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와 나] ‘인간다움’에 대해 묻다
[미디어와 나] ‘인간다움’에 대해 묻다
  • 한림미디어랩 The H
  • 승인 2021.01.04 0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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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드라마 '인간수업'

[미디어와 나]는 한림대학교 미디어스쿨 커뮤니케이션 개론 수강생들이 수업을 통해 1. 나와 미디어의 관계에 대한 고민을 바탕으로 가장 좋아하는 미디어 영역의 무엇인가를 소개하고 추천하는 글입니다. [편집자말]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텔레비전에서 나오는 드라마만 봤었다. 하지만 지금은 미디어의 발전으로 우리생활에서 TV의 영향력이 많이 줄어든 대신 OTT 서비스가 등장해 영화나 드라마를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직접 선택하고 소비할 수 있게 되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발표한 '2019 방송매체 이용행태조사'에 따르면, 한국인의 OTT 이용률은 52%로 국민 2명중 1명꼴로 OTT를 이용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는데 이는 OTT 서비스의 사용이 보편화됨을 알 수 있다.

유튜브·네이버 TV·넷플릭스·왓챠플레이·옥수수 티빙과 같은 다양한 OTT 플랫폼 중에서 나는 '넷플릭스'를 가장 많이 이용한다. 넷플릭스는 그동안 드라마 '킹덤', 영화 '옥자', '페르소나', 예능 '범인은 바로 너'등 다양한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작해 인기를 끌었는데, 그중에서 나는 <인간수업>이라는 드라마를 가장 인상 깊게 봤다.

넷플릭스 드라마 '인간수업' 제작기 영상의 한 장면
넷플릭스 드라마 '인간수업' 제작기 영상의 한 장면

사실 이 드라마가 나오기 전에도 유튜브나 각종 온라인 매체에서 이 드라마에 대한 광고를 여러 번 접했다. 처음에는 다른 작품들과 같이 시청률을 늘리기 위한 광고라고 생각했지만 예고편을 시청한 후, 공중파에서 다루기 힘든 소재인 청소년 성매매를 다뤘다는 점과 ‘틀린 답에 목숨을 걸었다’라는 문구가 궁금증을 자아내기도 했고 인상적이었다.

무엇보다 이 드라마에 눈길이 갔던 것은 이 드라마가 다루는 소재가 당시 논란되고 있는 사건과 관련해 시의 적절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근래 몇 년간 온라인 성범죄인 'N번방사건'으로 떠들썩한 가운데 인간수업의 내용도 고등학생인 등장인물들이 메신저를 통해 성매매를 알선하거나 조건을 하는 설정이 SNS를 통해 성착취물을 제작, 판매한 N번방 사건과 유사했기 때문에 더욱 눈길이 갔다.

이 작품의 줄거리는 부모에게 버려진 한 소년 ‘지수’가 평범하게 대학을 가고 취직을 해 안정적인 생활을 가질 방도로, 성매매 알선을 통해 돈을 벌기 시작하며 벌어지는 이야기이다. 그러나 순탄하던 그의 비밀사업에 대한 비밀이 점차 파헤쳐지면서 꼬이게 된다.

이 드라마에서는 크게 4명의 고등학생들이 등장인물로 나온다. 학교에서는 모범생이지만 밖에서는 성매매 알선 ‘포주’인 지수, 지수의 동업자가 되는 학교 인싸 규리, 원조교제 여성 중의 한명인 같은 반 친구 민희, 학교 일진이자 민희의 남자친구 기태. 그들은 평범한 고등학생 같지만 그들 이면에는 각자만의 비밀을 숨긴 채 살아가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지상파에서는 쉽게 다룰 수 없는 자극적인 소재로 각광을 받았던 이 드라마에서는 이목을 끌 수밖에 없는 매력적인 요소들이 많은 것 같다. 실제 청소년들의 모습을 떠오르게 할 만큼의 필터링 없는 대사와 행동, 배우들의 실감나는 연기는 실제인지 연기인지 구분하기 헷갈릴 만큼의 몰입도를 주었다. 또한 SNS 어플을 통해 미성년자도 쉽게 성사되는 조건만남, 오피스텔 성매매 등 현실에서도 벌어지고 있는 이야기들로 담아냈기에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관심을 가졌다고 본다.

<인간수업>은 제목 그대로 ‘인간이 되기 위한 수업’에서 겪는 청소년들의 모습을 절박하면서도 어리석은 방황을 꾸밈없이 잘 표현한 드라마였다. 실체가 밝혀진 이 후 등장인물들이 어떻게 되었는지 알 수 없이 마무리돼서 아쉽고 의문이 들지만, 명확한 결말을 알 수 없는 것 또한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의 연장선이 아닐까 싶다.

2019 한국여성인권진흥원이 주최한 ‘채팅 앱 매개 청소년 성착취 현황과 대응방안 정책토론회에서 발표된 ’사이버 상담분석으로 본 채팅앱 매개 청소년 성매매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내담 청소년 10명 중 1명꼴로 성매매 경험이 있다고 답했고, 2016 국가인권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청소년 성매매에 가장 많이 이용된 경로는 채팅앱이 67%로 가장 많았다.

통계자료를 통해 알 수 있듯이, 인간수업이 다룬 청소년 성매매와 범죄는 어쩌면 우리가 알면서도 외면하는 사실이다. 청소년이라서 법의 보호막 안에 있는 듯 하지만 성인보다 더 쉽게 악으로 빠져들 수 있는 10대들의 모습을 잘 보여주는 것 같았다. 인간수업은 성인의 범죄를 그대로 청소년에게 대입해서 경고하고 있는데 정말로 법이 청소년을 보호하고 있는지와 청소년의 성을 사고 현실을 알면서도 침묵하는 어른들은 과연 죄가 없다고 할 것인지 질문하게 만들었다.

또한 우리나라의 교육이 인간답게 살기 위해 배워야 할 기본 윤리는 무시한 채 대학에 가기위해 경쟁하는 사회를 풍자하는 장면과 누가 이 아이들의 꿈을 짓밟고 어두운 상황 속으로 만드는 건가에 대해 생각도 들면서 한편으로는 씁쓸했다. 인간으로서 요구되는 근본적인 ‘인간다움’이란 무엇인가에 생각하게 만들고,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온라인 성범죄의 실태와 문제점에 대해 고찰하게 만든 드라마여서 모든 사람에게 관심을 갖고 봐달라고 권유하고 싶은 드라마이다.

윤슬기 대학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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