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영화] 사랑하는 이를 위해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인생영화] 사랑하는 이를 위해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 한림미디어랩 The H
  • 승인 2021.01.26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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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거기 있어줄래요‘ 리뷰

[인생영화]는 한림대학교 <영화의 이해> 수업을 통해 본인이 가장 좋아하는 인생작을 소개하고 추천하는 글입니다. [편집자말]

한 사람의 인생 영화를 알면, 그 사람의 분위기는 어느 정도 읽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나의 분위기를 설명해 줄 수 있는 작품이 있다. 바로 오늘 설명하려는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다.

이 영화를 처음 만난 건 2016년 12월 14일. 20살을 앞두고 있었던, 여러 생각들로 인해 두려움과 설렘의 복잡한 감정을 지닌 19살의 12월이었다. 당시 두근거리는 마음과 함께 처음으로 혼자 영화관을 찾게 되었다. 영화관에 발을 딛는 순간 눈앞에 보이던 포스터가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였고, 그저 내 눈에 보였다는 단순한 이유로 그 영화의 표를 구매하게 되었다. 영화가 끝나고 난 뒤, 추웠던 19살의 12월은 나에게 인생 영화라는 뜻밖의 선물을 받게 된 달이 되었다.

이 영화의 시점은 2015년이다. 주인공인 현재의 수현(김윤석)은 외과의사로 의료 봉사 활동을 하던 중 한 소녀의 생명을 구하게 되고, 답례로 현지인에게 10개의 알약을 받게 됐다. 그런데 이 알약은 과거 30년 전인 1985년으로 돌아가는 약이었고, 수현은 과거의 본인(변요한)을 마주하게 된다. 미래의 수현은 죽었던 옛 연인을, 과거의 수현에게는 아직 살아있는 자신의 연인 연아(채서진)를 살리기 위해 두 명의 수현은 갖가지 노력을 한다. 현재의 수현은 자신에게 주어진 10개의 알약, 즉 10번의 기회를 이용하여 과거를 다듬게 된다.

미래의 수현과 과거의 수현이 대면하고 있다. 사진=스틸이미지
미래의 수현과 과거의 수현이 대면하고 있다. 사진=스틸이미지

이러한 시간 여행에 있어 주목해야 할 점은 다른 영화들과 조금은 다른 원칙이다. 기존 작품들을 예로 설명하자면,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테넷>은 인버전 된 세계에서 자신과 마주치게 되면 소멸하게 된다. J.K. 롤링의 <해리포터:아즈카반의 죄수>에서는 헤르미온느가 해리와 함께 타임슬립 회중시계를 이용해 과거로 떠나 문제를 고치려고 한다. 이 때 과거의 자신과 마주치게 되면 혼란이 생긴다는 규칙을 헤르미온느의 대사를 통해 관객들에게 알려준다.

이처럼, 보통 판타지 영화들의 시간 여행을 보면, 과거의 나와 마주쳐서는 안된다는 원칙이 있다. 그리고 ‘현재의 나’가 과거로 돌아가 능동적으로 과거의 문제를 고치려고 하는 클리셰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는 다르다.

현재의 수현은 과거의 수현을 만나기 위해 돌아가고, 연아의 운명을 고치기 위한 의논을 하며 둘은 계속해서 대면하는 장면을 볼 수 있다. 기존의 다른 영화들이 갖고 있던 시간 여행에 대한 관념을 깨준다. 또한 영화의 초반 부분을 보면 과거로 돌아가도 수동적으로 인생을 관망하려는 현재의 수현과, 적극적으로 운명을 개척하려는 과거의 수현이 보인다. 그러면서 현재의 수현의 마음을 움직인 과거의 수현이 있다. 이러한 점들이 시간 여행이라는 소재를 사용하면서도 다른 영화들과는 차별성을 보일 수 있었던 2인 1역을 가진 이 영화만의 특색이다.

수현이 풍선 다발을 연아에게 선물하며 안기는 장면이다. 사진=스틸이미지
수현이 풍선 다발을 연아에게 선물하며 안기는 장면이다. 사진=스틸이미지

미래의 수현(김윤석)이 과거로 돌아가 죽었던 연아를 30년 만에 봤을 때, 그 눈빛과 장면이 잊혀지지 않는다. 마치 내가 수현이 되어서 연아를 본 듯한 느낌이 들며, 가슴이 먹먹해진다. 연아는 돌고래 쇼를 보이며, 과거의 수현(변요한)은 자주 보던 것처럼 담담하게 본다.

그러나, 미래의 수현은 보고 싶었던 연아를 30년 만에 보는 것이기에, 믿기지 않는 것처럼 더 가까이 다가가 연아를 보게 된다.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애정을 연출로 잘 묘사했으며, 미래의 수현을 맡은 김윤석 배우가 보는 사람까지 애달프게 만드는 훌륭한 눈빛 연기를 선보인다.

무엇보다 이 부분이 명장면인 이유는 영상과 음악이 작중 내용과 연기에 어울리게 연출됐다는 것이다. 연아가 돌고래 쇼를 보이며, 햇빛과 연아의 얼굴을 교차시켜 옛사랑에 대한 아름다움을 증폭시키는 영상미가 돋보인다. 동시에, 시간을 멈춰 주변이 다 사라지고, 미래의 수현과 연아 둘만이 있는 세상처럼 연출을 보이며, 음악감독 한한나의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라는 OST를 사용해 장면에 대한 몰입력을 증가시키게 된다. 이처럼 영상미와 음악의 적절한 조화로 인해 관객들은 이 장면을 보고 옛사랑의 아름다움에 대한 공감을 하며, 연아에게 빠진 수현이 될 수밖에 없다. 30년 만에 연아를 보는 감격스러움과 슬픔의 감정을 잘 담았으며 결국, 이 부분에서 감탄할 수밖에 없기에 최고의 명장면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영화에서는 사랑하는 옛 연인 연아를 잃고 싶지 않은 마음도 있지만, 딸 수아는 무슨 일이 있어도 지키고 싶은 존재이며, 자신의 ‘선물’ 수아에 대한 부성애를 보여준 영화이기도 하다. 과거 수현은 연아를 잃고 9년 뒤, 외과학회 정기 세미나에서 미국 의사 ‘일리나’라는 여자를 만나 시간을 보내게 되었고, 뜻밖에 선물 ‘수아’가 생겨 수현이 홀로 키우게 된다.

홀아비로 수아를 키웠던 점, 아빠로서는 이런 점이 딸 수아에게 내심 미안했을 것이다. 그렇기에, 가부장적이고 무뚝뚝한 아버지의 모습을 연출하기보다는, 부드럽게 딸아이에게 맞춰주는 모습이 보인다. 20살 수아를 달래주려 ‘야옹’거리며 눈높이를 맞춰주는 장면을 보고, 홀로 키운 딸을 정말 소중히 여기고, 조심스레 다루는 것이 스크린 밖으로도 느껴졌다.

또 다른 명장면으로 수아의 20년간의 성장과정을 약 1분으로 연출한 부분도 있다. 여기서 ‘Bob Dylan-Make You Feel My Love' 노래를 삽입하였는데, 완전한 사랑에 대한 가사를 보이며, 장면을 더 돋보이게 만들어줬다. 수현의 집 앞을 배경으로 하며, 신생아 수아부터 성인 수아의 모습까지 보여준다. 그 곁에는 항상 아빠 수현이 지키고 있었다. 아빠의 사랑을 담담하면서도 확실하게 보여준 장면이다. 평소에 나의 아빠도 여느 아빠들과는 다르게 나와 자주 놀아주며 눈높이도 맞춰주고, 딸인 나를 위해 더 섬세하게 대했다. 이런 부분이 수현의 성격과 비슷하여, 아빠에 대한 사랑이 떠올라 이 장면을 영화관에서 봤을 때 눈물이 멈추지 않았고, 이 영화가 내 마음속 한켠에 자리를 잡았던 순간이었다.

영화의 뒷부분에서 현수의 친구 태호가, 현수랑 자주 앉아 있었던 바다 앞에 혼자 앉아 있는 장면이 있다. 거기서 태호는 떠난 수현이 남기고 간 일기를 보게 된다. 동시에 풀샷으로 전환하여 맨 왼쪽에는 두 중년이 술을 마시고 있고, 옆에는 여학생들이 공을 던지며 놀며, 맨 오른쪽에는 커플이 풍선 다발을 가지고 있는 장면이 보인다. 여기서 두 중년의 술은 수현과 태호의 과거 모습인 우정을 뜻하며, 공은 돌고래가 가지고 놀던 것으로 즉, 연아를 의미한다. 커플의 풍선 다발은 과거 연아에게 프러포즈를 할 때의 수현이 들고 있던 풍선 다발을 보이며, 이것은 과거 연아와 수현의 사랑을 다시 상기시켜준다. 술, 공, 풍선 다발이라는 세 개의 소품을 사용하여 상징적인 의미를 담았으며, 영화에 있어서 중요한 관계성을 다시 떠올리게 해주었다.

모든 배우들이 다 중요하지만, 개인적으로 이 영화에서 가장 중요하고, 전체적인 분위기를 만들어줬다고 생각하는 배우는 여주인공 연아 역할을 맡은 채서진 배우라고 생각한다. 이 배우의 목소리, 표정, 말투, 몸짓 모든 것이 아련한 옛사랑을 보여주기에 적합했다. 이 배우의 눈빛이 영화의 반을 이끌어간다고 봐도 좋다.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는 베스트셀러 프랑스의 작가 기욤 뮈소의 소설을 원작으로 두며, 미국과 유럽의 제안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 최초로 한국에서 판권을 계약했으며 영화화를 수락하였다. 베스트셀러 기욤 뮈소와 한국의 홍지영 감독이 만나, 영화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가 탄생할 수 있었다. 홍지영 감독은 기존의 내용을 조금 다듬어 각색하고, 감독 특유의 섬세함으로 좋은 영화라는 결과물을 만들 수 있었다.

나는 이 영화의 제일 아쉬운 점이 연출, 스토리, 음악, 배우가 완벽한 영화임에도 흥행을 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러닝타임이 111분이면, 보통 영화들과 비슷한 시간이다. 보통 영화를 보면 약 2시간 동안 모든 장면이 흥미롭지 않을 것이며, 지루한 장면, 쓸데없다 생각하는 장면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영화를 보고 나면, 111분 동안 모든 장면이 다 서사가 되며 한 장면도 빠짐없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관람객들은 영화를 보고 나서 꽉 찼다는 느낌을 받을 것이다.

시간 여행이라는 소재를 써서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소중함을 보여준 영화라, 내 주위의 사람과 잠깐의 트러블이 생긴 사람들에게 추천한다. 금방 소중함을 깨닫고, 관계를 회복시킬 것이다. 또, 멜로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꼭 봤으면 좋겠다. 아니, 멜로를 좋아하지 않아도 보는 것을 추천한다. 나도 원래 멜로를 절대 보지 않던 사람 중 하나였는데, 이 영화를 본 후로 멜로의 매력을 깊이 알게 되었으며, 이후로 멜로는 내가 좋아하는 장르 중 하나로 자리를 잡게 되었다.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는 나의 인생 영화로 꼽았지만, 사실 이번 글쓰기를 통해 두 번밖에 보지 않은 영화다. 아마 글을 쓰지 않았다면 한 번 본 것으로 계속 남겨두었을 것이다. 이유는 아마 너무 소중해서 그랬을 것이라 생각한다. 영화관에서 한 번 봤지만, 장면들이 하나하나 다 4년이 지나도 머릿속에 박혀있었다. 마치 사진필름처럼 말이다. 그 장면들을 보고, 내가 느꼈던 감정들이 너무 소중해서, 또 보면 그 감정이 익숙해지거나 변할까 봐 오랫동안 보지 않았었다. 그만큼, 정말 소중하고도 마음속에 영원히 간직하고 싶고, 영화 자체에 대해 큰 관심을 갖게 된 계기를 준 고마운 작품이다.

나의 인생 영화는 나의 그 당시 상황과 관련되어 있으며, 내가 느꼈던 감정 자체가 영화에서 20%를 줬다면, 그 20%의 영향이 80%의 내 마음을 만들어낸 것이다. 4년이 지난 아직도 나에게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를 넘어설 영화를 찾지 못했다. 이 영화의 평점은 9.9점이다. 0.1점은 이 작품을 넘어설 새로운 인생영화가 나에게 찾아올 것이라는 믿음과 혹시 모를 기대감에 남겨두었다.

민원 대학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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