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와 나] 57년 뒤에 공개된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미디어와 나] 57년 뒤에 공개된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 한림미디어랩 The H
  • 승인 2021.01.19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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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리스' 리뷰

[미디어와 나]는 한림대학교 미디어스쿨 뉴스작성기초1 수강생들이 수업을 통해 1. 나와 미디어의 관계에 대한 고민을 바탕으로 가장 좋아하는 미디어 영역의 무엇인가를 소개하고 추천하는 글입니다.

작품 <모리스>는 영국 소설가 E.M. 포스터의 동명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원작 소설의 집필을 마친 해는 1914년이지만 57년 뒤인 1971년에 출간되었다. 당시 영국에서 동성애는 범죄였기 때문이다. 작가는 자신이 죽거나 영국이 죽기 전에는 출간할 수 없다는 말을 남겼으며, 그의 뜻에 따라 작가 사후에 소설은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있었다. 영화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의 감독 제임스 아이보리가 연출을 맡아 1987년에 만들었다. 영화에서는 20세기 초 케임브리지 대학교를 배경으로 당시 동성애에 관한 사회적 시선, 규범 그리고 그들의 삶과 사랑 이야기를 담고 있다.

'모리스' 메인포스터. 사진=네이버영화
'모리스' 메인포스터. 사진=네이버영화

케임브리지 대학교에서 우연히 만난 모리스와 클라이브, 낡은 관념을 이해할 수 없었던 두 사람은 사회의 틀에서 벗어나 서로를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간다. 먼저 사랑을 말한 사람은 클라이브지만 자신의 지인이 동성애로 붙잡혀 처벌을 받는 모습을 보고 모리스를 멀리하며 현실과 타협한다. 반면, 모리스는 자신의 사랑에 부끄러움이 없다. 처음에는 자신의 정체성을 부정했지만 인정한 뒤에는 사랑을 위해서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사람이다. 두 사람의 관계는 서로 다른 가치관으로 인해 사랑할 수도, 사랑하지 않을 수도 없는 관계가 됐다.

원작 소설에서는 클라이브 중심으로 내용이 전개되지 않지만 영화에서는 클라이브에게 초점으로 두고 사회의 틀 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순응하며 살아가는 이유를 일련의 사건과 그의 대사를 통해 끊임없이 설명한다. 영화의 전개는 관객에게 클라이브의 행동을 이해하도록 하기 위해 그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흘러가는 느낌을 준다. 영화를 보는 내내 ‘왜 제목이 모리스일까?’라는 의문점이 든다. 원작의 디테일과 모리스의 이야기가 잘 나오지 않아서 아쉽지만, 마지막 장면을 통해 제목이 <모리스>인 이유를 알 수 있다.

'모리스' 스틸컷. 사진=네이버영화
'모리스' 스틸컷. 사진=네이버영화

영화의 러닝 타임은 140분이다. 사랑 이야기보다는 자신의 사랑을 인정하기까지의 과정, 부정하고 싶은 마음을 묘사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동성애를 주제로 한 영화 중 <모리스>는 너무 낭만적이거나 자극적으로 묘사하거나 너무 회의적이지도 않고 현실적으로 그렸다. 당시 시대상을 제외하고 봐도 현재와 크게 다르지 않은 고민과 가치관이 담겨있다. ‘그럴 수밖에 없다’라고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그럴 수밖에 없는’ 규범, 관념, 시선 등을 보여준다. 그래서 불행한 두 인물이 행복하길 바라기보다는 덜 아프길 바라게 된다.

가장 중요한 장면이자 최고의 장면은 마지막 장면이다. 마지막 장면을 통해 서사가 완성된다. 영화를 보면서 클라이브는 모리스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잘 묘사되지 않는다. 모리스를 쳐다보지 않고 모리스를 생각할 때만 슬픈 눈을 하고 있다. 이기적인 마음이지만 클라이브는 겉으로는 우정이라고 말하고 결국 모리스를 곁에 두고 싶어 했다. 그리고 모리스가 결혼한 클라이브 곁에 남아있었던 이유도, 떠난 이유도 과거와 현재가 교차 되는 마지막 장면을 통해 이해할 수 있다.

클라이브는 자신의 감정에 솔직했었지만 결국 사회 규범에 순응해서 모리스와 자신의 관계를 우정으로 포장하고 다른 이와 결혼한다. 그럼에도 클라이브를 부정적인 시선으로 볼 수 없는 이유는 그의 눈빛에는 슬픔이 묻어 나오고 그의 선택이 결코 가볍지 않음을 알기 때문이다. 한 명은 사랑을 택하고 한 명은 현실을 택했다. 둘의 관계가 끝났음을 인정하기까지 그들은 청년에서 중년이 되었다. 현재를 살아가며 자신의 사랑에 대해 고민하는 많은 이들에게 공감과 이해를 주는 작품이 아닐까.

조혜령 대학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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