.

영화 '하녀'의 공식포스터. 사진=네이버영화
영화 '하녀'의 공식포스터. 사진=네이버영화

고전영화는 거의 처음이고 옛날 영화라는 생각에 많은 기대를 하지 않고 본 <하녀>는 옛날 영화라는 틀을 깨주기에 충분한 영화였다. <하녀>가 다루는 내용은 오늘날의 영화들보다 과감했고 표현에 있어서 공포영화보다 더 무서운 느낌을 주었다.

주인공 동식은 아내, 딸, 아들과 함께 살며 방직 공장에서 음악선생 일을 한다. 공장에서 인기가 많은 동식은 연애편지를 준 여공을 신고하여 정직 처분을 받게 할 만큼 물의를 싫어하는 남자다. 동식은 돈 벌이를 위해 집에서 한 여공에게 피아노 개인 교습을 하게 되는데 이사 온지 얼마 안 된 집에서 쥐가 나타나 임신한 아내가 크게 놀라자 여공을 통해 하녀를 들이게 된다. 아내가 친정집으로 가게 된 날 여공은 동식에게 고백하고, 동식은 여공을 내쫓는다. 이를 다 보고 있던 하녀는 동식을 협박해 부적절한 관계를 맺고 이를 통해 임신하지만 동식의 아내의 구슬림에 넘어가 낙태하게 된다. 이후 하녀는 실현하지 못한 욕망과 억울함에 동식의 가족에게 복수를 하고, 이 과정에서 동식의 아들이 계단에서 떨어져 죽게 된다. 동식의 아내는 결국 모든 것을 포기하고 하녀가 시키는 대로 하고 동식은 하녀의 강요로 함께 쥐약을 먹고 자살하게 된다.

영화 '하녀'의 스틸이미지. 사진=네이버영화
영화 '하녀'의 스틸이미지. 사진=네이버영화

<하녀>는 1960년 4.19혁명 이후 11월에 개봉된 작품이다. 영화가 극장에 개봉하기 1년 전인 1959년은 전쟁 이후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고 중소기업들이 도산하며 경제가 불안했던 시기이다. 사람들은 집을 마련하고자 부동산 열풍에 뛰어들었고 지방에 있던 사람들이 도시로 몰려들기 시작해 도시 빈민층들이 생기던 시대였다. 이때 시골에서 서울로 상경한 여성들은 공장에서 일하거나 남의 집 일을 도와주는 하녀로 살게 되었다. 이를 <하녀>는 하녀나 방직 공장에서 일하는 여러 여공의 모습으로 보여주고 있다. 또한 당시는 절대권력 속의 강제적인 근대화와 획일적인 사회통합으로 가정 내의 가부장이 흔들리던 시대였다. 영화 <하녀>는 그 당시 있었던 사회 계급의 문제와 무능력한 가부장, 사회에 진출한 여성들의 욕망을 잘 담아내고 있다.

또한, 영화에 중요한 장면마다 등장하는 쥐와 계단은 <하녀>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김기영 감독은 계단을 통해 추락의 공포와 계급상승 욕구를 형상화하여 표현하고 쥐를 통해 외부에서 들어온 낯선 이를 통한 집안의 몰락을 보여준다. 그래서 이 영화를 다 본 후 <기생충>이 왜 영화 <하녀>에게 영감을 받은 영화인지 명확하게 느낄 수 있었다. <하녀>에서 나타나는 계단을 통해 실현되는 신분상승의 욕구와 <기생충>의 계단과 지하층과 지상층의 차이는 이 두 영화가 비슷한 점을 가지고 있다고 느끼기에 충분했다.

<하녀>는 고전 영화답게 흑백 영화로 흑과 백의 대비가 극명하게 화면을 통해 관객에게 전달된다. 또한 가괴하고 음침한 배경음악을 사용하여 마치 스릴러 장르의 영화 같은 느낌을 준다. 하녀가 동식과 부적절한 관계를 가지고 난 후로 광기 가득한 피아노 연주가 계속해서 들리는데 이는 앞으로 하녀라는 인물이 동식의 집안을 바꿔놓을 것을 암시하는 느낌이 들어 영화의 몰입감을 높여주었다. <하녀>에서는 하녀 역할을 맡은 배우의 활약이 대단하다. 하녀 역할의 이은심 배우는 이 영화가 인생의 2번째 영화였지만 어색함 없이 연기를 소화했다. 이 배우는 <하녀>를 찍은지 얼마 되지 않아 결혼과 함께 이민을 가서 1964년 이후로는 작품 활동이 없어서 아쉽기도 했다. 영화 <기생충>을 인상 깊게 본 관객이라면 김기영 감독의 <하녀>도 정말 인상 깊은 작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최수진 대학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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