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를 배우다] 일본 정권 교체에 따른 양날의 한국 언론 시선
[뉴스를 배우다] 일본 정권 교체에 따른 양날의 한국 언론 시선
  • 한림미디어랩 The H
  • 승인 2021.01.07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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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념한 진보와 희망을 가진 보수

[뉴스를 배우다]는 한림대학교 미디어스쿨 커뮤니케이션 개론 수강생들이 수업을 통해 언론의 정파성에 대해 확인한 뒤 하나의 주제를 스스로 정해 보도 차이를 비교/분석하며 느낀 점을 남긴 글입니다. [편집자말]

이웃나라의 정권교체는 한국에서도 꽤 흥미로운 이야기다. 일본 취업을 염두에 두고 있는 학생의 입장에서는 미래의 취업과 연관이 있는 문제이기도 하고 현재 다양한 이유로 일본에 거주하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신경이 쓰이는 일이다. 어떤 인물이 부임하는지에 따라 양국 간의 분위기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많은 국가들 중 우리나라와 역사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다양하게 얽힌 일본은 그동안 장기 집권하던 아베 신조 전 총리가 건강상의 문제로 지난 2020년 9월 16일 사퇴하게 되고 새로운 총리로 스가 요시히데가 취임하게 되었다. 이에 따라 광복 이래 가장 불안했던 한일 관계가 개선될지도 모른다는 의견도 있다. 결론적으로 취임 전 후 일주일간 한국의 언론은 일본의 신임 총리에 대해 어떤 반응을 내보였는지 알아보고자 한다.

생각만큼 큰 관심을 갖지는 않았다

진보에 비해 4배 가량 많았던 보수의 보도량

우선, 한국의 언론에서는 총리의 취임에 대해 얼마나 많은 보도가 있었는지를 알아보려고 한다. 하기된 <표 1>을 보면, 조사한 4개의 언론사의 2주간 평균 보도량은 46건이었으며, 그 중 조선일보가 총 70건, 중앙일보가 총 55건으로 평균 이상의 관심을 보였다. 한겨레신문과 경향신문은 각각 총 30건으로 평균 이하였다.

한편, 모든 언론사는 공통적으로 취임 후 보도가 증가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것으로 언론사들이 관심을 가졌던 부분은 취임 이후의 행보 혹은 계획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한일관계가 최악을 달리던 중 정권이 바뀌었기 때문에 이목이 더 집중될 수밖에 없었다고 판단된다. 그러나 필자의 생각만큼 한국 언론들은 타국의 정권 교체에 많은 관심을 나타내지는 않는 것 같다. 취임 전에는 ‘스가 요시히데’라는 인물이 누구인지, 앞으로 어떤 외교 정책을 펼칠 것인지에 대한 내용을 담은 보도가 많았다면 취임 후에는 그의 말에 집중하고 한국을 어떻게 대하는지에 대해 초점을 뒀다.

스가 총리가 일본 내 자국민들에게 어필 그 중에서도 취임 후 일주일이라는 시간이 그렇게 긴 시간은 아니지만 스가 총리가 취임 이후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를 한다거나, 중국 시진핑 주석에게 앞으로의 관계에 대해 긍정적인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그런 와중에 한국의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의 축하 서한에는 3일간 답신이 없었다는 점을 강조하는 기사들도 많았다. 이렇게 취임 후 다양한 일들이 있었기 때문에 보도량이 취임 전부터 당일보다 많았다.

후술된 같은 주제의 일본 언론사의 보도량과 비교했을 때 굉장히 적은 보도량이다. 하지만 이는 각 나라의 언론이 어떤 부분에 집중한 것인지 알 수 있는 척도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한국의 경우, 외국의 정권이 어떤 외교 정책을 펼치는지에만 초점을 두면 되지만 일본은 일본 내의 자신들이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는 정책이 많기 때문에 더 다양한 분야에 집중할 수밖에 없던 것이라고 생각한다.

신임 총리와 앞으로의 한·일 관계에 대한 우려

아베 정권 계승에 따른 국가 관계 악화에 대한 걱정

정권이 교체된 후 신 정권이 어떤 외교 정책을 펼칠지에 따라 그에 맞는 대응 방안을 세워야 한다.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가 집권할 당시에는 한일 관계가 좋지 못했기 때문에 많은 이들이 새로운 정권과 함께 양국의 관계가 완화되기를 바랐을 것이다. 그것은 각 언론사의 헤드라인을 통해서도 알 수 있는 사실이었다.

<표 2>를 통해 각 언론사가 추구하는 방향을 알 수 있었다. 우선 취임 전에는 모든 언론사가 아베 전 총리와 스가 총리의 관계를 파악하고 정권이 바뀐다고 해서 한·일 관계 개선은 바라기 어려울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한국에서 보도되는 일본과 관련된 기사들에 대해서는 각 언론이 가진 정파성에 따라 뚜렷한 시각차이는 볼 수 있었다. 조선일보는 새로 취임한 스가 총리에 대해 사실만적시하여 평가를 보류하며 신중한 입장을 취하고 있지만, 한겨레의 입장은 직접적으로 우려를 표명하여 가치판단이 들어가 있다.

중앙일보의 경우, 지난 9월 12일 일본기자클럽이 주최한 자민당 총재선거 후보 토론회에서 스가 총리의 약점으로 꼽히는 ‘외교 분야’의 질문을 했던 부분을 말하고 있다. 아베 2차 정권 기간 내내 관방장관을 맡아온 스가 총리이기 때문에 내정에는 강한 반면, 외교는 취약하다는 평가가 많아 정권 지지층에서도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보도 자료는 총리에 대한 지적이나 불안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조선일보의 기사도 중앙일보와 같이 자민당 총재선거 후보 토론회의 내용을 담았는데, 이 자료는 스가 총리의 약점보다는 ‘외교에 있어서 아베 전 총리의 도움을 많이 받겠다.’고 밝힌 스가 총리의 말에 초점을 두고 취임 이후의 노력이나 대응책에 대해 많은 말을 했다. 그러면서도 많은 보도 자료에서 ‘아베’ 전 총리를 언급하며 스가 총리와의 깊은 관계를 말했다.

한겨레신문에서는 9월 14일 열렸던 중·참의원 양원 의원총회에서 총재 선거를 치른 결과에 대해 보도했다. 이와 더불어 스가 총리의 자수성가 비결은 ‘2인자 정신’이라며 그의 과거 행보와 앞으로 추진할 정책에 대해서 설명했다. 한편, 중앙일보와 같이 ‘2인자’가 아닌 ‘1인자’가 되어 국가를 어떻게 이끌어나갈지에 대해서는 미지수라며 우려의 목소리도 내고 있다.

경향신문의 경우는 한·일 관계에 대해서 가장 직접적이었다. ‘스가 신임 총재는 실용주의적 성향의 인물이지만 한·일 관계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라는 말을 시작으로 ‘스가 총재가 ‘아베 정권 계승’을 내세웠고 외교 분야에서는 아베 총리에게 조언을 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전했다. 하지만 우려스러운 부분 이외에도 미·일 동맹을 기본으로 아시아 근린 국가와 안정적 관계를 구축하겠다고 밝힌 점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한국에서 보도되는 정치와 관련된 일본의 기사들은 각 언론들이 가진 정파성이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았다. 정치의 색과는 별개로 국가 간의 관계가 더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조사한 언론사들 모두 일본의 새로운 정권이 한·일 관계 개선에 도움이 되길 바라고 있지만 4가지 언론사 모두가 입을 모아 ‘아베’를 언급하며 아베 전 총리의 최측근이었던 스가가 총리로 취임을 하면서 걱정스러운 목소리도 내고 있다.

‘혹시나’ 했으나 ‘역시나’였다

일본 신 정권에 대한 기대는 이내 실망으로

앞서 본 보도량 차이에 따르면 취임 이후의 기사가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 한국의 언론들의 반응은 ‘차갑다’에 가까웠다.

앞의 <표 1>의 헤드라인들에도 스가 총리에 대한 반감이나 걱정이 있었지만 취임 당일과 취임 이후의 헤드라인은 더 노골적인 것으로 보인다. 헤드라인뿐만 아니라 내용 속에도 ‘아베 전 총리의 최측근이 등용되었다’, ‘파벌을 탈피하고 능력 위주 인사를 하겠다고 밝혔지만 역시나였다,’ 등의 표현을 사용하며 실망감을 드러내는 부분이 눈에 띄었다.

스가 총리에 대해서 실망과 아쉬움을 나타내면서도 한국의 현 정부에 대한 비판이 담겨있기도 하다. 한겨레신문의 기사 중에는 의리와 인정을 중시하는 스가 총리가 한국에 대해 부정적 인식을 갖게 된 계기에 대해 설명하며 과거 정부의 행동에 대해 꼬집기도 했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조사를 했던 언론사들은 모두 스가 총리가 취임 후 한 행동들에 대해 실망감을 숨기지 않고 나타냈다.

일본의 언론은 한국과 다를까?

보도량부터 내용까지 전부 차이 났던 일본 언론

그렇다면 일본 현지의 언론은 이번 취임에 대해서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일본의 입장에서는 정권교체가 국내의 큰일이기 때문에 한국에 비해 더 떠들썩할 수밖에 없었다. 문득 같은 주제에 대해서 일본의 언론은 어떤 시선을 가졌는지 궁금해졌다. 과연 그들은 한국과 어떤 차이가 있었는지 생각해보려 한다.

우선, 일본 언론사는 일본의 5대 일간지 (아사히신문, 요미우리신문, 마이니치신문, 산케이신문, 니혼게이자이신문) 중 4개의 신문사를 선정해서 한국의 보도와 같은 키워드로 기사를 검색하고 내용적 차이를 알아보는 방법을 사용했다. 다만 차이점은 한국의 언론에서는 ‘스가’라는 키워드만 검색해도 스가 총리에 대한 내용을 찾을 수 있었지만 일본의 언론사에서는 동일한 한자어를 사용하는 이름을 제외하기 위해 ‘스가 요시히데(菅義偉)’라는 성과 이름 전체를 검색어로 사용했다.

<표 5>를 보면 앞서 봤던 <표 1>에 비해 보도량이 훨씬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나 니혼게이자이신문과 아사히신문, 마이니치신문의 보도량이 많았던 것으로 나타난다. 이 두 신문사는 취임 전 총재를 뽑는 현장에서의 발언이나 함께 경쟁을 했던 기시다, 이시바 후보와의 경쟁구도에 관한 기사들이 많았다. 이런 부분은 한국이 대선을 앞뒀을 때 자주 보이는 뉴스/신문 기사의 형태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의 경우는 원래 경제신문으로 시작했던 언론사이기 때문에 여전히 그런 성격이 남아있어 경상계열에 특화된 보도가 특징이다. 이번 취임 때에도 스가 총리가 제시했던 다양한 정책 및 목표 중에서도 재화와 관련된 부분에 대한 내용을 많이 담았다.

평소 친자민당 성격이 강했던 요미우리신문은 다른 언론사들에 비해서 기사 내에 ‘성공’, ‘높은 기대감’과 같은 긍정적인 어휘를 많이 사용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자국 내 여야의 접점을 찾고 화합을 하자’와 같은 희망적인 기사들이 많다.

아사히신문과 마이니치신문은 ‘심각하다’, ‘곤란하다’, ‘지적하다’, ‘추궁 당했다’등의 부정적인 단어들도 많이 보이지만 ‘배려’, ‘용서’, ‘경제를 효율화해서 코로나 후의 성장을 촉진시킨다.’등의 긍정적이고 미래지향적인 단어들도 많이 사용했다.

한국의 보도들은 대부분 총리의 말을 인용한 것이 많았고 특색이 드러나는 어휘도 많지 않았다. 반면에 주제 특성상 일본의 자료들을 봤을 때 오히려 언론의 정파성을 잘 느낄 수 있었다.

위의 <표 6>의 일본 언론사의 헤드라인을 통해 ‘소비세 인상 발언’, ‘정책 구상력’, ‘불임치료의 보험 적용’등 구체적인 스가 총리의 발언들을 강조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앞에서 조사했던 한국 언론사들의 헤드라인에 비해 확실히 자세하게 설명을 해 둔 느낌이 강하다.

양국의 헤드라인을 비교하면서 느낀 것이 있다. 한국의 헤드라인도 단순하게 ‘일본과 한국이 원만한 관계가 되기를 바란다.’처럼 모호하게 표현하기 보다는 ‘위안부 문제가 해결되길 바란다.’처럼 구체적인 예를 들어 설명을 하는 것이 자신들이 추구하는 바를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의 언론이 말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

‘한국’의 마음으로 일본과의 관계 개선을 희망한다

2020년 9월 9일부터 9월 15일까지의 기사들은 대부분 그의 생애라든지 업적들에 대해 조사하고 정리한 것들이 많았으며 앞으로는 어떤 방법으로 국가를 통치할 것인지에 대한 추측도 볼 수 있었다.

그와 반대로, 9월 16일 취임 당일부터 일주일 후인 9월 23일까지의 기사들의 내용은 스가 총리가 공식 석상에서 꺼낸 이야기들을 그대로 서술하는 자료들이 많았다. 물론 앞서 말했던 것처럼 어휘의 차이는 조금씩 있지만 대체로 일본 현지 언론이 인터뷰 했던 내용을 그대로 인용하거나 공개적인 회견 자리에서 했던 이야기를 받아 적는 기사들이 많아 보도 자료의 길이는 길지만 해당 언론사들의 색깔을 나타내지는 않았다.

상대적으로 불리한 기사인 일본 정치사에 대해서 조선일보는 객관적인 사실 위주로 가치판단을 배제한 채 기사화한 반면, 상대적으로 일본에 비판적인 태도를 취하는 한겨레는 강한 우려의 태도를 드러내며 가치판단한 부분이 많다. 또한 평소 일본에 큰 반감을 가지고 있는 진보 언론은 보수 언론에 비해 보도량이 적고 비교적 무관심한 태도를 보였다. 보도량이 증가한 건 사실이나, 보수 언론에 비해 드라마틱한 증가는 아니었다.

그러나 기사들을 찾아보고 조사하면서 가장 놀랐던 부분 중 하나 있다면, 기사를 작성할 때 최대한 객관적으로 만들고자 노력한다고 하더라도 주관과 감정이 조금은 섞이기 마련이라고 생각하지만 조사한 언론들은 전부 한 방향만을 바라보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한일 관계 개선 희망’, ‘아베정권의 연속의 안타까움’ 이 두 가지다. 수많은 보도 자료에서 아베 전 총리를 언급하는 것을 볼 수 있다. 물론 스가 총리가 아베의 측근을 많이 등용했고 기존 정책을 계승한다고 말했더라도 언론사별로 다른 의견을 낼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예상은 빗나갔고 한국이라는 큰 틀 안에서 일본의 정권교체를 바라본 느낌이 들었다. 이를 통해 언론사의 독자 성향과 입장 차이에 따라 극단적으로 어떤 부분은 제시하고, 어떤 부분은 사취한다는 점을 알 수 있게 되었다. 동일한 사건을 다른 시각에서 바라볼 때 벌어지는 온도차에 대해서 체험해볼 수 있는 기회도 되었다. 또 한편으로는 이렇게 언론사의 기조에 따라 달라지면 기자의 독자성은 지켜질까 의문이 생겼다.

강수연 대학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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