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칼럼] 공소시효 제도는 범죄자를 잡기 위한 것일까, 놓아주기 위한 것일까?
[대학생칼럼] 공소시효 제도는 범죄자를 잡기 위한 것일까, 놓아주기 위한 것일까?
  • 한림미디어랩 The H
  • 승인 2021.01.08 0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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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 강도, 강간, 절도, 폭력 등의 강력범죄에 대해서는 공소시효를 없애야 한다. 이는 현재 상황과 공소시효 제도가 생겨났을 때의 상황은 확연히 다르기 때문이다. 애초에 공소시효 제도가 생긴 이유는 범죄자(피의자)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서다. 그 뜻을 해석하자면 범죄 발생으로부터 지나치게 긴 시간이 흐른 뒤에 특정인에게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소송을 제기하게 되면, 이미 피해자나 목격자 등 사건 관계인들의 기억이 희미해진다는 것이다. 또한 물리적 증거 역시 상당 부분 소멸·변질 내지 훼손되기 때문에 ‘공정한 재판’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 같다.

하지만 이러한 사항은 과학수사가 부족했던 과거의 상황에서만 해당된다고 볼 수 있다. 지금은 과학이 많이 발전되었고, 수사를 위한 CCTV나 블랙박스 등이 수없이 존재하며, 현장 물품들을 보존을 한다면 언제든 범인을 잡을 수 있다. 즉 과거에는 공소시효 제도가 필요했을 순 있지만 지금은 다르다는 것이다. 그리고 현재와 미래의 경우 가능성 자체가 달라졌음에도 불구하고 법은 여전히 과거에 머물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예를 들면, 작년 말에 우리나라를 30여년 동안 충격과 미궁에 빠뜨렸던 사건인 화성 연쇄 살인사건의 진범을 밝혀냈다. 그 사건 당시에 범인이 살인 현장에서 피우다 버린 담배꽁초와 6가닥의 머리카락을 확보했지만 당시 과학적으로 분석할 인력과 장비가 없어 용의자 검거에 실패했다. 하지만 오늘날 과학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보관해 둔 9차 사건 피해여성의 옷에서 용의자 ‘이춘재’의 DNA를 검출했다. 경찰의 예상대로 이춘재는 현재 다른 사건으로 교도소에서 복역 중이었고 자백조차 했지만 범행 이후 15년이 지난 2001년 9월 14일 ~ 2006년 4월 2일 사이에 모두 만료되었다. 범인을 찾았지만 단지 공소시효가 지났다는 이유로 법의 심판을 받지 못한다는 건 피해자 가족 뿐만 아니라 온 국민들이 분통을 터트렸다.

이춘재 사건 말고도 기사를 통해 알려지지 않은 우리나라 강력범죄 사건만 해도 수없이 많다. 그 중 강간 사건은 공소시효가 일반적으로 10년이라고 정해져 있다. 최근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별장 성접대’ 사건이 뒤늦게 밝혀지면서 논란이 일어났었다. 2008년에 있었던 일이 이제야 밝혀졌지만 공소시효가 10년이라서 그것에 대한 어떠한 처벌도 내리지 못하고 무죄를 받았다. 범죄자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도 물론 중요하지만 피해자보다 더 우선시 한다는 것은 우리가 다시 생각해봐야 할 문제인 것 같다.

무엇보다 공소시효 제도가 유지된다면 이를 악용한 사례도 계속 발생할 수밖에 없다. 금태섭 의원실에서 공개한 국내와 국외의 자유형 미집행자 미처리 현황에 대한 법무부 통계 자료를 보면 국외보다 국내 미집행자 현황이 확연하게 높다. 그 이유는 범죄자들이 범죄를 저지르고 국내나 해외로 도망가서 공소시효가 끝나기를 기다리기 때문이다. 이 때 나중에라도 경찰/검찰이 해외에 있었음을 증명하거나 반대로 범인들이 국내에 있었음을 확인할 증거를 제시하면 공소시효가 끝나기 때문에 처벌할 수 없을 것이다.

영국에서는 공소시효를 경미한 사건에 대해서만 적용하고 살인, 강간 등 중죄에 대해서는 적용하지 않는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뒤늦게 화성연쇄살인사건 범인이 밝혀져서 억울하게 이춘재 대신 감방에 들어가 20년 동안 옥살이를 했던 사람의 억울함은 풀었지만 정작 진범에게는 공소시효 하나 때문에 눈앞에 두고도 죄를 묻지 못하는 상황이다. 앞으로는 이런 억울한 일이 다시는 생기지 않도록 공소시효라는 제도를 경미한 사건 일부에만 적용하고 살인, 강도, 강간, 절도, 폭력 등 5대 강력범죄에 대해서는 없애야 한다고 생각 한다.

서다희 대학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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