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영화] 지친 내 일상을 위로해주는 영화
[인생영화] 지친 내 일상을 위로해주는 영화
  • 한림미디어랩 The H
  • 승인 2021.02.01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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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틀 포레스트' 리뷰

[인생영화]는 한림대학교 <영화의 이해> 수업을 통해 본인이 가장 좋아하는 인생작을 소개하고 추천하는 글입니다. [편집자말]

왜인지 나는 대사 량이 많은 작품들을 좋아한다. 작가가 얼마나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았으면 주인공의 입을 통해, 내레이션을 통해 꾹꾹 눌러 담았을까 하는 생각에 더 열심히 집중해서 보고 들었다. 드라마로 예를 들면, ‘이번 생은 처음이라’, ‘멜로가 체질’ 이라든지, 영화로 치면 ‘극한직업’ 같은 작품 말이다. 주인공들끼리 쉴 새 없이 오고 가는 대화를 들으면 스트레스가 저절로 풀리곤 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 지쳐갔다. 버거운 일상을 끝내고 돌아온 집에서 더 버거운 대사를 듣고 생을 해야 했으니. 그때 선택한 게 드라마보다 짧은 영화였고, 그 영화가 ‘리틀 포레스트’였다. 처음으로 제대로 된 위로를 받는 기분이었다. 내가 드라마나 영화를 찾았던 이유는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함이 아니라 어쩌면 지친 내 일상을 위로 받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해서 이번 과제의 주제영화를 ‘리틀 포레스트’로 정하게 되었다.

리틀 포레스트 공식포스터. 사진=네이버영화
리틀 포레스트 공식포스터. 사진=네이버영화

‘리틀 포레스트’는 일본 동명 만화를 원작으로 한 영화이다. 2014년에 일본에서 ‘리틀 포레스트: 여름과 가을’이 개봉하였고 2015년에 ‘리틀 포레스트: 겨울과 봄’이 개봉하였다. 그리고 3년 뒤인 2018년 한국에서 리메이크 되었다. 나는 일본영화와 한국영화 모두를 다룰 예정이다.

두 영화 모두 주인공이 도시에서의 생활에 환멸을 느껴 고향인 시골로 내려오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고향에 돌아와 밭을 일구고 농사를 지으면서 땀을 흘리고, 요리를 해먹으며 엄마와의 추억을 떠올린다. 그 과정에서 주인공은 무너진 심신을 다시 쌓아 올리며 앞으로 나아갈 준비를 한다.

두 영화에서 가장 인상 깊게 본 연출은 주인공의 성장 모습이었다. 한국의 ‘리틀 포레스트’에서 주인공인 혜원이 처음 시골로 내렸을 때의 시간은 밤이었다. 마치 자신이 시골에 내려온 사실을 누구에게도 알리고 싶지 않은 듯 몰래 내려온 느낌을 준다. 하지만 영화 마지막 장면에서 서울로 올라갔던 혜원이 시골로 다시 내려왔을 때는 해가 떠있는 낮 시간이었다. 마치 대사에 나왔던 것처럼 ‘들른 것이 아니라 돌아온’ 느낌이었다.

또한 서울에서 생활했을 때 혜원이 했던 아르바이트는 편의점 알바였다. 폐기로 나온 도시락을 꾸역꾸역 먹다 결국 뱉는 장면이 나온다. 반면 다시 서울로 올라간 혜원이 찾은 아르바이트는 바로 신선한 채소로 요리하는 유기농 음식점이었다. 두 연출 모두 고향에서 내면의 에너지를 찾고 다시 시작하는 주인공의 모습을 보여준다.

리틀 포레스트 스틸이미지. 사진=네이버영화
리틀 포레스트 스틸이미지. 사진=네이버영화

이렇게 대조되는 연출은 어쩌면 뻔하다는 느낌을 줄 수 있지만 주인공과 비슷한 상황에 처해 있는 관객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연출이자 엔딩이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일본판에서도 비슷한 부분이 연출된다. 도시로 올라갔던 주인공 이치코는 남편을 만나 다시 고향으로 내려와 정착한다. 고향의 작은 축제를 준비하며 이치코가 어르신과 대화를 나누면서 돌아왔다며 활짝 웃는 장면이 나온다. 극 중에서 표정 변화가 거의 없던 주인공이었기에 그 미소는 기억에 오래 남았다.

‘리틀 포레스트’하면 영상미를 빼놓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한 장소에서 고정해 촬영한 한국과 일본의 사계절은 정말 아름다웠다. 논밭의 봄여름가을겨울, 그에 맞은 계절음식과 요리장면은 두 영화 모두 관객에게 편안해지는 감정을 전달했다. 여기서 두 영화의 차이점이 나온다. 일본의 ‘리틀 포레스트’의 경우 조명을 거의 쓰지 않아 우리가 보기에 살짝 어둡다는 느낌을 준다. 하지만 그만큼 ‘겨울과 봄’, ‘여름과 가을’로 구성된 꽤 긴 영화를 보는 내내 눈에 크게 부담되지 않았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에 한국영화는 일본판에 비해 밝았으며 주인공이 만드는 요리 또한 상대적으로 밝은 색감이 많았다. 두개의 영화로 쪼개져 있는 일본 영화와 다르게 한 영화에 사계절을 다 담았고 그 길이가 보통 영화와 큰 차이가 없는 103분이었기에 보는 관객으로 하여금 큰 부담은 없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리틀 포레스트 스틸이미지. 사진=네이버영화
리틀 포레스트 스틸이미지. 사진=네이버영화

마지막으로 살펴볼 부분은 영화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배우이다. 먼저 한국영화의 주인공은 김태리가 맡았다. 이 영화의 특성상 내레이션의 양이 상당히 많다. 요리하는 장면이 많은 만큼 설명하는 과정도 길기 때문이다. 자칫 지루할 수 있는 부분이 김태리의 목소리와 만나 이질감 없이 부드럽게 어울렸다. 상대적으로 낮은 톤의 목소리이기에 더 잘 어울리지 않았나 생각한다.

한국배우의 장점이 목소리라면 일본배우의 장점은 표정이라고 생각한다. 일본판의 주인공은 하시모토 아이가 맡아 연기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영화 ‘기생수’의 주연으로 잘 알려져 있는 배우이다. 다른 작품에서 봐도 알 수 있듯이 표정 변화가 많이 없는 배우인데, 그 부분이 이 영화에 잘 스며들었다고 생각했다. 도시의 생활을 회상할 때를 제외하고 고향에서의 표정은 거의 무표정에 가깝다. 그 부분이 지쳐 있는 주인공의 심정을 잘 표현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과제를 수행하면서 다시 한 번 이 영화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이 영화를 자꾸 보게 되는 이유가 스트레스 해소도, 위로도 맞지만 어쩌면 부러워서 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도시에서의 삶이 버거울 때 도망칠 구석이 있다는 게 말이다. 서울에서 나고 자란 나에게는 없는 그런 장소이기에 이 영화를 통해 조금이나마 느껴보고 싶었던 게 아닐까. 해서 나는 이 영화의 평점을 10점 만점에 9.5를 주고 싶다. 0.5는 한국판 영화가 일본판처럼 더 길게 나왔으면 하는 나의 작은 아쉬움이다.

임해솔 대학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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