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를 배우다] ‘택배 노동자 과로사’로 알아본 언론의 정파성
[뉴스를 배우다] ‘택배 노동자 과로사’로 알아본 언론의 정파성
  • 한림미디어랩 The H
  • 승인 2021.01.09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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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를 배우다]는 한림대학교 미디어스쿨 커뮤니케이션 개론 수강생들이 수업을 통해 언론의 정파성에 대해 확인한 뒤 하나의 주제를 스스로 정해 보도 차이를 비교/분석하며 느낀 점을 남긴 글입니다. [편집자말]

커뮤니케이션 개론 과목 수강 전에는 각 언론사의 성향도 잘 몰랐고 언론의 정파성 개념을 들어본 적이 없었다. 게다가 사회 관련 기사보다는 연예 기사를 많이 보기 때문에 언론을 공부할 때 어려움이 있었다. 이번 과제를 해결하면서 언론사별로 보도량ㆍ단어나 문장 표현ㆍ주요 입장 등에 차이가 있음을 배웠다. 또한, 한 가지 이슈를 두고 상반된 반응을 보이는 언론을 통해 ‘무조건적으로 옳다고 할 수 있는 언론사가 있을까?’ ‘각 언론사의 주장을 그대로 믿어도 되나?’라는 의문점이 생겼다.

고된 택배 노동의 현실을 보여준 ‘택배 노동자 과로사’

올해에만 과로사로 추정되거나 확정된 택배 노동자는 14명이다. 사망 원인은 장시간 노동, 과도한 업무량 등 열악한 노동 환경으로 지적된다. 코로나19 이후 택배 노동자들의 과로사가 이어지자 이에 대한 책임 문제를 두고 택배 노조와 택배 기업 간의 갈등이 생겼다. 또한, 정부가 ‘택배 기사 과로방지 대책’으로 구멍 손잡이 있는 소포 상자 판매를 시작해 시기적으로 적절하다고 판단했다.

이전부터 택배 노동자의 사망 사건은 여러 차례 있었지만 코로나19 이후 심각성이 두드러졌다. 열악한 택배 노동 환경은 더욱 열악해졌고, 단순히 경제적 문제를 넘어 ‘생존’까지 위협을 받는 상황이 됐다. 택배 노동자 과로사 문제로 시작된 택배 노조의 활동은 ‘생존을 위한 권리 투쟁’이라고 생각한다. 택배 노동자들은 ‘택배 파업->줄어든 수입->생계 불안정->택배 일 복귀’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택배 노동자 과로사’는 안정적이지 못하고 과도한 업무량에 힘겨워하는 노동자들의 현실을 잘 보여주는 사건이다. 따라서 각 언론사가 이 사건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지 논의해볼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다.

보수 성향 언론과 진보 성향 언론의 보도량 차이

동아일보는 6건, 한겨레는 43건

한겨레가 7배 더 많이 보도해

8월 14일(택배 없는 날) 다음날인 8월 15일부터 11월 23일까지 약 3개월 동안 ‘택배 노동자 과로사’ 키워드에 대한 보도량을 비교했다. 10월 19일은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가 한진택배사의 택배 기사가 사망했음을 알린 날이다. 이날 이후 정부가 발표한 ‘택배 기사 과로방지 대책’ 중 구멍 손잡이가 있는 소포 상자 판매가 시작된 11월 23일까지로 지정했다.

기간 구분 없이 총 보도량을 비교하면 동아일보는 6건, 한겨레는 43건으로 집계됐고, 한겨레는 동아일보에 비해 약 7배 더 많이 보도했다. 심지어 택배 노동자 사망 소식이 알려진 당일(10월 19일)에 동아일보는 단 한건도 보도하지 않았다. 한편, 한겨레는 10월 19일 이후에 기존보다 더 많은 기사를 보도했다. 증가한 보도량을 통해 한겨레가 동아일보에 비해 상대적으로 택배 노동자 과로사에 더 관심을 가졌음을 예측할 수 있다.

비슷한 시기에 쓰인 기사들의 입장 차이

인력 추가 요청에 대한 관점 달라

동아일보 '무리한 요구' VS 한겨레 '당연한 권리'

비슷한 시기에 같은 주제에 대해 언론사들은 어떤 입장을 보일까? 헤드라인을 통해 택배 노동자를 바라보는 시선이 극명하게 갈린 헤드라인을 꼽았다.

각 언론사 기사의 헤드라인 캡쳐
각 언론사 기사의 헤드라인 캡쳐

위의 헤드라인들은 추석 연휴를 앞둔 시점에 택배 노동자에 대한 동아일보와 한겨레의 시각 차이를 잘 보여준다. 동아일보의 ‘추석 앞두고...택배노조 “21일부터 파업”’ 기사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파업을 선언한 택배노조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기사다. 특히, 현재 국내 택배 근로자 5만 여명 중 10% 미만인 택배기사들이 파업을 예고했음을 알려준다. 노조의 분류작업에 대한 추가 인력 요구에는 택배업계의 입장을 빌려 “대법원 판결상 분류작업이 택배 근로에 포함돼 있다고 했음에도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다”며 비판적인 입장을 보였다.

반면, 한겨레의 “추석 앞두고 ‘과로사’ 걱정해야 하는 택배 노동자” 기사는 택배 노동자들의 안전과 권리를 보장한 대책 마련을 주장한다. 택배 노동자들의 ‘분류작업에 인력 추가’ 요구는 당연하며, 추석을 앞두고 이와 같은 요구를 한 이유를 설명한다. 보수적 성향을 가진 동아일보는 택배 노동자들이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다고 보고, 진보적 성향을 가진 한겨레는 택배 노동자들의 입장을 이해하고, 무리한 요구가 아니라고 본다.

기사 길이, 내용 구성, 사진 유무(有無) 등 형식적 차이

동아일보 629자, 한겨레 1289자 약 2배 차이 나

동아일보와 달리 한겨레는 규탄대회 사진도 실어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 등이 참여한 ‘택배 노동자 과로사 주범, 재벌 택배사 규탄대회’에 관한 동아일보와 한겨레의 기사를 비교했다. 두 기사에서 가장 뚜렷하게 드러난 차이는 기사 길이와 사진 유무(有無)였다. 먼저, 동아일보의 ‘“과로사 대책 즉각 마련하라” 택배노조, 업체들 사옥앞 시위’는 629자, 한겨레의 ‘우체국ㆍ택배업계 전반으로 향하는 노동자 외침’은 1289자였다. 동일한 시위를 주제로 한 기사지만 글자 수가 2배 가량 차이가 난다. 먼저 동아일보 기사는 규탄대회의 실시 이유, 규탄대회 공동 대표의 말 인용, 행진 시위, 올해 과로사한 택배 업무 종사자 수를 담았다. 하지만 규탄대회 당시의 사진이나 영상은 찾아볼 수 없었다.

반면, 한겨레 기사는 규탄대회 전날 진행된 전국택배연대노조의 기자회견, 규탄대회 실시 이유, 한진택배 및 우정사업본부의 입장을 보여준다. 또한, 동아일보와는 달리 전국택배연대노조 조합원들의 기자회견 사진을 함께 실었다. 기사 길이, 내용 구성, 사진 유무(有無)에서는 극명하게 차이가 보였다. 여기까지는 형식적 차이였다면, 이제부터 내용적 공통점과 차이점을 설명해보겠다.

동일한 기사 내 동아일보ㆍ한겨레의 공통점과 차이점

공통적으로 규탄대회 실시 이유 반영

‘택배 노동자들의 요구’ 보도 여부 차이

위와 동일한 두 기사에서 내용적 측면에서 공통점이 있다. 바로 내용 구성 시 규탄대회의 실시 이유를 반영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공통점을 설명하는 방식에는 차이가 있었다. 동아일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택배 물량이 폭주하며 택배업무 종사자들의 과로사가 이어지자 재발 방지 대책 등을 요구하는 집회’라고 규탄대회의 실시 이유를 설명한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택배업체에 대한 대회인지, 노동자들이 주장하는 요구가 무엇인지가 명확히 드러나지 않는다.

한편, 한겨레는 전국택배연대노조의 기자회견을 인용해 다음과 같이 대회의 취지를 밝힌다. “지난 추석을 앞두고 우정사업본부는 ‘분류작업’에 17억 6천만원(인원수 3천여명), 복지 향상에 18억 2천만원을 투입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며 택배 노동자 과로사에 대한 회사 책임을 묻기 위해 규탄대회를 연다고 알려준다. 동아일보 기사를 읽었을 때 ‘택배 노동자들이 일방적으로 과로사 대책을 요구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한겨레 기사를 읽은 후에는 택배 노동자들이 과로사 대책을 요구하게 된 배경, 규탄대회의 타당성에 대해 고민하게 됐다.

동아일보ㆍ한겨레 전반적인 해석

동아일보는 사설 0건, 한겨레 논조와 비교 어려워

오해 살만한 헤드라인 VS 절박한 상황 보여주는 헤드라인

비교 분석한 결과, 동아일보와 한겨레 모두 중립을 지키지 못했다. 각 언론이 성향을 배제하지 못하고 보도량과 제목에서부터 성향을 드러냈다는 점이 아쉽다.

같은 기간 내 동아일보가 6건, 한겨레가 43건의 기사들을 발행했다. 단순히 보도량만 봐도 각 언론사가 ‘택배 노동자 과로사’에 긍정적인지 부정적인지 짐작할 수 있었다. 특히, 사설이 언론사 입장과 및 논조를 가장 잘 보여주니 동아일보와 한겨레의 사설을 비교하려 했다. 하지만 동아일보 기사 6건 중 스트레이트 기사는 5건, 칼럼은 1건, 사설은 단 한건도 없어 스트레이트 기사로 논조를 파악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두 언론사의 스트레이트 기사를 통해 내용적 차이를 알 수 있었다. 동아일보는 전반적으로 ‘택배 노동자 과로사 규탄대회’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이며, 단어 선택이 다소 과격하다. 특히, 택배 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의 규탄대회 기사에서 ‘분노’ ‘항의’ 등의 표현을 사용했다. “추석 앞두고...택배노조 21일부터 파업” 헤드라인을 통해서도 동아일보의 입장을 알 수 있다. 동아일보는 추석 연휴를 앞둔 시점에서 ‘택배 노동자들이 책임감 없는 결정을 했다’는 헤드라인을 선정했다. 독자가 ‘택배 파업으로 택배가 늦게 오면 어떡하지?’ ‘물량도 많은 연휴에 파업을 하지?’ 등 택배 노동자들에 대한 반감과 오해를 할 가능성이 있다. 또한, 택배 노동자들의 의견을 인용하지 않아 택배 파업을 하는 이유, 취지, 속사정 등을 전혀 알 수 없다.

반면, 한겨레는 동아일보에 비해 택배노조와 택배 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에 긍정적이며 택배 노동자들의 상황에 공감하는 단어를 사용했다. 특히, 동아일보와 달리 택배 노동자들의 의견을 많이 인용했다.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몰라 한숨만 나왔어요.” “택배 노동자들이 정부와 택배업계의 추가인력 투입 약속으로 한발 물러섰지만” 등은 위와 같은 한겨레의 입장을 잘 보여준다. 헤드라인에서도 한겨레의 시각을 알 수 있었다. ‘끼니 거르며 주 71시간 노동...택배노동자는 추석이 두렵다’ ‘택배와 18시간 씨름...’짜장면 점심‘ 20분이 휴식의 전부였다’ 등 전반적으로 택배 노동자들의 절박한 상황을 그대로 보여주는 헤드라인을 썼다.

성향 차이 극복 못하는 언론, 능동적인 독자가 될 차례

언론은 당연히 공정하고 객관적인 입장에서 보도를 해야 한다고 믿었다. 하지만 모두에게 공정하고 객관적이며 중립적인 뉴스는 있을 수 없음을 깨달았다. 그런 뉴스는 사회 이슈에 대한 획일적인 시각을 강요하고, 오히려 독자가 비판적이고 합리적으로 사고하는 기회를 잃을 수도 있다.

모든 사람들이 동의할만한 공정ㆍ객관ㆍ중립 등의 기준을 세우는 일은 거의 불가능하다. 만일 기준이 있더라도 보도를 하는 기자도 사람인지라 기준에 부합한 뉴스를 쓰기도본인의 주관적 생각을 완전히 배제하기도 어려울 것이다.

결론적으로 언론이 성향 및 이념 차이를 극복하지 못한다면 독자의 역할이 중요해진다. 독자는 글을 읽고, 비판적으로 사고하며, 뉴스가 지닌 의미를 이해하는 능력을 갖고 있다. 다양한 언론의 뉴스를 통해 진정한 사실과 숨겨진 메시지가 무엇인지, 잘못된 정보는 없는지 등 능동적으로 뉴스를 수용할 필요가 있다.

최지선 대학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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